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생에 만나 함께 하고 싶은데... > 길을 묻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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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에 만나 함께 하고 싶은데...

본문

질문

저는 불교에 관심이 많은 주부입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신 책도 읽고 나름대로 마음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요즘 고민이 있어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정말 잘 통하고 말을 안 해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분을 만났는데요. 지금 이생에서는 이룰 수 없는 처지이지만 다음 생을 믿고 꼭 그분하고 다시 만나고 싶어요. 주인공을 믿고 다음 생이 있다는 것을 믿지만 정말 그분하고 다시 만나서 한번 멋지게 살아 보고 싶거든요.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그분을 다음 생에 꼭 만날 수 있는지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내가 늘 얘기하지만 진짜 사랑을 하거든 놔줘라. 붙들고 있는 게 사랑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진짜로 사랑을 한다면 그 사람의 육신을 붙들고 함께 하는 것만이 사랑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마음의 차원을 높여서 마음으로부터, 육신으로부터 자유스러워질 수 있게 이끌어 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자 도리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다음 생에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다음 생에 서로 어떤 모습이 될지도 모르면서 만나기만 한다면 그게 좋겠습니까? 물론 이 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을 지도 모르겠지만 이생에 인연지은 지금의 생활을 내팽개치고 다음 생만을 기다리며 살겠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서 그러는 겁니다.

언젠가 했던 얘기지만, 어느 부부가 참 정답게 살았더랍니다. 서로를 아껴주며 정답게 살다가 한 사람이 일찍 죽었더랍니다. 한쪽이 일찍 죽으니까 남은 사람은 그걸 못 잊어서 항상 마음으로 그 사랑을 간직하면서 살다가 죽어서 부인을 따라갔는데 그 부인은 벌써 남편을 좇아서 이 세상으로 나왔더랍니다. 그랬으니 못 만났지 않습니까? 그래서 부인은 다시 또 염원을 해서 남편을 좇아갔는데 남편은 또 들어오게 됐죠. 맞추려니 얼마나 어려웠겠습니까. 나중에는 돌다 돌다가, 즉 남쪽과 북쪽을 향해서 스쳐가기만 하면서 그렇게 애원을 했더랍니다. 그렇게 만나보기를 염원했건만 시일이 얼마나 오랫동안 걸렸는지 모릅니다. 또 만났다 하더라도 세상에서 살면서 나이가 맞지 않으면 안되죠. 10년이 위일 수도 있고 20년, 30년이 위일 수도 있는데, 어른하고 애하고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맞추려고 남편이 나오니깐 또 뒤쫓아 나오고, 뒤쫓아 나와도 또 어린애더랍니다. 그래서 허덕지덕 하며 살다 닦고 닦아서 다시 나왔는데, 또 맞지 않는 것이 뭐냐 하면 하나는 종의 집 딸로 나오고 하나는 양반의 집 아들로 나왔으니 할 수 없이 그 집의 종으로 들어가서 살면서 빌었답니다.

''나는 언젠가 여기서 벗어나서 저 양반 선비하고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말입니다. 얘기이니 그렇지 그것이 알게 모르게 은연중에 항상 인연이 돼서 돌아가는 겁니다. 여러분도 자연히 그렇게 인연 따라서 도는 것이죠. 인연 따라서 식구들이 한데 모인 거고, 자기 차원 따라서 인연 따라서, 상업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이고 정치인들이 한데 모이는 겁니다. 은은 은대로, 금은 금대로 그 차원에 따라서 만남이 있는 겁니다. 그렇게 차원이 다르니까 차원에 따라서 그것을 맞추려고 애를 쓰다 보니까 나중에는 종으로까지 살게 됐고 그 선비는 주인으로 살다 일찍 죽으니까 부처님 앞에 가서 염원을 하면서, 그분 자손들의 밑에 가서 그렇게 염원을 하면서 애를 썼더랍니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똑같은 문벌과 똑같은 양반의 집에 태어나서 둘이 재미있게 살았다 합니다.

그렇듯이 한번 만나서 인연을 맺고 사는 것이 그다지도 어려웠다는 얘깁니다. 그렇지만 서로 염원하던 것이 있어서 그런지 부부로 만나서 살다 보니 나중에는 알게 되더랍니다. 부부라는 것이 잠시잠깐 뜬구름같이 만나서 사는 것인데 우리는 모르고 이날까지 염원을 하고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거를 말입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부처님 앞에 출가를 해서 스님이 되었습니다. 부부가 그때서야 알고서 40살이 가까웠는데도 입산을 했습니다. 스님이 돼서야 생각한 것이 뭔가 하면 바로 내 안에 내 님이 계시고 내 님 안에 밝음이 있으니 이것이 칠성이구나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말하자면 한마음에 의해서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과 아픔을 가셔줄 수 있다는 거, 그 얼마나 돌고 돌면서 헤맸던 인연에 의해서, 자기 마음의 깨우침에 의해서 눈물을 흘리면서, 길을 인도해 주셨고 노력을 해주셨다는 것을 진정코 알아 항상 보배로서 길을 가르쳐주는 길잡이가 됐다는 얘깁니다.

그러니 그렇게 허망한 사랑을 붙들고 있지 말고, 이번 생을 살면서 그렇게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들을 들고나게 하는 그 근본을 찾아서 다 녹여버리세요. 그러지 않는다면 몇 생을 그 집착 때문에 흘러 돌아야 할지 장담을 할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리고 또 그렇게 서로 애닯게 그리워하는 마음을 지니고 남은 생을 살아간다면 지금 살아가는 삶 속에서 인연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터인데 그게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어떤 때 보면 사람들이 사는 게 도깨비 장난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즐거워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실 알고 본다면 사랑의 감정은 수억겁을 살아오면서 이 모습 저 모습을 지니면서 짝짓기 하던 습이 남아서 서로의 모습을 그리워하고 나의 것으로 집착하는 의식입니다. 물론 그런 마음이 있었기에 인간의 사회가 구성이 되었고 유지가 되었겠지만, 우리는 인간이라는 차원마저 벗어나야 합니다. 그러니 그런 습을 지니고 세세생생을 살아가지 마시고 진실한 의리와 도의, 깊고 깊은 참다운 정을 나누어 줄 수 있는 큰마음이 되도록 노력하기 바랍니다.

감정으로 이렇게 되었으면 저렇게 되었으면 하고 생각하고 일을 처리하지 마시고 주인공, 좋아하는 이 감정도 당신으로부터 나왔으니 당신만이 이 감정을 녹일 수 있다고 지극하게 믿고 맡기세요. 그 길만이 서로의 마음을 집착으로 불태우지 않게 할 것입니다. 미워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당신은 할 수 있어! 하고 진실하게 믿고 맡긴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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