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원 내 안을 보는 일, 동안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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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춥습니다.
‘겨울이 왔구나’ 싶은 오늘
동안거 결재일입니다.
요즘 몸은 피곤한데도
잠이 부족한데도
어쩐지 에너지가 남는 것 같아
그 에너지 흘러갈 길 찾던 중입니다.
틈만 나면 영화 보고
평소 보지 않던 드라마도 보고
슬픈 노래 몇날 며칠 듣고 또 듣고
옛 생각도 불러오고
이러고 살면서
가만히 살펴보니
내 안에
내 안 깊은 곳에
수없이 많은 것들이 들어차 있음을 봅니다.
이제 다시 마음을 돌이켜
내 안을 보는 일로
에너지 흘러 갈 길을 삼고자 합니다.
큰스님께서
“관한다는 것은 밖이 아니라 안을 보는 것이며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하셨습니다.
“관한다 함은
일체를 나와 둘 아니게 보는 것이요,
일체를 싸안아 하나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일체와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분별하는 마음이 없어야 하며,
분별하는 마음을 없애기 위해서는 내가 죽어야 한다.
일체를 주인공에게 돌려놓는 것이 나를 죽이는 것이다.”하셨습니다.
내 안을 들여다보는 일이
내 안을 일일이 비추어 보는 일인 줄 알았더니
나마저 없다는 걸 비추어 아는 일임을 깨닫게 해 주시네요.
내 안에 들어찬 수많은 것들을
일일이 건져 올리지 않고도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던져 넣는 일.
오늘부터 세달 동안거 동안
날은 추워도
마음엔 활활 타오르는 용광로를 안고
따뜻하게 살고자 합니다.
여러분들도 따뜻한 겨울 나시길 바라며
동안거 결재날, 안부 전합니다.
**사진은 부산지원 대웅보전 벽화입니다.
우리 안에 이미 살고 있는 소를 찾아 떠나는 여행.
오늘이 그 여행을 떠나는 첫날이 아닌가 싶어 올려봅니다.
지금 여러분은
소를 잃고 고삐만 들고 망연자실 하고 계시나요?
소의 발자국을 발견하셨나요?
소의 흔적을 발견하고 자취를 따라 가고 있나요?
소를 만났으나 아직은 길들지 않는 까만소 인가요?
아니면 이제는 제법 주인말도 알아듣고 흰소가 되어가는 중인가요?
언젠가는 우리 모두 흰소의 등에 올라 피리 불며
세상을 깨우게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