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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는
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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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일하게 놓고 가려면

본문

질문

일체를 주인공에 놓는다 다짐하고 공부하고 있는데 어떤 때는 잘 놔지는 것 같은데 어떤 때는 잘 놔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또 어떤 때는 관하면 잘되는데 어떤 때는 관해도 안 될 때가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여일하게 잘 놓고 갈 수 있을는지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본원관리자님의 댓글

본원관리자 작성일

모두 일체 사는 게 공했어요. 찰나 생활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공한 그릇이에요, 공한 그릇. 그러니 여러분이 일체 만법을 들이고 내는 것을 다 당신 내면의 주인공에 일임하라 이겁니다. 그 주인공이라 하는 것은 어떠한 개별적인 자기를 내세우는 게 아닌 한마음의 도리로서 그냥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내가 했다 네가 했다 하지 마시고 그대로 여여하게 하시면서 놓아라 안 놓아라 하는 이런 것도 놓으십시오. 그 생각을 전체 놓으시고 그대로 하세요.

잘되고 못되는 거, 나중에 잘된다 못된다 이런 거는 개의치 말고 용광로에 넣기만 하는 작업을 해라 하는 것입니다. 용광로에 넣기만 하는 작업을 한다면 재생돼서 나오는 쇠는 자동적으로 스스로 나오니까. 내가 이렇게 놓는다고 해서 잘될까, 못될까 이런 건 걱정하지 말아야 이게 진짜 정통으로 놔지는 거죠. 내가 이렇게 주인공에게 모든 것을 다 일임해서 놓고 난 뒤에 재차 ‘아이구, 이렇게 놓는다고 저 일이 저게 될까?’ 이러한 생각을 한다면 그건 용광로에 정통으로 들어간 게 아닙니다. 그래서 나중에 재생돼서 나오는 거는 생각지 말고 주인공에 넣는 작업만 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도 표현을 했습니다. 그 아주 높은 산꼭대기, 제일 높은 데를 올라가는데 자꾸 짊어지고 갈 바가 뭐 있습니까? 자꾸 놓고 가야지, 사람 하나 몸뚱이 올라가는 것도 무거운데 어떻게 자꾸 생기는 대로 짊어지고 가겠습니까? 그러니 올라갈 때는 다 놓고 올라가시라 이겁니다.

조금만 뭐가 보이는 게 있고 들리는 게 있고 이러면은 그냥 자만하고, 또 나쁜 게 보이고 좋은 게 보이고, 미운 게 보이고 또 이쁜 게 보이고 이걸 일일이 욕심내고, 그 아집을 가지고 나라는 조건에서 영 한 발짝도 떼 놓지 못한다면 거기 자기가 갈 수 있는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내 짐도 무거우니까, 이 몸도 공해서 이것도 놓고 지금 터벅터벅 가는 바 없이 가고 있는데 자꾸 짊어질 게 뭐 있느냐는 얘깁니다.

다 놓고 가다 보면 맨 상봉 꼭대기에 올라갔을 때 비로소 둘러보니까 모두 그 위에서 내려다보이더라 이겁니다. 전체를 볼 때하고 조그만 개별적인 거 볼 때하고는 전혀 다르게 보이더라. 전체가 보이는 걸 보니까 ‘아이구, 저기서 일어나는 것이 여기로 인해서 일어나고 저기로 인해서 여기서 일어나고 이렇게 되니깐, 이쪽을 누르면 저쪽이 눌러지고 이쪽이 이렇게 자꾸 일어나니까 어떤 거를 손을 댈 게 없더라.’ 이렇게 되죠.

그래서 잘못하고 잘하고 그것이 없더라는 얘기죠. 그리고 남녀노소가 따로 없고. 무의 세계 유의 세계를 다 합쳐서 보니까 그렇더라는 얘기죠. 또 동 서가 둘이 아니고 남자 여자가 둘이 아니고, 대승 소승이 둘이 아니요, 어려운 사람 부자 사람 이것이 둘이 아니요, 권세 없는 사람과 권세 있는 사람과 둘이 아니요, 항상 뒤바꿔지더라, 돌아가더라 이겁니다. 그래서 거기서 내려올 때는, 내려올 때는 다 주워 모아서 담아도 담긴 사이가 없더라. 담긴 사이가 없으니 내려와서는 내놔도 내놓은 사이가 없이 내놔지더라.

그래서 무조건 여러분이 이 도리를 배우는 데는 천금 만금을 주고도 배우기 어려우니 지금 인연에 따라서 이렇게 배우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열심히 스스로 익히고, 자기 것을 만들어서 스스로서 자기가 응용할 수 있는 그러한 방법과 그러한 지혜와 그러한 자비를 가지고 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얻으시라는 얘기죠.

우리가 아무리 남의 책을 보고 남의 말을 듣고 지식적으로 머리에 넣어서 그거를 때에 따라선 얘길 하고 쓴다 해도 그거는 헛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경을 본다 하더라도 백지를 볼 줄 알아야 글을 볼 수가 있고 글을 볼 수 있어야 만법의 근원이 지혜롭게 그 한 글자에서도 나올 수 있다 이런 말이죠. 그래 여북하면 ‘백’은 전체를 말하고 ‘지’는 지혜를 말한다고 하겠습니까. 글은 우리가 지금 용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이렇다 좋다 하는 거를 모른다면 어떻게 부처를 이루겠습니까?

하여튼 망상이라는 것도 놓고, 우정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하는 마음도 놓고 꾸준히 물러서지 않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대로 여여하게 갖추어 가지고 있으니까 그대로 믿으면 되는데 사생결단을 하고 ‘이놈의 게 왜 안 되나?’ 모질음을 쓰고, ‘이게 이렇게 놓으면 된다는데 왜 안 되나?’ 이러면지네가 가다가 “아이고, 다리가 저렇게 많은데 어떻게 저렇게 가나?” 하니까 딱 서서 못 가는 거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못 갑니다.

그렇게 성실하게 일러 드려도 놓지 못하고 놨다 하더라도 다시 생각을 해서 ‘아이고, 이거 또….’ 하고 방방방방 뛰고, 그렇게 뛸 때 또 놓으라고 하니까 ‘아이구, 이렇게 놓고, 이렇게 놨는데도 안 된다.’ 이거죠. 안 된다는 생각까지도 놔야 될 텐데 그걸 놓지 못한다는 얘깁니다.

여러분 중에서 어떤 사람은 “아이, 그거 뭐, 한 번 죽지 두 번 죽습니까. 하늘이 무너져서 짜부러져 죽는다 하더라도 그냥 아이 뭐, 없으면 없는 대로 그냥 죽으면 죽는 대로 살죠.” 이러는데 그 사람은 아주 살게 돼서 괜찮고 아, 이건 살려고 바둥바둥하고 ‘왜 놓는데도, 그렇게 맡기는데도 안 되느냐. 주인공, 살려 주시오.’ 이러면 오히려 안 된단 말입니다. 그런 어리석은 행을 하시면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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