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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놓치고 있는지요?

본문

질문

스님께서 마음 도리를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기 위해서 그토록 간절하게 말씀해 주시는데 저희들은 다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처럼 절절하게 일러 주시려고 하는 것이 무엇이며 저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항상 하던 말이지만,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눈물이 뼈에 사무치리만큼 안타깝습니다. 어찌 그렇게 자기를 끌고 다니는 자기를 믿지 못할까요? 어찌 그렇게 수억겁 광년으로부터 자기를 끌고 온 장본인을 믿질 못할까요? 이 모습으로 저 모습으로 진화를 하면서 자기가 한 대로, 자기가 한 것대로 끌고 다니는데 말입니다. 그러니까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거죠. 주인공이 그렇게 하라고 그랬나요? 태양이 잘못하고 잘하라고 했나요? 그러니까 자기 마음에서 잘못돼서 행을 잘못하거나 마음을 잘못 쓰거나 이런 것이 속으로부터 자꾸 나오면 그것을 ‘이러면 안 돼!’ 하고 거기다가 맡겨 놓는 거죠. 맡겨 놓고 침착하게 지켜보고 체험하는 것이 진짜 참선입니다.

나는 어떤 땐 차를 타고 가다가도 슬그머니 속에서 눈물이 납니다. 여러분을 생각하면 그렇습니다. 자기가 아닌데도 그렇게까지 생각할 수 있을까 그러겠지만, 우리가 수없이 변화돼서 돌아갈 때 이것이 됐다가 저것이 됐다가, 이 부모가 됐다가 저 자식이 됐다가, 이렇게 사생의 천차만별의 생명이 뒤바꿔지면서 돌아갔을 때는 어떤 것이 내 자식이고, 어떤 것이 내 부모인지 전혀 분간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지렁이도 부모가 있고 자식이 있습디다. 풍뎅이도 그렇고 가재도 그렇고 물고기도 그렇고, 어떤 거를 막론해 놓고 다 부모가 있고 자식이 있습니다. 남녀가 있고요. 그런데 그 남녀가 아무리 사랑하고 아무리 잘 산다 하더라도 연방 변질이 되고 바뀌어서 돌아가니까 행복도 잠시잠깐이죠, 알고 본다면. 그러니 그 돌아가는 수레바퀴 속에서 벗어나야 된다는 얘깁니다.

항상 말씀드리는 거지만 얼마나 기가 막혔으면, 부처님이 깨달으신 후 49년을 설하셨으면서도 한마디도 말한 예도 없고, 나도 없다고 하셨을까요. 알고 보니까 천상천하유아독존이거든요. 지렁이 소굴에서는 지렁이가 높고 호랑이 소굴에서는 호랑이가 높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저마다 다 높은 거예요. 저마다 다 높고 저마다 다 나 아님이 없고 내 아픔 아님이 없으니 따로 ‘내가 너희들을 가르쳤다.’ 이럴 수가 있나요? 이럴 수가 없죠. ‘내가 마음을 내서 너희들에게 길을 인도했다.’ 이럴 수도 없고 ‘내가 너희들을 건져 줬다.’ 이럴 수도 없죠. 안 그렇습니까?

항상 이렇게 표현해서 얘기해 드리죠? 전깃줄과 전깃줄, 전자와 전자라구요. 이것이 있기 때문에 불이 들어올 수 있다 이런 거예요. 그러니까 여러분이 나하고 모습은 다르지만 간절한 마음이 와 닿을 때, 나도 간절한 마음이 함축이 돼서 가서 부딪치면 불만 번쩍 일어났지 이 줄이 했다고 할 수도 없고 저 줄이 했다고 할 수도 없는 겁니다. 상대성 원리로서 이쪽과 저쪽이 합쳐지지 않는다면 에너지가 나올 수가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했다, 네가 했다 그런 것이 아예 없는 반면에 ‘밝게 광명이 이루어졌다.’ 이 소리만 나올 수 있죠. 그러니까 부처님이든 중생이든 하여간에 모두가 99%는 부처입니다, 중생을 끼고 다녀서 걱정이지. 왜냐하면 거기에는 아무것도 붙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저 마음과 마음이 와짝 붙으면 불이 들어올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이 공부를 잘하신다면 ‘컴컴하면 불을 켜면 되고’ 이 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왜 컴컴하게 삽니까? 컴컴하면 불을 켜서 밝게 살고, 배가 고프면 먹고, 소화시켜서 똥 누고 싶으면 시원하게 똥 누고, 편안하게 잠자고 싶으면 잠자라 이겁니다. 이것을 말로만 하는 게 아닙니다. 진짜 그렇게 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여러분에게 주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이 세상 이치가 복잡다단하다 할지라도 한 시간의 꿈입니다. 한 시간의 꿈! 한 시간의 꿈을 훌떡 벗어나면 세세생생에 끝간 데 없이 그냥 그대로 불바퀴 속에서도 벗어나는 것입니다.

