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진전이 없어 답답합니다 >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는
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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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 진전이 없어 답답합니다

본문

질문

인간으로 태어나서 금생에 이 마음을 꼭 깨치고 가야겠다고 서원하고 공부해 나가고 있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진전이 없어 답답하기만 합니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본원관리자님의 댓글

본원관리자 작성일

여러분이 염불하시는 데도 내 마음이, 한마음이 즉 관세음이고 지장이고 독성이고 산신이고 용왕이고, 이렇게 일체가 내 한마음에 들었다고 돼 있죠? 그 한마음에서 그 이름이 나가는 거고 한마음에서 씀씀이가 다 가락대로 차원대로 나가죠. 왜 내가 이런 소릴 하냐 하면, 여러분은 말로만 ‘내가 관세음이고, 내가 부처고, 내가 지장이고, 이 마음에, 그 한마음에 다 들었다는데, 뭐.’ 이렇게 꼿꼿이 세우는 마음이 있단 말입니다. ‘내가, 내가 부처니까 인간은 다 부처가 될 수 있고, 다 부처다.’ 하는 그 마음만 알고 이론만 알고 있지 진짜 행은 그렇게 못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내가 이 공부를 빨리 해야지.’ 하는 급한 마음을 가지시기 이전에 여러분은 자기의 아집이라든가 아상을 놔 버려야 하고, 자기 분수를 지켜야 하고, 또는 시간도 지켜야 하고, 의리도 지켜야 하고, 도의도 지켜야 하고, 사랑도 지켜야 하고, 그러니까 자만이나 아만을 부리지 말고, 착을 놔야 하고, 욕심을 놔야 하고, 투기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 모든 악한 것은 내 마음으로 안아서, 예를 들어 이 물 한 컵에 있는 물방울이 아주 악인이라고 합시다. 악인이라 하더라도 그걸 내 물그릇에 넣어서 같은 한 그릇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관세음보살의 행입니다.

그러면 관세음보살이 여러분의 이름에 속한다고 볼진대 그렇게 넣어서 안아서 녹여 주고, 병자가 있으면 병자가 있는 대로 여기 넣어서 안아 주고, 또 가난이 있으면 내 가난과 같이 생각해 줄 수 있는, 이익을 줄 수 있는 마음이라야 되고, 그래서 내 몸과 같이 생각하고 내 아픔같이 생각하고, 또 죽는 사람이 있어도 내 마음으로, 한마음으로 안아서 나를 만들어서 다시 내놓는다면 그것이 바로 천도입니다.

이 마음과 마음이 서로가 서로를 안을 때, 참 그것은 즐겁고 여간 좋은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마음이 그렇게 될 때에는 밉고 곱고, 너는 잘못하고 잘하고 이것을 따진다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항상 보살들이 될 수 있는 100%를 가지고 있고 99%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또는 부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99%다 할지라도, 관세음보살 지장보살이 다 될 수 있어도 이 행을, 그대로 선행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닙니다. 그건 중생을 벗어나지 못하는 일에 속합니다.

그래서 물건도 ‘내가 물건을 다 잃었다’고 울지 마시고 내가 그 사람 물건을 써서 내가 그 물건으로, 물질로 그 사람한테 갚았다고 생각한다면 억울할 게 하나도 없죠. 받지도 못하고 그럴 거를 울고불고해서 몸까지 집까지 망가뜨리고, 살림까지 망가뜨리고, 식구까지 다 파산을 시키고, 그런 행은 있을 수가 없는 거죠, 이 공부하는 사람들은.

그러니까 계율도 지키려는 생각을 억지로 낸다면 하나도 안 지켜집니다. 지킨다 안 지킨다를 떠나서 그렇게 행을 해 가지고 나가신다면 그대로 천 가지 만 가지 이 세상의 계율과 질서를 다 지키면서 모순된 일을 하나도 하지 않고, 그렇게 삶의 보람을 느끼면서 여여하게 자유인으로서 살아나갈 수 있는 그러한 아마 이름 없는 부처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그 행이 중요하다는 얘기죠. 여러분이 아무리 부처가 되려고 애를 써도 그 행이 그럴 때는 안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주인공에다 놓고 갈 때는, 아주 빡빡하고 마르고 척박한 땅에 물을 주고 모든 걸 그렇게 하니까 노골노골해지지 않습니까. 돌도 골라 내고 다 이렇게 행으로 하니까 말입니다. 그렇게 하면서 우리가 주인공에다 모든 것을 맡겨 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엎드러지면 여러분에게 일어날 힘도 있죠? 그러니까 거기 놓을 때에 안 되는 것도 거기고 되는 것도 거긴데, 되는 것도 고정되지 않고 안 되는 것도 고정되지 않으니 그 굴리는 것은 운전수에 달려 있다.

