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음으로 발심하셨는지요 > 길을 묻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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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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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음으로 발심하셨는지요

본문

질문

대행 큰스님께서 발심하실 때의 마음, 그리고 닦아 이루셨을 때의 체험 등을 말씀하여 주신다면 저희들 공부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저는요, 9살에 남의 집에 가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어디다 의지할 데가 없었습니다. 의지할 데가 한 곳도 없었습니다. 아버지라는 소리도 제대로 못 불러 봤습니다, 얼마나 엄한지…. 그래서 (가슴을 가리키시며) 여기에다가 아빠라고 불렀던 겁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내가 죽고 사는 것을 염두에 두지도 않았습니다. ‘사람이 한 번 나왔다가 한 번 가는 것인데 늙고 젊고가 따로 있겠느냐. 어차피 이렇게 갈 거라면 차라리 그냥 가는 게 좋겠지?’ 하고선 뭐, 죽고 사는 건 염두에 두지도 않고요.

그러나 남의 집을 살다 보니까 고생이 돼서 참 많이 울었습니다. 그런데 울어도 아빠를 부르고 울었고, 고독해도 아빠를 부르고 울었죠. 그때는 물통에 물을 길어다가 먹었습니다. 일 전을 가지고 물을 사면 고련씩 요만큼씩 한 표를 주었는데, 표 하나씩을 가지고 한 지게, 두 지게 요렇게 했습니다. 그런데 여덟 지게를 져야만이 그 집이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홉 살, 열 살, 열한 살이 되기까지 그것을 져 날랐습니다. 그것만 져 나른 게 아닙니다. 엄마 없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애를 업고 잤습니다. 그런데 이루 말할 수 없는 문제가 벌어지곤 했죠. 나는 그 아이가 불쌍해서 그냥 업고 자고, 온통 야단을 하고 울면 같이 울고, 그렇게 아빠에게 맡기고 했는데, 그 애를 주려고 과자를 사 놓은 걸 내가 먹었다는 겁니다. 그 사정은 일일이 말로 다 못합니다. 그런 거를 드러내 보일 수도 없고 그러니까 그 자리만 붙들고 울었을 뿐이죠. 이걸 얘기를 하려니까 그 얘길 안 할 수가 없군요.

그래서 그저 모든 일체를 다 거기에 맡겨 놓고 했죠. 물을 길러 가도 신발이나 좋았습니까, 어디? 게다짝이죠. 또 게다짝이 닳아서 못 신으면 짚신이죠. 그렇게 해서 처음에는 물이 다 엎질러져서 옷도 다 젖고 그래서 귀퉁이도 무척 쥐어박혔습니다. 그렇게 한 열흘이 지나니까 한 모금도 떨어뜨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면서도 또, 저 바깥에 나가서 뜨뜻한 물도 없이 기저귀를 빨아서 전부 철망에다 널어야만 했습니다. 그럭하고 나면 손이 얼어 부풀어서 그냥 뭐, 막 아파서 죽겠죠. 시린 게 아니라 아파요. 아픈 거를 꼭꼭 쥐고서 거기다 맡겼죠. 그저 그때서부터 거기다 맡기는 것을 내내 하면서, 밤이면 밤대로 나같이 이렇게 불쌍한 사람, 나같이 어려운 사람, 어리석은 사람 그런 모든 사람들을 도와 줄 궁리를 했습니다. 그때는 또 밥을 굶는 때가 많았습니다. 아주 뭐 밥 굶는 사람이 늘비했죠. 그러니까 있는 곳간에 가서 보이지 않게 훔쳐다가 어떡하면 저 사람네들에게 줄 수 있을까 하고 항상 내면에 맡기면서 그렇게 했습니다. 그런데 성공을 했죠. 허허허….

내내 그렇게 하다 보니까 그게 참, 8·15 해방이 되기 전이니까 열여덟 살이 됐습니다. 그전에도 항상 감응은 왔지만 정말 열여덟 살에, 지금으로 치면 깨쳤다 그러지만 그때는 그것도 몰랐습니다. ‘나’가 혼연히, 모든 것이 이 마음에서 우러나왔고, 그 아빠는 반드시 나를 리드해 줬습니다. 항상 그저 잘못된 거면 잘되게 다스려 주고 또 이끌어 주고 ‘이렇게 해야 된다.’ 하는 것을 이끌어 주었습니다. 그러니까 어느 때는 이렇게 말씀하더군요. “네가 일할 때는 내가 너와 하나가 되고 일을 안 할 때는 네가 나와 하나가 되고, 그것은 무슨 까닭이냐?” 하고 물었습니다. “자(子)가 부(父) 앞으로 가면 부와 하나가 되고, 부가 자 앞으로 오면 자와 하나가 되느니라, 무슨 까닭이냐?” 그때에 생각하기는 체가 없는 마음이니까, 마음이라는 것은 이름이지 그 결과는 아니다. 그러니까 그 마음, 부와 자는 둘이 아니다. 그건 체가 없어서 그냥 이 몸도 움죽거리게 자꾸 이끌어 주면서, 그냥 같이 돌아가는 거니까 둘로는 안 봤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알고 갔는데 그 후에 날이 퍽 추웠습니다. 날이 추우니까 “여름이 옳은 거냐 겨울이 옳은 거냐? 겨울이 좋으냐 여름이 좋으냐?” 이렇게 물어요. 내가 모르니까 그렇게 물을 수밖에 없죠. “여름과 겨울이, 사계절이 어떻게 둘이 되겠습니까?” 했습니다. “사람이 춥다 덥다 하는 거지 진리라는 건 춥다 덥다가 없지 않겠습니까?” 했습니다. 그러자 그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 천지가 한데 합치는 거 같았습니다. 산하대지가 일제히 전부 손끝을 한데 모으고 (합장해 보이시며) 그냥 전부 그러는 게 보이면서, 천지가 그냥 하나로 뭉쳐져 버리면서 차츰 차츰 차츰 작아지면서, 불덩어리가 작아지면서 그냥 불덩어리 구슬이 돼서 그냥 팡! 일어나는데 그때에 놀랐습니다.

그럭하고 난 뒤에 무척 울었습니다. 왜 울었느냐 하면 ‘천(天)은 지(地)를 다스리면서 산하대지의 일체 만물을 다 기르는데, 제가끔들 천차만별로 마음에 따라서 저렇게 짓고, 죽이고 살리고 싸우고 하니 참 너무도 기가 막히구나! 나는 죽어도 그만 살아도 그만인데, 왜 저다지도 저러는가?’ 하는 생각에서, 무엇 때문에 울었는지 하여튼 무척 울었습니다. 그리고 미친 것처럼 또 싱긋싱긋 웃고 다녔습니다. 생각해 보면, 나와서 가는 길만 알았지 오는 길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지금 이렇게 벌어지지, 가는 길을 알고 오는 길을 안다면, 그게 양면이 작용을 하기 때문에 너무나 즐겁고 좋은 겁니다, 싱그럽고. 그런데 그렇게 고생을 해도 고생하는 거 같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입산하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열아홉 살, 8·15 해방되고 나서 입산을 해서 스물세 살, 즉 말하자면 6·25 나던 그해 3월 달에 계(戒)를 받았죠. 부끄럽고 창피해서 그 말을 영 못하다가 이 근래에 그 말을 하고 있습니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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