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흐르는 대로 살고 싶어요 >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는
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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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흐르는 대로 살고 싶어요

본문

질문

스님, 물 흐르는 대로 살려고 하는데 자꾸 지나간 일은 아쉬운 마음에 왜 그랬을까 싶고 앞으로 올 일에 대해선 미리 걱정하고 두려워하게 됩니다. 그냥 무심으로 살고 싶은데 이런 저런 생각들이 붙어 돌아가니 갑갑하기만 합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예를 들어서 내가 목이 말라서 물을 마셨다, 빈 컵을 내려놨다, 그럼 이건 지나간 겁니다. 과거예요. 이건 생각지 않습니다. 그래서 앞뒤가 끊어진 자리라 그랬습니다. 간편하게 생각해 보세요. 컵을 놨다. 앞으로 먹을 거를, 오는 거를 생각지 않죠. 내가 목말라야 먹을 생각이 나는 거지, 목도 안 마른데 미리 ‘아, 내가 목마르면 먹어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고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아요? 그러니까 앞뒤가 끊어진 자리예요, 본래! 누가 끊어라 말아라 할 게 없이 앞뒤가 끊어진 자리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겁니다, 그냥! 그러니 지금 이 먹은 컵을 비켜 놓고선 생각지 않았는데 앞뒤가 다 끊어진 자리에서 내가 목마르면 이렇게 먹는다. 이것도 계획적으로 먹는 게 아니라 내가 목이 마르니까 그냥 먹는 겁니다. 그러니 이것이 그대로 무심이요, 그대로 공이요, 그대로 했으나 먹은 사이가 없이 그대로 먹었다 이겁니다. 이게 실상이에요.

그러니 아주 무겁고 어렵고 길게 생각을 늘여 놓지 마세요.  간단한 문제예요. 내가 배가 고프면 밥 먹고 똥마려우면 똥 누고 잠자고 싶으면 잠자고 목마르면 물 먹고 내가 할 일 있으면 그냥 하고, 이러는 것이 그대로, 그대로 바로 무심의 행이란 말입니다.

그런 거를 되풀이해서 ‘이게 뭔가?’ 하고, 오는 거 족족 ‘뭔가?’ 하고 돌아간다 이겁니다.  뒤에 간 것도 뭔가, 앞에 올 것도 뭔가, 이게 보이는 것도 뭔가, 내가 물 먹는 것도 뭔가, 이러고 가다가는 십 년 걸려도 안되고 이십 년 걸려도 안됩니다.  물을 먹었으면 컵을 비켜 놓고 생각을 안 하는 거예요. 목마르면 그냥 물 먹으면 됐지, 앞으로 목마를 테니까 물 먹게끔 ‘내가 목마르면 물 먹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나요?  그러니까 앞뒤가 끊어졌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이런 도리를 모르는 사람은 자기 몸이 아파도 조절을 못합니다. 우선적으로 내 마음의 주인이라는 것도 방편이지만, 마음의 주인이 이 모든 것을 형성시키고 이렇게 했어도 모든 것이 실답지 않게 돼 있는 물질이니까, 모든 게 공했다 이겁니다. 그러니까 주인이자 공입니다. 그러니 모든 걸 하더라도 그대로 하는 것이 공했으니 그 주인공에 몰락 놔 버리고, 일임해 버리고 바로 믿고, 자기가 공하고 자기가 부처라는 걸 믿고 딱 놔 버려라 이겁니다, 다! 믿어라. 그리고 감사해라 이겁니다.  배고픈데 밥 먹었으면 감사해야죠. 자기 원소 자체에다가. 원소 자체가 있으면서도, 내공이 있으면서도 그게 보이지 않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항상 예배하고 돌아가고 있어요.

그러니 ‘과거에 업보가 있어서 내가 그러려니. 팔자 운명이 이러니까 이렇게 될 수밖엔.’ 하고 생각들 하지 말라 이 소립니다. 팔자 운명이 따로 없어요. 그렇게 팔자가 있다고 생각을 하면 팔자가 있는 것이고 팔자가 없다고 생각하면 팔자가 없는 것입니다. 내가 북쪽으로 가면 걸리지, 삼살방이 들었지, 이러면 삼살방이 걸린 거죠. 자기 마음에서 걸렸기 때문에 걸리는 겁니다. 사방이 툭 터졌는데 그건 왜 툭 터졌다고 하느냐? 내 마음이라는 원소 자체는 체도 없고 빛깔도 없습니다.

그런데 지구 바깥으로 올라가서, 저 꼭대기에 마음이 올라가 보세요. 걸릴 게 뭐 있나? 한번 올려 보세요, 마음을. 동쪽으로 가도 걸리지 않고 서쪽으로 가도 걸리지 않고 남북으로 가도 걸리질 않습니다, 마음이라는 거는. 지구 바깥으로 올라가도 걸리질 않고. 산도 없고 물도 없습니다. 그런 도리를 알아야 정확하게 산도 물도 그렇게 내 주먹 안에 다 들어 있는 법을 아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 마음 도리를 꼭 한번 공부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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