이리로 가는 것도 저리로 가는 것도 운전수에 달려 있으니 안 되는 거 되는 것을 다 거기에, 거기에서 나오는 거니까 거기에다 다 놓고, 되게 하는 것도 너고 또 몰라서 못 쓰는 것도 너니까 그것을 지혜롭게 운전해 간다면, 그것을 그렇게 놓고 간다면 벌써 시각이나 청각이나 후각이나 감각이나 지각이 발효가 돼서 벌써 오신통이라고 하는 그 이름이 아닌 내 마음이 아주 밝게 맑아지고 지혜로운 마음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때는 자꾸자꾸 지혜가 생기죠, 두뇌로.

그러면서 내가 보는 눈도 달라지고 듣는 것도 달라져요. 내가 하는 것도 달라지고 생각하는 게 모두가 달라집니다. 전부 바꿔져요. 이상하게 바꿔지죠. 그게 성숙해 가는 것입니다, 익어 가는 게.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편리하고 편안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옛날에 선혜보살이라고 하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런데 그 보살이 너무도 착하고 어질고, 행을 너무도 참 정확하게 밝게 지혜롭게 하셨습니다. 그분은 항상, 아주 불쌍한 사람을 보면 불쌍한 대로 이익을 주고, 아픈 사람을 보면 간호를 해 주면서 항상 마음을 위로해 주고 내 아픔같이 생각해 줘서 건져 주시고, 또 어떠한 악한 자를 보면 악한 자도 항상 이 물컵에 물 한 방울 넣듯이 내 마음으로 안아서 항상 착한 사람 되게 이롭게 해 주고, 착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그랬답니다. 착한 사람도 고정되지 않고 또 악한 사람도 고정됨이 없거든요. 그거 아시죠?

그러니까 악하다고 해서, 모른다고 해서, 또 바보라고 해서, 거지라고 해서 업신여기지 말라 이겁니다. 한 찰나예요, 그것도 돌아가는 게. 그러니 잘나고 도도하고 위대하고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도 한 찰나다 이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선혜보살은 아주 모든 것을, 인간에게 어떤 꽃 한 송이도 돌 하나도 그냥 이렇게 버려두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그분의 마음의 스승이 연등으로 화하시고 나중에는 그 연등부처님으로 하여금 석가세존이라는, 석가모니를 증명해 주셨고, 오늘날까지도 그 석가모니는 살아 계시다는 것을, 여러분이 살아 있는 한 계시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름 없는 이름은 아마도 이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밝음이 아닌가 이렇게 봅니다.

우리가 오고 가면서 삿갓 쓰고 주장자 들고 바리때 하나 들었으면은, 나물 먹고 물 마시면 족하지 대장부 살림살이 아, 얼마나 좋습니까? 오고 가면서도 그 선혜보살처럼, 그렇게 석가모니가 되시기 이전에 그렇게 하신 그 노력으로, 그것만 노력하신 게 아닙니다. 부처님께 바친 그 뜻을 볼 때 머리를 풀어서 땅이 질다고 깔아 드리질 않았나, 옷을 벗어서 질다고 깔아 드리질 않았나, 그것도 모자라서 몸뚱이까지 거기에 엎드려서 그걸 딛고 가시게 한 그 뜻을 생각해 보십시오. 얼마나 정성이 지극했나. 그 행도, 마음의 그 도리도, 그 뜻도, 그래 여북하면 이름을 선혜라고 했겠습니까?

그러니 여러분도 그 행을, 지금 여기 다니시면서도 “아이구, 누구는 어떻고 누구는 어떻고, 누구는 어떤데….” 이렇게 말씀하지 마시고 그러한 말이 들리걸랑은 그저 거기 맡기시고 ‘그거는 그런 게 아니고 우리 공부하는 사람은 이렇게 이렇게 해도 그것이 또 오래 갈 것도 아니니 달라질 수도 있고, 좋아질 수도 있고, 나빠질 수도 있으니 그런 걸 개의치 않는 것이 좋지 않은가.’ 하는 그런 마음씨를 가지고 우리가 행을 할 수 있다면 앞으로 정말 여러분은 진짜 부처님이 되시고 관세음이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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