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약멸시죄역망의 의미에 대해서... > 길을 묻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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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약멸시죄역망의 의미에 대해서...

본문

질문

천수경에 “罪無自性從心起 心若滅是罪亦亡”이란 글이 있습니다. 여기서 “심약멸시죄역망”에 대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죄가 마음에서 일어나 이미 물리적인 결과로 나타났을 때, 예를 들어 누구를 다치게 했거나 물건을 훔쳤을 때 마음만 청정해진다고 죄의 결과가 갑자기 없어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이것은 그냥 말로 알아서 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일체 만법이 다 나한테 부딪치고 돌아가는데 내가 공한 걸 안다면, 부처님께서 이날까지 말씀해 놓으신, 내가 공한 줄 알아서 마음이 청정하면 죄 또한 소멸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겁니다. 내가 공했는데 무슨 업보가 거기 붙겠느냐는 거죠. 저 사람도 공했고 나도 공해서 내가 한 행위도 공한 줄을 안다면 무슨 업보가 거기 붙고 인과가 붙느냐는 겁니다.

그러니까 전생이라는 건 없다고 하는 겁니다. 전생이라는 걸 붙이지 말라 이거예요. 왜? 전생에 살던 습성을 내가 지금 현재에 가지고 있고 불성이라는 건 전생이나 지금이나 똑같으니까. 그러니까 지금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건데 구태여 왜 그거를 업보다 인과다 하느냐 이거예요. 그리고 무슨 조상의 탓을 하질 않나, 또 부모가 어떻게 해서 잘못됐다고 자식들이 부모를 원망하는데 참내! 그런 거를 보면 참 기가 막힙니다. 내가 낳기 이전도 조상이고 부모가 낳기 이전도 조상인데 그 조상이 둘인가요? 부처 낳기 이전도 조상인데…. 그런데도 조상 탓을 한단 말이에요.

몇 년 전에 어떤 사람이 찾아와서 “우리 애 아버지가 뱀을 자꾸 잡아먹는데 어떡합니까? 절에 다니는 사람이 개 한 마리도 잡아먹으면 업보가 된다는데 어떡하면 좋습니까?” 그러길래 그 말끝에 그랬어요. “그건 자기가 자기를 먹는 거다.”그러니까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스님, 그렇다면 정말 업보가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날더러 묻지 말어. 둘이 아닌 도리만 알면 돼. 그리고 남편을 원망하지 말아. 남편이 그거 잡아먹었다고 우리 집안은 업보에 휘감겨서 못 산다.”고도 생각지 말고 살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그거는 남편이 몸이 좀 시원치 않아서 그런거다 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얘기를 했을까요? 둘이 아닌 까닭입니다. 그 마음이 둘이 아닌 까닭이에요. 그 도리를 알라고 얘기를 했는데 얼마 안 있어서 다시 와서 뭐라고 그러냐 하면 “인제 시원합니다. 애 아버지가 글쎄 그걸 안 먹겠대요.” 이러거든요. 아무리 잡아먹었다 하더라도 그렇게 시원한 마음이 돼야 되는 거죠. 그래서 “거봐, 자연히 안 먹어져야지, 업보가 된다고 그걸 억지로 그러면 벗겨질 수가 없어.” 그러니 얼마나 그게 간편하고 좋아요?

그러니 업보라고 생각하면 한없이 업보가 되는 거고 인과라고 생각한다면 한없이 인과가 되는 거고, 또 살생이라 한다면 한없이 살생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우리 사는 거를 가만히 보라고요. 모든 것이 살생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업보를 안 지을 사람이 있습니까? 그런데도 업보라고 이름지어 가지고 왜 업보를 받느냐 이 소리입니다.

그러니까 그게 업보가 아니다 이거예요. 몰라서 그러는 거지, 업보가 아닙니다. 성장하는 수행 과정이죠. 안 그렇습니까? 모르는 사람한테는 업보가 되지만 그 도리를 알고 자기로 보는 사람에게는 업보가 되지 않습니다. 누가 자기 잘 되려고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세상에. 모르니까 그러는 거죠. 자기에게 불어닥치는 일들이 모든 게 수행할 수 있는 재료이니까 그걸 그렇게만 알고 있으면 모든 게 감사할 수밖에 없는 거죠.

나는 “저 사람이 난데 저 사람 죽으면 어쩌나?” 이러지도 않고, “내가 만약에 죽으면 어쩌나?” 이러지도 않아요. 또 내가 오래 살아야지, 저 사람이 오래 살아야 한다고 그러지도 않아요. 내가 그럴 거 같으면 이 세상에 아마 나지도 않았을 거예요. 우리가 모습인데 모습이 허망하고 쓸모 없고 그런 게 아닙니다. 이 모습이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과정을 거쳤고 그만한 수행을 해서 부처님의 뜻을 알게 됐고 그 부처님의 뜻을 알기 때문에 부처님을 그렇게 위대하게 볼 수 있었고, 생각할 수 있었던 거죠. 만약에 내가 모습을 안 가지고 나왔고 허망한 거라면 그건 말도 안 돼요.

이런 말을 그냥 아무렇게나 한다고 그러지 마세요. 단 하나, 그저 남들한테 가볍게 해주고 인의롭게 해주고, 또 죄 있는 마음을 가졌을 때 죄 없는 마음을 넣어주자는 겁니다. 말 한마디에 부처님의 뜻을 받아서 그대로 한데 떨어뜨리지 않게 심부름을 잘 해야겠다, 그러면 부처님과 나와 둘이겠는가? 그 뜻이 바로 내가 허망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내 몸도 나툼이니까, 그러니까 모두가 나툼인 것이죠. 어디 나툼 아닌 게 있나요? 벌레 하나도 난 버리고 싶지 않아요. 왜? 부처님의 나툼이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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