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는 방법이 왜 다른지요.
본문
질문
좋은 말씀에 늘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스님의 말씀에서 놓는 방법도 경우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은데 잘 이해가 안 갑니다. 어떤 때는 “모든 것을 다 주인공에게 놓아라. 잘돼야 한다는 생각까지도 주인공에게 놓아라”하시고, 또 어떤 때는 “주인공, 너만이 할 수 있잖아” 또 어떤 때는 그렇게 하면 더디니까 “잘 될 수 있게 결정을 지어서 놓아라”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 차이를 잘 모르겠습니다. 왜 더디고 빠르고의 차이가 있는 것이며 놓는 방법이 달라지는지요? 어떤 때 어떤 방법으로 놓아야 하는지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우리가 주인공을 믿고 찾는다고 하지만 덮어놓고 ‘주인공만 믿으면 된다더라’ 하고 그냥 ‘너 알아서 해라’ ‘주인공이 해줘야지’ ‘주인공 해주시오’ 이렇게 하는 분들이 더러 있다고 봅니다. 절대 그렇게 해선 안됩니다. 주인공이란 마음의 근본과 마음 내는 것과 육신이 움죽거리는 걸 동시에 합쳐서 주인공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대로 주인공이라는 것을 내놓을 수도 없고, 마음이라는 것을 내놓을 수도 없고, 내가 어떤 걸 했다고 내놓을 수도 없는 것이기 때문에 ‘주인공’ 이라고 했던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주인공은 팔방미인이라고 할 수 있지요. 팔방으로 뛰어도 죽지 않는다는 원리를 가지고 주인공이라고 하지요.
우리가 때에 따라서 찰나찰나 화해서 돌아가는데, 용도에 따라서 변해서 애고도 세균성도 영계성도 유전성도 나오게 되는데, 애고라는 것이 고정되게 나오는 게 아니라 때로는 이런 것도 나오고, 때로는 저런 것도 나오고 그렇습니다. 때로 사회에서 일을 하다보면 이런 것이 잘 안될 수도 있고 저런 것이 잘 될 수도 있고…. 그런데 “주인공에다가 모든 것을 일임해라” 했는데 그게 다 똑같은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서 병고가 오면 ‘너밖에 고칠 수 없어’ 하고 놓게 되는데, 그 놓는 순간에 약사로 화하는 겁니다. 또 내가 법정에 들어설 일이 생겼을 때는 바로 독성도 되고, 산신도 되고, 관세음도 됩니다. 그렇게 맡겼을 때에 찰나찰나 바뀝니다. 그러니까 그 마음 하나 가지고 주인 노릇을 하는 거지요.
마음을 내는 데 대해서 요량껏, 지혜롭게 타파해 나가는 데 조금도 손색이 없이 할 수 있는가를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아는 것이 와서 이걸 꼭 타파를 해야겠다 하는 것이 내 앞에 닥쳤을 때는 ‘이거는 너밖에 못해!’ 하고 놓을 수 있지만, 내가 가늠을 못할 때, 이것을 판단을 못할 때는 ‘너밖에 판단해 줄 수 없어!’ 하고 놔야 됩니다. ‘판단해서 해결할 수 있는 거는 너밖에 없어!’ 하고. 그러니까 용도가 이것저것 닥칠 때마다 내 마음은 화해서 용도에 따라 다르게 놔야 되지요? 바꾸어서 놔야 되지요.
아버지 노릇할 때엔 자연스럽게 아버지 노릇하고, 남편 노릇할 때는 자연스럽게 남편 노릇하고 형 노릇할 때는 자연스럽게 형 노릇하듯이 말입니다. 이걸 가지고 지혜롭다고 합니다. ‘무조건 놓아라?’고 하니까 어떤 사람은 그냥 자연스럽게 놓고 공부를 열심히 잘하고 가고, 어떤 사람은 끊으려고 애를 쓰기만 하는데, 도대체 끊으려고 한다면 그게 끊어집니까? 그것은 지혜롭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벽을 치면 봇장이 울려야지요. 우리 인간의 두뇌에는 아주 지혜로운 본능이 그대로 주어져 있습니다. 인간은 수 억겁을 거쳐오면서 경험을 쌓고 진화되고 형성됐습니다. 그러고 발전을 해서 인간까지 올라온 결과이므로 인간에게는 지혜로움과 발전과 기능, 모든 것이 주어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천연적으로 지혜로움이 나옵니다.
그런데 지혜롭지 못하게 병고가 와도 ‘알아서 해’ 이런다면, 예를 들어서 서류를 딱 주고 ‘요것대로 해!’ 이래야 되지, 서류도 주지 않고 일거리도 주지 않고 ‘너 알아서 해!’ 한다면 그게 될 법한 일입니까? 예를 들어서 얘깁니다. 아랫사람을 심부름을 시키는 데도 그렇지 않습니까? “뭐뭐뭐 사 가지고 와!” 이래야 그거를 사 가지고 오지요. “너, 알아서 사 가지고 와!” 한다면 그 집에서 뭐를 해먹을 줄 알고, 입맛이 어떨 줄 알고 그걸 어떻게 사옵니까? 그와 똑 같습니다.
이 마음이라는 것이 기묘해서 마음 내는 것을 잘 내야 됩니다. 마음이라는 이름은 이름일 뿐입니다. 마음이라는 것이 바로 심봉이라면 그 심봉을 끼워서 돌아가게 하는 것은 마음 내는 겁니다. 돌아가지 않으면 무효입니다. 아무리 심봉이 있다 할지라도 자동적으로 돌아가게 할 수 있는 심력이 없다면 그것은 무효입니다. 어떻게 잘 파악하셨습니까?
- 이전글'몸부림치듯 관하라' 하신 까닭은? 21.10.25
- 다음글잃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2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