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도 집어삼키라는 뜻은 > 길을 묻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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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는 이에게는
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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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도 집어삼키라는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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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선지식들께서 부처도 집어삼키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저의 그릇으로는 그 뜻을 헤아리기가 어려워서 이렇게 질문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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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본원관리자님의 댓글

본원관리자 작성일

어린애를 낳아 놓으면, 처음 걸음마를 배울 때 발자국을 떼어 놓기 위해서 천방지축 걸어가죠. 그럴 때 그 어린애가 ‘내가 가다가 넘어지면 어쩌나. 내가 낭떠러지에 떨어지면 어쩌나.’ 하지는 않겠죠. 아무 생각 없이, 오직 내가 발걸음을 떼어 놓는다는 기쁨에만 그냥 뗄 뿐이죠. 그런 반면에 우리 인간 자체는 살아가면서 항상 ‘낭떠러지에 떨어지면 어쩌나. 잘못돼서 넘어지면 어쩌나. 구덩이에 빠지면 어쩌나. 잘못되면 식구가 다 죽을 텐데….’ 하는 생각 때문에 한 발짝도 떼어 놓지 못하는 경향이 많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렇게 돼서는 안 되죠. 마음이 우선입니다. 마음이 우선적이기 때문에 내 마음으로 인해서 바깥으로 작용이 나오고, 작용이 나오면 바로 어떠한 경계가 완전히 나타나죠. 망하든지 흥하든지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마음 씀씀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항상 이런 말도 하죠. “더하고 덜함도 없는 그 가운데서 바로 자유스럽게 쓰는 그 마음씨가 있기 때문에 행동이 나오고, 행동이 나오기 때문에 현실에 적합한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진다.” 하고요. 그래서 “크고 작은 것이 둘이 아니다. 둘 아닌 가운데에 내 마음이 스스로 자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만이 할 수 있다.”라는 얘기죠.

내가 아까 어린애 얘기를 왜 했느냐 하면, 여러분은 관습이나 습관에 젖어서, 고정관념에 젖어서 영 옴치고 뛰질 못해요. 이론만 가지고 세상 사는 것이 아닙니다. 아는 것만 가지고 사는 게 아닙니다. 결국은 행하는 겁니다. 이론만 가지고 사는 게 아니라, 묵묵히 한생각을 했으면 그대로 묵묵히 걸어갈 뿐이고 작용을 할 뿐이죠. 그렇기 때문에 조그만 거든지 큰 거든지, 진실로서 한 발짝 떼어 놓고 행을 하는 것이 문제지 아무리 말과 이론으로, 아무리 지식으로 안다 하더라도 그건 소용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니라고 한 겁니다. 일체 모든 부처님들, 즉 말하자면 부처님 이름도 허다하게 많죠? 그 많은 이름의 부처님들도, 역대 조사들도 다 “그저 부처님이 이 앞에 있어도 집어삼켜라. 역대 조사들이 있다 하더라도 집어삼켜라. 중생이 있다 하더라도 집어삼켜라. 일체를 다 닥치는 대로 집어삼켜라.” 하신 뜻은 무엇이냐.

마음이기 때문에 그것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어떠할는지 모르겠지만 첫째, 마음먹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 마음은 체가 없어요. 체가 없기 때문에 수만 명의 선지식들을, 부처님들을 넣어도 두드러지지 않아요. 한 찰나에 이 세상을 다 집어넣는다 하더라도 두드러지지 않아요. 들고 나는 문은 한 문이자 한 구멍이에요. 그게 문 없는 문이에요. 한 세상을 다 집어넣고, 가정을 다 집어넣고, 역대 조사 역대 부처님들을 다 집어넣어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이 소립니다. 다 집어넣었으니까 다 내놓아야죠? 그래서 “다 버리고 나니까 다 얻더라. 얻고 나니까 버릴 것도 없더라.” 이렇게 되죠. 모든 걸 집어넣어도 두드러지지 않고, 다 집어넣었으면 다 내놓을 줄 알아야 그게 보살행이라고 볼 수 있겠죠.

항상 얘기하지만, 변화하고 화(化)하면서 돌아가는 세상입니다. ‘변화!’ 이 말이 두 글자에 불과하지만 그 속에는 세상이 엄청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보세요, 변화가 어떻게 돼 돌아가나? 천차만별의 만물만생이 변하고 화하고, 또는 고정됨이 없이 나투면서 찰나찰나 돌아간단 말입니다. 그런데 그 안에 뭐가 들어 있습니까? 또 공생, 공용, 공심, 공체, 공식화하고 돌아가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것이 다 공동분담으로 돌아가니까, 나를 세울 게 없으니까 공덕이라고 하는 겁니다.

이 이치를 다 알기 위해서는, 내가 지식으로나 이론으로나 학식으로나 아는 거를 다 놔 버려야죠. 그것을 놔야 모든 것을 다 얻을 수가 있죠. 그래서 한 구멍에다 놓는다면 놓은 그 자리에서 다시금 생겨나니까, 역시 한 구멍으로 들이고 내는 그 작용이 그대로 법이죠. 나 혼자만이 안다고 세워 봤자죠.
 
여러분이 잠시 생각을 해 봐도, 몸뚱이 속에 수많은 중생들과 더불어 자기 마음의 부처가 둘이 아닌데, 어떻게 나 혼자 살고 있다고 내세울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이 아무리 잘 알고, 이론으로 잘 알고, 한마음 공부를 잘하고 간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둘이 아닌 까닭에 ‘내세울 게 없다’는 얘기죠. 내세울 게 없는 자기 몸뚱이를 존재로서, 관리인의 시자로서 둘 아니게 절대적으로 나갈 수 있다면, 그대로 하나하나 어떠한 부분이든지 맡아 가지고 있는 거기에서 다 합니다. 그놈이 다 하는 거지, 딴 데서 하는 게 하나도 없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이 묘한 도리로 볼 때 ‘과거에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서 악업 선업으로 입력이 됐던 것이 지금 나오는 거니까 거기다가 되입력을 한다면 앞서 입력이 없어진다, 그릇은 항상 빈다’고 한 것입니다.

그러니 입력된 그 자리에다가 다시, 그 뿌리에서 나오는 거니까 그것을 믿고, 자꾸 누적되지 않게 그 뿌리에다 그저 닥치는 대로 넣으세요. 부처님이 닥쳐도 ‘둘이 아니다’ 하고 넣고, 그저 어떤 게 닥쳐오더라도 ‘둘이 아닌 까닭에 너만이 할 수 있어.’ 하곤 다 그냥 놓는단 말입니다. 그럼으로써 바로 새로 입력이 들어가니까 앞서의 입력은 없어지는 거죠. 그래서 ‘오간지옥도 무너진다’고 하는 겁니다.

그러니 자꾸 새 그릇에 담기면서 그릇이 비고 하니까 얼마나 즐겁겠습니까? 새로이 넣는 것이 현실에 나오고, 현실로 나오면 즐거움이고, 화가 나면 화가 나는 대로, 화나게 하는 놈도 그놈이니까 안 나게 하는 놈도 그놈이죠. 매사를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진짜 사랑할 수 있고, 진짜 다복할 수 있고, 진짜 잘 살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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