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과 관법은 다른 것인지요
본문
질문
이제 마음공부 초보자입니다. 친구 따라 절에 발을 디딘 지 한 삼 개월 정도 되긴 했는데 주인공에 관한다는 것이 알 듯하면서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때는 잘 관하고 있는 것 같다가 어떤 때는 전혀 관하고 있지 않을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관하는 것과 참선하는 것은 다른 것인지요. 저희 같은 초보자들을 위하여 다시 한번 가르침 주시기 바랍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법은 누우나 앉으나, 내가 좀 앉아서 참구해 보겠다 하고 앉았으면 ‘주인공, 당신만이 당신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 하는 것입니다. 그게 관법입니다. 당신이 당신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거지 바깥에서 증명할 수는 없는 겁니다. 주인공만이 자기가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겁니다.
뛰어넘고 뛰어넘고 하는 교차로가 바로 거기입니다. 우리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교차로와 같습니다. 여러분이 숨을 들이쉬고 내쉴 수 없다면 죽을 거고, 내쉬고 들이쉴 수 있다면 살 겁니다. 그 양면이 교차하는 그런 틈에서 그냥 그대로 숨을 쉬고 살고 있는 거와 마찬가지니까, 바로 그놈이 있으니까, 그놈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건 그놈밖에 없잖아? 그리고 모든 생활을 들이고 내는 것이 자기가 있기 때문에 들이고 내는 게 아닌가? 자기가 없다면 들이고 낼 건덕지는 뭐 있어? 아무것도 없지. 그리고 숨을 들이쉬고 내쉴 수 없다면 이 공부는 어떻게 해? 그렇기 때문에 이 배낭이라는, 종이라는, 집이라는 육신에 50%가 달려 있다 이 소립니다. 이해가 가십니까?
그런데 관하지 않으나 관하나 지구는 돌아가고 있습니다. 세상은 그냥 돌아가고 있고, 자기가 관을 안 하든 하든 돌아가고 있어요, 그냥. 안 하는 것도 그 자리요, 하는 것도 그 자리라 이겁니다. 그러니까 그대로 여여함이죠. 안 한다, 끊어졌다 하는 생각은 자기의 관념적인 생각이지 포괄적인 생각은 아니닙니다. 그러니까 쉬어라 이 소리에요, 그냥. 하루 종일 24시간 얘기를 안 하고 그거를 끊어뜨리고 있다 하는 것도 자기 관념의 생각이지 끊어지긴 뭐가 끊어집니까, 시공이 없이 그냥 돌아가는데.
끊어진 것도 거기서, 하루 종일 일을 하다가 문득 생각이 나도 거기서예요. 이런 게 있어요. 24시간이라는 거는 우리의 관념적인 생각이지 24시간이라는 것도 없다 이겁니다. 그러니까 아침에 생각했다 저녁에 생각해도 아침하고 저녁하고 그냥 붙어 버려요. 그 공간이 그냥 없어져 버리죠. 이렇게 묘한 법입니다. 이래도 모르시겠어요? 그건 사람이 만들어 놓은 관념적인 생각이라 이겁니다, 하루 종일 내가 끊어뜨렸다 하는 생각은.
그런데 참선이라고 하는 것은, 이 뭣고도 그 자리에 놓는 것입니다. ‘이 뭣고’라는 말에 착이 붙으면 끊어질까 봐 두렵고 또는 무기공에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이 뭣고? 이게 뭘까?’ 하는 것에 10년이 걸리고 20년이 걸리는 겁니다. 당당히 ‘네가 있으면 네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라.’ 하는 것하고 ‘이게 뭣고?’ 하는 것하고, 수박을 놓고 ‘이게 뭣고?’ 하고 있는 거하고 그냥 칼로 탁 잘라서 먹어 보는 거하고는 의미가 다릅니다.
그깟 놈의 거,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인 것을 칼로 잘라서 죽으면 어떻고 살면 어떻습니까? 이왕지사 배낭 지고 한번 나왔다가 이 모습은 원점으로 돌아갈 건데, 맛을 봐야 먹고 싶기도 하는 생각이 들지 맛을 보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먹고 싶은 생각이 나겠습니까?
그러니까 무조건입니다, 무조건. 일체 만법이 벌어지는 이 세상이 전부 자기로 인해서 생긴 거니까, 자기만이 자기가 있다는 것을 증명받아 가지고, 세상이 둘이 아니게 돌아가는 이 이치를 꿰뚫어서 알기 위해서는 또 놓고 뭉쳐 놓고 뭉쳐 놓고 그렇게 해 나가야 됩니다.
- 이전글살아서 마음 도리 알아야 한다는데 24.02.07
- 다음글천도재와 제사 지내는 마음 24.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