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잡히지 않는데… >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는
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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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잡히지 않는데…

본문

질문

마음 법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하려고 노력하는 청년 법우입니다. 그렇지만 저도 모르게 부모님이 다 계신데도 고아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마음공부를 한다고 하면서도 마음이 확고하게 잡히지 않고 가끔씩 불뚝불뚝 올라오는 마음의 일렁임이 있습니다. 스님, 관을 한다고 하면서도 관해지지가 않고 공부가 잘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만날 내가 산다고 그러기 때문에 그렇지. 이 세상이 모두 허튼 게 없는 거예요. 사람이 한번 웃었으면 그걸로 끝나는 거예요. 웃은 사이도 없고 성낸 사이도 없고 우는 사이도 없습니다. 내가 살았다고 하는 사이도 없어요. 매사 게 다 내가 살아 있으니까 모두 있다 그러지 내가 없는데 뭐가 있겠어요. 있다고 그러는 걸로 인해서 오는 허탈감도 있고 매사 게 거기서 오는 거지요. 사람이 길을 걸을 때 한 발자국 떼 놓으면 있나요? 없지요. 또 떼 놓으면 있나요? 또 없지요. 사람 사는 게 그래요.

그래서 내가 살아도 산 게 없고, 죽어도 죽는 게 없고, 길을 걸어가도 걸어간 게 없고, 악을 써도 악을 쓴 게 없어요. 그렇게 살아 보니까 없는 걸 가지고 애탄지탄하고 야단들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없다고도 생각하지 말고 닥치는 대로 그냥 놔 가면서 살아요. 놔 가면서 안 살아도 놔지는 것 아녜요? 한 살 먹어 두 살 먹어, 그냥 저절로 놔지지요. 다 늙어서 죽어도 죽은 사이가 없는 거예요. 죽어도 돌아다니고 살아도 돌아다니고 죽어도 그냥 다녀요. 살아도 산 게 없고 죽어도 죽은 게 없고요.

더 살아 보세요, 안 그런가. 이 세상 우주 만상이 다 죽거나 살거나 죽은 것도 없고 산 것도 없다. 그러니까 죽을 것도 없고 살 것도 없다는 거예요. 그런데도 죽었다 살았다를 다 놓아야지 놓지 않으면 어떡해요? 놓을 것도 없이 놔야지요.

전에 어떤 사람이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아버지 어머니가 생각이 나서 죽겠거든요. 그래서 산에 올라가다가 앉아서 울었대요. 아버지 어머니는 어디 가시고 한 번도 저는 보지 못했다고 하면서 울고 있으니까 부모님이 앞에 나서더래요. “아니, 울긴 왜 우니? 떳떳하게 살아라. 죽어도 울지 말고 살아도 울지 마라.” 그러곤 서 계시더래요. 그러니 눈 깜짝 할 새 부모가 돌아가셔서 안 보인다 하더라도 안 보인단 말 하지 마라 이겁니다. 죽었다고도 하지 말고. 정말이에요. 항상 눈에 보이질 않아도 눈에 보인단 말이에요.

그리고 고아 같다고 했는데 한번 이것을 생각해 봐요. 언제는 고아가 아니었는지를요. 부모가 안 계셔야만 고아인가요? 이 세상 태어난 게 본래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거지, 누구를 의지하고 누구를 타박하고 그럴 수 있겠어요? 이 세상 어디에 대신 살아 줄 누가 어디 있어요? 그렇지만 그렇게 살다 보니까 자기가 좀 컸다고 이 생각 저 생각 해 봐도 그게 이해가 가지 않을 거예요. 그래, 간 것도 없고 온 것도 없으니까 그냥 놔 버리라고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살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내가 있다고 생각하면 항상 힘들어요. 한 것도 없고 안 한 것도 없고 산 것도 없고 죽은 것도 없어요. 질문한 사람도 없고 같이 어우러져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없고, 질문 받는 나도 없는 거예요. 없으니까 찾을 것도 없고 애걸복걸할 것도 없어요. 하품하면 없어지듯이 꿈 같은 세상이니까요. 그러니까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잘 관해진다 관해지지 않는다, 공부가 잘된다 잘 안된다 할 것도 없이 몰록 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될 테니까 올라오는 것마다 다시 내려놓고 편하게 살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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