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배 해도 소용없습니까?
본문
질문
삼천배를 하는 것이 무의미할 수도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선원에 처음 가던 날 불상을 보며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저 불상이 모든 우주만물을 상징하는 거고, 내가 억겁을 통해 윤회해 오며 지은 죄를 참회하며 용서받기 위해 그 앞에서 삼천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과거생에서 지금 이 순간까지 그 동안 지어온 죄가 너무나 많은 것 같고, 그래서 모두에게 미안해서 용서받고 싶었어요. ‘주인공’이라는 것에 대해선 아직 사무칠 정도의 깨달음이 없어서 그 대신 삼천배라는 방법을 택하기로 한건데요. 스님께서는 삼천배가 단 일배만도 못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저의 생각이 잘못된 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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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몸으로만 하는 삼천배보다 마음으로 하는 일배가 오히려 더 값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해 놓으신 경전을 아무리 달달달 외우고 백팔배, 삼천배를 하고 정근을 한다 해도 일심으로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여러분 사는 생활이 그대로 여여하고, 그대로 공부할 수 있는 재료고, 여러분이 부처고, 여러분이 중생이니까 한 생각을 잘 내면 부처고, 한 생각을 못 내면 중생이라고 얘기하는 거죠.
‘삼보에 귀의한다’ 는 것도 자성삼보에 귀의할 줄 알아야 불·법·승에 귀의할 줄도 알게 됩니다. 즉 말하자면 자성부처에, 자성삼보에 귀의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과거에 살던 자기와 현재의 자기 한 생각, 또는 자기 한 생각의 움죽거림, 이게 자성삼보입니다. 가만히 있는 무심과 생각을 내는 마음과 생각을 내면 몸이 움죽거리는 것이 삼합이 한데 합쳐서 돌아가니까 그게 자성삼보에 귀의한다는 거죠. 그 자성삼보에 진짜로 귀의해서 그 도리를 알면은 바로, 불(佛)도 내 생명과 둘이 아니죠.
내가 항상 얘기하죠. 여기 법당에 와서 절할 때 일정례를 하든지, 삼정례를 하든지, 칠정례를 하든지 간에 ‘내 몸은 부처님 몸과 같고, 내가 마음 내면 부처님 법과 같고, 저렇게 앉아계시는 형상과 내 모습이 둘이 아니다.’라고 그랬죠. 항상 그렇게 하면서 법당에 들어와서는 하나로 합치고, 나갈 때는 저절로, 자신으로 한데 합치라는 말입니다. 항상 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마음으로 관해서 직접 체험하고 또 실험해 보아야 때에 따라서는 관세음보살이 되기도 하고 지장보살이 되기도 하고 약사보살이 되기도 하는 겁니다. 그 모든 보살들이 곧 여러분 자신입니다. 자기 자신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관세음이니 지장이니 약사니 하는 명호도 다만 이름일 뿐입니다. 각자 내가 있기 때문에 그 많은 이름의 보살들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한낱 이름만이 아니라 마음으로 사는, 아니 그 마음에서도 벗어나서 진정한 자유자재력을 가지고 찰나 생활을 할 수 있어야만 되는 거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돌아가는 그런 사람이 되어서도 안되고, 항상 고통을 받고 끝간 데 없이 유전이나 인과, 그 모든 것에 괴로워하는 사람이 되어서도 안되지 않습니까?
그러니 단 일배를 하더라도 지극한 마음으로 근본에다 한다면, 또 삼천배를 하더라도 하나로 모아서 할 수 있는 그런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어떤 마음이 일어나든 그렇게 체험을 하게끔 마음으로 노력을 하도록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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