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도 먹고 들어가야 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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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법문 중에 가끔 부처도 집어삼켜야 한다고 하시는데 무슨 말씀이신지 그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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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한계가 없는 걸 부처님이라고 이름을 지어 놓은 겁니다. 부처님이라는 것은 너 나가 둘이 아니고 산천초목,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어떤 것이든, 못났든 잘났든 바로 자기 영역에서는 높다는 거를 상징한 겁니다. 어느 집안에서든지 그 안에서는 모두가 다 나름대로 높다는 겁니다. 집안뿐만 아니라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일체 만물만생이 다, 지렁이는 지렁이 소굴에서 높고, 거북이는 거북이 소굴에서 높은데 단, 차이가 없이 평등하게 높은 것을 부처님이라고 이름을 해 놓은 겁니다. 그리고 본래 이것저것 탓할 게 없이 여여하게 그대로 돌아가는 것을 여래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그 이름 내놓은 것에 끄달린다면 한 걸음도 딛고 나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옛날에 부처님께서 비유해서 말씀해 놓으신 게 있다고 봅니다. 어느 왕이 나라를 통치하고 있었는데, 그 아들이 자기 아버지인 왕을 죽이고 왕위에 올라섰습니다. 왕위에 올라서서 일을 하다가 큰 종기가 났는데 앓다 보니까 몸뚱이가 아주 마르고 이제는 다 죽게 됐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두 병문안을 오니까 그때서야 자기가 업보가 될 것을 모르고, 죄업이 될 것을 모르고 왕을 살해하고 왕위에 올라선 것을 참 한탄한다고, 앓아 드러누워 있으면서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병문안을 온 분들이 뭐라고 얘기를 했느냐 하면, “왕을 죽이고 왕위에 올라서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든지 다 그렇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승에서는”, 즉 얼른 쉽게 말해서 얕은 지위의 중생들은, “업보가 있겠지마는 당신은 업보가 없습니다.”라고 하는 겁니다. “어떻게 해서 업보가 없느냐?” 하고 물으니, “톱이나 도끼로 나무를 잘라 내고 그래 봤던들, 그 톱이나 도끼에 업보가 붙는 것 보셨습니까?” 아들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그 사실을 지금 부처님께서 비유해서 얘기하신 건데, 문안을 드리러 온 사람이 그렇게 말을 하면서, 말하자면 “굼벵이가 자기가 나올 때는 자기 어미를 탁 찢어 버리고 나옵니다. 독사가 이 세상에 나와서 자랄 때는 자기 어머니를 먹고 자랍니다. 그래도 죄가 붙습니까?” 하고 물었답니다. 그 말끝에 홀연히 깨달아서 ‘아하, 그게 아니구나. 이 세상 모두를,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을 때에 그냥 먹었을 뿐이지, 그거를 먹었다고 해서 죄가 붙을 자리가 없구나.’ 이거는 대승의 도리입니다. 대승이라는 도리도 없는 도리입니다.
그래서 그때에 부처님께서 그렇게 비유해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모든 사람들이 ‘깨닫는 것은 붙을 자리가 없구나. 모두가, 너 나가 다 둘이 아니거늘 붙을 데가 어딨는가.’ 하고 깨달았다는 거죠.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하고 그 왕위에 올라섰다는 뜻은, 바로 우리가 지금 이 물 한 방울에 다른 물 한 방울이 들어간다면 한 방울의 물이지 거기에는 두 방울의 물이 없습니다. 사람을 그냥 죽여서 죽인 게 아니고, 그건 마음의 도리를 비유한 겁니다.
그러니까 부처님도 먹고 들어가야 된다 이거죠. 부처님도 먹고 들어가야지, 부처님이 삼라만상 다 둘이 아니게 한자리를 하고 계시고 모두 평등하게 집어 잡쉈다면, 그 부처님의 골수를 집어 먹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집어 먹기 위해서는 그러한 수행이 필요하다 이겁니다. 지금 우리가 마음 도리를 공부해 나가는 이 수행이 필요하다 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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