우리가 영화배우들이라면 과거에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서 그 소임을 맡아서 주어진 역들을 합니다. 그렇게 자기 잘하는 대로 작은 거든지 큰 거든지 다 소임을 맡아서 이 세상에 나오는데 남한테서 받아 가지고 나올 생각을 하지 말고 감독이 돼라 이거죠. 즉 말하자면 옥황상제도 벗어나야 됩니다. 부처라는 것도 벗어나야 부처입니다. 태양과 산하대지는 그대로 어머니이자 아버지죠! 그런데 우리의 마음과 마음이 서로 광명을 이루고 창조를 하고, 창조력을 기르고 이럭하는 것도 바로 인연에 따라서 모두 돌아가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천지도 둘이 아니죠. 어떻게 천지가 둘이겠습니까?

언젠가 미국에서 길을 지나가다 보니까 나이도 많이 든 백인이 말입니다, 리어카에다가 깡통, 병 이런 것만 싣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어가고 있어요. 다리가 아프고 지치니까, 가다가 언덕에 이르니까 그냥 허덕허덕합디다. 그걸 보는 순간 ‘참, 모두가 자기가 한 대로 저렇게 소임을 맡아 가지고 나왔구나!’ 개미가 왜 개미가 된 줄 아십니까? 그 백인이 소임 맡아 가지고 나온 거나, 개미들이 소임 맡아 가지고 나온 거나 뭐가 다릅니까?

소 한 마리를 잡아서 버리면, 호랑이는 양쪽 팔, 다리를 모두 떼어서 먹습니다. 그러고 나서 또 여러 짐승들이 오는데 창자 먹는 놈이 있고, 살 뜯어 먹는 놈이 있습니다. 그런 뒤에는 뼈에 살 붙은 걸 떼어 먹는 새들이 있습니다. 아주 차례차례로 그렇게 소임을 다 맡아 가지고 뜯어 먹고 뼈다귀만 남으면 그 때는 개미 차례입니다. 그 뼈다귀 속에 들어 있는 거를 다 먹거든요. 그래, 그 백인이 그렇게 하고 가는 거를 볼 때 개미 생각이 퍼뜩 나는 겁니다. ‘아유, 저 사람 개미 좀 봐!’ 하구요. ‘사람의 모습은 가졌지만 그런 것을 얼마나 과거에 즐겼으면 사람으로 태어나서도 사람 개미로서 저렇게 소임을 맡았어야 했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어렵다, 망했다 이런 것도 남의 탓 할 게 하나도 없어요. 그러니까 빨리 수습을 하는 길은 ‘내 탓이야. 내가 과거에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서, 인연에 따라서 모두 얽히고 얽혀서 입력이 돼서 이 세상에 지금 나오고 그렇게 되는 것이니까 너 알아서 해라. 너만이 그 얽힌 거를 풀 수 있고 너만이 해결할 수 있다.’ 하고 거기다 맡기는 그 작업을 하는 데 있습니다. 그 작업이란 한 발짝 한 발짝 걸어가면서 지켜보는 관법(觀法) 즉, 지켜봐라 이거죠. 지켜보면서 마음으로 다스려 가면서 체험하는 것이 아주 제일 빠른 방법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빨리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거죠.

그런데 여러분이 다 그렇지는 않으시겠지만 그냥 급하게 닥치면 아예 잊어버리곤 방방 뛰어요. 나온 자리에다 다시 놔야 할 텐데, 내보낸 자리에다 도로 놓고, 내보낸 놈더러 해결을 하라고 그래야 빨리 수습이 되는데, 엉뚱하게 딴 데다가 전부 깔아 놓고는 온통 팔팔 뛰니까 이건 더 더딜 수밖에 없는 겁니다. 한참 돌다가 생각이 나면 그때서야 놓으니 이미 차 지나간 자리 아닙니까?

그리고 며칠 있으면 촛불재를 하게 될 텐데 촛불을 보고 내 마음을 정리하는 사람도 있고, 내 마음의 촛불을 켜 들고 정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의 불을 켜는 거지 그냥 켜는 게 아닙니다. 보이는 데서 켜는 불은 가랑비가 쏟아지면 꺼지지만 마음의 불을 켜는 것은 억수 같은 비가 쏟아져도 꺼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꺼졌다 켜졌다 하는 불이 아닙니다. 보이는 불과 보이지 않는 불이 둘이 아닌 까닭에 우리가 마음의 촛불은 항상 켜고 다니는데, 내가 어떠한 의식으로 인해서 마음의 불을 꺼뜨리고 갈 때는 캄캄합니다, 마음의 불을 껐을 때는 캄캄합니다. 그럴 때 남이 촛불을 켠 걸 보면 바로 또 마음의 촛불을 켜게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서로가 밝게 살 수 있는 거니까 안 켜는 것도 안 켜는 것이 아니죠.

그렇다고 촛불을 켜고 이러는 것이 필요 없다는 게 아닙니다. 여기도 다 미생물이 있고, 날아다니는 게 우리 눈에는 안 보여도 다 있습니다. 그것들도 다 내 인연으로 인해서 있는 겁니다. 내가 있기 때문에 있는 겁니다. 내가 없다면 없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 하나 켜 놓는데 얼마만큼 자기의 앞뒤가 깨끗해지는지 모릅니다. 과거의 조상들이나 미래의 자식들을 깨끗하게 정리해 줄 수 있는 촛불입니다. 마음으로 그렇게 켜야 되겠죠. 자기 주인공은 잊지 마시구요. 세세생생에 내려온, 지금도 주인공이고 미래에도 주인공이니까요. 주인공 죽는 법 봤어요? 하여튼 내 마음의 등불만은 절대로 꺼뜨리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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