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원 치악산 견성암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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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11일, 견성암 가는 날.
새벽 시간, 어둑어둑한 거리에서 생기 있는 목소리로 인사를 주고받는 사람들의 얼굴은
대낮처럼 환 합니다.
치악산 견성암으로 스승님을 만나러 간다는 설레임으로 새벽 단잠을 물리치고 나선 길입니다.
새벽 4시 30분 부산역 출발~
버스는 치악산을 향해 달립니다.
출발한지 얼마쯤 지났을까요?
종무소에서 앰프와 카메라를 챙겨오기로 한 직원이 난처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카메라와 앰프를 종무소에 두고 왔어요~”
차는 무정하게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괜찮다.”
그러나 제대로 챙겨오지 못한 사람은 괜찮을 리 만무합니다.
환했던 얼굴빛이 걱정과 자책으로 새벽의 어둠보다 더 칙칙해집니다.
이미 두고 떠나온 것을 되돌릴 수도 없는 것이고 그 때부터 고요히 관해봅니다.
큰스님을 뵈러 가는 길, 큰스님께서는 이럴 때 어찌하셨을까?
창문 밖으로 빠르게 스쳐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주인공~ 해결책을 마련해 봐~”하고 관해 놓습니다.
마음속에선 이미 해결책이 마련된 지 오래입니다.
카메라는 핸드폰의 카메라 기능이 워낙 탁월하니 그걸로 댔고, 앰프는 앰프라곤 없었던 부처님 당시처럼 숨죽이며 육성으로 진행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아니 어쩌면 많은 문명의 이기에 익숙해져 모두가 숨죽이는 시간들을 우리는 너무 오래 잊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목소리가 작은 사람도 있으니 앰프가 구해지는 게 더 합리적인 해결책이었기에 마음을 그 쪽으로 꽂아 놓습니다. 마침 하루 전, 치악산 자락에서 숙소를 잡고 있던 청년법우에게 연락을 취해 그 주변에서 앰프를 구해보라 부탁합니다.
얼마 후, 구했다는 답이 옵니다. 때마침 숙소의 주인이 숲해설사여서 딱 알맞은 마이크와 스피커 겸용의 소형 앰프가 있다는 기별이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주인공은 이렇게 알아서 척척 해결합니다.
버스가 치악산 자락에 도착했을 때,
오늘의 산행이 부족해서 더 완전한 산행이 될 거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내가 부족하면 누군가 채워주고, 네가 부족하면 내가 채워주면서
우리는 한 걸음 한 걸음 큰스님께로 향할 것입니다.
그렇게 내 근본을 향해 갈 것입니다.
오늘의 산행뿐 아니라 우리 사는 모든 날들이
부족하고 모자란 가운데서도 충분한 나날들이 될 수 있도록
먼저 길이 되고 그 길을 걸어가신
부처님과 큰스님을 향한 감사함에 눈물이 찔끔 납니다.
카메라랑 앰프 안 챙겨온 직원이 이토록 감사할 줄이야. ^^
그날 숙소에서 안성맞춤으로 빌려진 작은 마이크와 스피커로
부산지원 대중들은 큰스님께 마음의 편지를 올렸습니다.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계실 그 이야기를
우리들은 귀로 듣고 마음으로 새겼습니다.
뜨거운 햇살아래서
더 뜨겁게 흘러내린 우리들의 눈물이
초록의 산 빛보다 싱그럽게 우리들의 마음을 적셨습니다.
내려오는 길,
얼음물처럼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오를 때의 땀방울이 온데 간 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견성암에서 돌아온 지 어느덧 일주일.
하루하루 펼쳐지는 일상은
산을 오르던 그날처럼
곳곳에서 툭툭 부족함이 튀어나옵니다.
그런 순간마다 누군가는 고요히 마음을 내면서
그 부족함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오늘도 무탈합니다.
고마운 나날입니다.
* 에필로그 *
카메라와 앰프를 놓고 온 직원을 향한 감사함은
가벼운 폰으로 사진을 직으며 산을 가뿐하게 오를 수 있어서 그런 것이
절대 아니라는 점을 밝혀 둡니다. ^^
좋은 사진에 대한 욕심으로 무거운 카메라에 망원렌즈까지 들고 가는데 익숙했던 나를 새롭게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 없는 사진의 부족함은 그날 사진을 아주 열성적으로 찍어주신 부산지원 신도회 총무님의
사진으로 보충했습니다. 좋은 사진을 흔쾌히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