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원 '빛'을 따는 사람들 - 촛불재 등 철거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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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씨 뿌리고
여름에 땀 흘리고 가꾸면
가을에 풍성한 결실을 수확합니다.
반대로 봄에 뿌린 씨앗이 없고
여름에 땀흘리지 않았으면
가을엔, 거둘 열매가 없겠지요.
부산지원 도량에는
때 아닌 겨울 수확이 한창입니다.
촛불재 사흘을 준비하고
사흘동안 손에 손에 촛불을 켜들며
환하게 밝혀든 마음의 등불이
대중들의 마음에 열매를 익어가게 했거든요.
촛불재를 회향하고 이틀 전, 등철거 운력까지 마쳤습니다.
등 철거 운력을 하는데 등을 떼어 내고
모습을 드러낸 전구를 분리했습니다.
높이 매달린 전구를 향해
손을 뻗어 전구를 빼 내는 보살님들을 보고 있으니
문득 밝음을 수확하는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전구의 불빛은 꺼졌으나
비록 촛불의 따스한 온기는 연기와 함께 사라졌으나
그 환한 빛은 마음 가득하구나 싶었습니다.
촛불재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또 촛불재를 잘 회향한 이후에도
크고 작은 일들이 닥쳐 옵니다.
마음을 환하게 밝혀서
이제 좀 편안하게 살아보나 하는 순간,
크고 작은 일들이 나를 힘들게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내 마음의 밝음앞에 비로소 드러나는
내 오랜 먼지와 같은 일들입니다.
밝아지니 드러나고 보이는 것들을
하나 하나 정리하고 녹여가며
이제 다시 마음 농사 시작입니다.
빛을 따기 바쁘게 또 다시 빛을 길러내는 농부들이 있어
부산지원은 환하고 따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