반응 없는 주인공이 미워요. > 길을 묻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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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 없는 주인공이 미워요.

본문

질문

스님, 저는 열심히 이 마음공부를 하려고 노력하는 법우입니다. 스님께서 항상 너만이 네가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자꾸 관하라고 하셔서 저녁이면 조용히 앉아 일념으로 들어가 보려고 노력을 합니다. 제 나름대로는 열심히 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 저의 근본에서는 통 반응이 오지 않는 거예요. 요즘 들어서는 주인공이 입에 붙어 가지고 아침에 일어나면 그냥 ‘주인공’이라는 소리부터 나오는데요. 주인공을 불러 놓고 거기에 내 모든 불만스러운 마음들이 다 실려 나오는 거예요. 그러면서 화가 나고 주인공이 밉다는 생각이 붙습니다. 그렇게 증명을 하라고 보채도 대답도 없고, 반응도 하지 않으니까 미워지고 그러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우리 법우님이 그렇게 밉다고 생각을 하니까 영 통하지 않는 거지. 그것도 요량이 있어야 돼. 밉다고 그래 봤자 그놈이 그놈이니까, 거울을 보고 아무리 밉다고 해 봐. 거울 속에서 말이 있겠나. 그러니까 거울 속이든 뭐든 그저 아주 친근하게, 예전 사람들은 친근이라고 그러면 마음이 하나가 되는 걸 친근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 내가 말하는 건 친근이 그냥 친근이 아니라 공심(共心)을 말하는 거야. 그러니까 공심으로 들어가야지, 친근하게.

주인공이 반응이 없다고 해서 화가 나서도 아니 되지. 그건 화가 날 일이 아니니까. 일상 생활이 고정됨이 없이 그냥 찰나찰나 돌아가는 거야. 그건 당연히 그렇게, 좋든 싫든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까 그냥 걸어야 할거지, 누구의 탓도 아닌 거고, 화날 것도 아니란 말이야. 그러니 나를 형성시킨 그놈을 이제 살살, 자문자답을 해서 끌어내는 것 뿐이야. 뭐, 화가 난다고 이러고 저러고 해 봤자 내 얼굴에 침 뱉기지 그건 소용이 없는 거야.

내가 이렇게 말해도 어떤 사람은 이렇게 듣고 어떤 사람은 저렇게 듣고, 어떤 사람은 이렇게 실험을 하고 어떤 사람은 저렇게 실험을 하고 그럴지 모르겠지만 친근하게, 공심으로 오직 그 자리를 잡고선 그냥, 즉 자기니까 ‘너와 나와 둘이 아니니까 너만이 네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할 수 있잖아.’하고, ‘네가 정말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게끔, 알게끔 하는 것이 원칙 아니야?’하고 잡고 늘어져야지.

요즘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게 친근이라고 하고, 또 공용(共用)이라고 말을 하지만 예전에는 용무(用無)라고 썼다고 봐. 그런데 용무라고 쓰면 무(無)자가 끄트머리에 붙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데서 용을 한다는 뜻인데, 공용이라고 그런다면 모든 것을 다 한다는, 함이 없이 한다는 뜻이거든. 그러니까 말이 지금 시대에 따라서 그냥 거창하게 커진 거지.

예전에 어떤 사람이 이 공부를 하다가 그 자리가 발현이 돼서 나왔단 말이야. 그런데 둘이 아닌 걸 알면서도, 안에서 나온 걸 번연히 알면서도 둘이 아닌 도리를 알기 위해서는 증명을 하고 싶은 거야. 우리가 살아오던 습이 많이 있어 가지고 서로 응답을 하면서도, 통신이 되면서도 이게 확실히 나라는 걸 증명을 하라고 한 거야, 답답하니까. 그러니까 ‘네가 있다면 이 손을 들어라!’하니까 강요하는 게 되잖아. 그러니까 꼼짝도 안 하다가, 잊어버리고 일어나려고 하는 그 순간에 그냥 쏜살같이 손이 올라가더라 이거야. 그래서 내 안의 근본은 자기 조상이자 자기 자불(自佛)이자 주인공이자 모두가 둘이 아니라는 그 원리를 너무 잘 알게 됐다는 거야.

그러니까 그냥 밉다고 생각하면 그렇게만 통하니까 그것도 요량이 있어야 돼. 강요를 하면 안 된다는 거지. 왜냐하면 정신계가 한 단계 위이기 때문이야. 나를 과거로부터 진화시키면서 형성시켜 온 자기인데, 지금 현재 나는 자(子)란 말이야. 그 한 단계 아래란 말이야. 형성시켜온 자기는 ‘부(父)’가 되고 현재 나는 ‘자(子)’가 되지. 그런데 자식이 아버지더러 ‘이것 좀 올려 봐’이렇게 한다면 그거 되겠어? 그러니 강요를 하지말고 그냥 친근하게, 그러면서 간절하게 하는 거야.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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