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불의 의미와, 어떤 공덕이 있는지... > 길을 묻는 이에게

우리가 예불을 올리는 것은 그냥 형식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을 위해서 스님네들은 항상 새벽에 일어나서 예불을 올리고, 점심때는 사시마지를 올리고, 저녁 예불로써 마칩니다. 삼보에 귀의하는 것을 생각해서 아침은 과거고, 점심은 현실이고, 저녁은 미래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그것을 한데 합쳐서 삼심을 일심으로 두고서, 아침에 하든지 점심에 하든지 저녁에 하든지 열심히 안으로 한마음 공덕이 되게끔 관하면서 예불을 모시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한마음에서 그냥 하면 되지, 주인공만 찾으면 됐지, 이러고선 법당에 안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예불을 모신다는 것은, 스님들이 마음을 내면 온 누리에 일체 보이는 생명이나 보이지 않는 생명이나 한마음이 돼서 운집하는 그런 시간이거든요. 그래서 삼세의 뜻을 한마음으로 쥐고 같이 하는 겁니다.

그러면 거기 가도 한마음이요, 여길 와도 한마음이요, 집에 가도 한마음이지만 그래도 스님들이 한마음을 내서 할 때는 같이 기울여서 하는 것이 좋은 것은, 백지장도 마주 들어야 가볍다고 하지 않습니까. 하다 못해 창호지 하나를 들어도 그렇고, 창호지 한 장으로 도배를 해도 그렇고, 혼자서는 어렵지 않습니까. 바르는 사람이 있으면 붙이는 사람이 있고, 붙이는 사람이 있으면 바르는 사람이 있고 이렇듯이, 우리가 그렇게 해나가야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예불을 모시는 사람들이 한마음이 되어야 신심이 돋궈지고 스님들의 마음도, ‘이렇게 멀어도 마다하지 않고 새벽같이 오신 저분들…,’하고 신심이 날 거 아닙니까? 그런데 스님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저 주인공만 찾으면 된다고 한다면 그거는 개별적인 마음이지 포괄적인 마음이 아닙니다. 지켜야 할 것은 지키는 것이 예절입니다.

그래서 부처님 앞에 가서는 부처님도 내 한마음 속에 계시니까, 삼정례를 깍듯이 하는 것은 바로 부처님의 뜻과 법과 행에 같이 한마음이 된다는 뜻에서 삼정례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촛불을 켜놓는 것은 우리 산 사람들의 마음을 밝히는 것을 말하고, 향을 사르는 것은 영령들의 양식을 말하고, 또 공양미를 올리는 것은, 죽은 사람이나 산 사람이나 모두 한그릇을 놓고 중생들을 다 먹이는 태양과 같고, 다 먹이고도 되 남는 그런 씨앗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잘못 생각을 하고 ‘뭐, 법당에 안 가도 되지.’ 이런 생각은 버리셔야 됩니다. 알고 보면 부처님 형상도 자기요, 마음도 자기요, 생명도 자기요, 모두가 자기 아님이 없기 때문에 부처님이 나요,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이요, 내 뜻에 있는 것입니다. 그렇듯이 여러분이 절에 왔으면 벌써 예를 지켜야 하겠기에 법당에 올라가서 절을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고 법당에서는 누가 향을 먼저 꽂았느니 나중 꽂았느니 이런 거를 탓하지 말아야 합니다.

촛불도 그렇습니다. 내 마음의 불과 그 촛불이 바로 연결되는 겁니다. 마음의 불이 있고, 물질의 촛불이 있고, 내가 있고, 내가 정성을 들이니까 그 불도 있는 것이지 내가 없고 불이 어디 있습니까? 그러니까 내 마음의 정성이라면, 남이 먼저 켰어도 또 다시 켜려고 싸우고 그러지 않을 겁니다. 마음으로 흠집 가게, ‘내가 켜놔야지.’ 하지 않을 겁니다. 기다리고 있다가 하든지, 또 그렇지 않으면 ‘그 불이 그 불이고, 그 불이 그 불이지.’ 이렇게 생각하고 ‘지구를 비춰주는 태양은 바로 우리의 한마음이지.’하고서 불을 켜놨다 한다면 전체 신도들의 마음을 밝혀줄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마음먹기에 달렸다 이 소립니다.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만 부처님이 계신 줄 알고 애를 쓰고 그러지 마시고요.

항상 앞에 오는 거를 막지 말고, 앞에 오는 거를 싫다 하지 말고, 가는 거를 잡지 말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가르쳐야 지혜가 모두 탁 터져서, 사방이 툭 터지고 지붕이 없이 시간과 공간이 초월해서 돌아갈 수 있는 대인이 되겠습니까? 우리가 이것은 싫다 저것은 좋다, 이것은 좋다 저것은 언짢다는 것을 떠나라 하는 것은, 항상 다가오는 거를 마다하지 말고 가는 것을 잡지 말라는 뜻에서 말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융통성이 있어야죠. 그게 지혜입니다. 그냥 바늘을 벽에다 꽂으면 꽂은 대로 빼면 빼는 대로, 이래서는 융통성이 없어서 살 수가 없는 겁니다. ''빼는 건 빼는 거고, 끼는 건 끼는 겁니다.’라고 한다면 그거는 유(有)의 물질 세계에서는 맞는 말인지 모르지만 무(無)의 세계와 유의 세계가 합쳐서 작용을 하는 데는 맞지 않습니다.

좀 융통성 있게, 법당에서 예불 모실 때는 반드시 어떠한 문제가 있어도 다 모아서 우리 마음들이 거기다가 한마음으로서 부처님께 예배를 올리는 겁니다. 부처님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자기 마음 속의 부처님의 마음도 역시 둘이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