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감에 만행 떠나고 싶어... >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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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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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감에 만행 떠나고 싶어...

본문

질문

저는 나름대로 무척 열심히 공부해 오고 있습니다만 전자의 업식이 두터워서 그런지 별다른 근거도 없이 몹시 불행한 마음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나를 억압하는 모든 상황에 대해 용납이 되지 않는 그런 마음이 생기면 이 모든 것을 다 팽개치고 만행을 떠나야 만이 마음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으니 더 극심한 불행감에 숨이 막힙니다. 파도와 같이 밀려오는 이 마음을 맞닥뜨리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고 나중에는 신경성 위장장애등을 동반하게 되며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처처에 법당 아님이 없고 도량 아님이 없는 줄을 알지만 이 괴로운 마음을 해결하기 위해 정말 모든 것을 거두고 남들이 뭐라 하든 제가 하고싶은 대로 한번 살아보고자 하는 것이 제 근본자리에서 나온 결론입니다. 가르침을 간절히 바라옵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예전에 내가 산으로 다니던 때 이야기를 해볼까요? 나는 못 먹고 못 입고,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는 형색으로 다녔어도 한 번도 내가 먹으려고 애를 써 본 예가 없고, 입지 못해서 애를 써 본 예도 없고, 또 그것을 원한 바도 없고, 더 살아보겠다고 원한 바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유유한 겁니다. 그런데도 내게 먹을 건 그대로 있었어요, 내가 있기 때문에. 내가 일하게 된 것은 내가 있기 때문에 일하게 되는 거고, 내가 있기 때문에 먹는 거고, 모든 것이 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누구한테 고맙다고 할 것도 없고 그것을 얻지 못해 애를 쓸 것도 없겠죠. 다만 나를 끌고 다니는 나한테 고마울 뿐입니다.

누가 음식을 준다 해도 내 것도 아니고 상대방 것도 아니니 참 감사하게, 준 사람과 나와 둘이 아니란 얘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대로 네 것도 내 것도 아니게 그 음식이 맛있는 거죠. “스님! 이 음식 맛이 참 좋습니다.”하면 “맛이 좋던가?”그러고선 그냥 껄껄 웃고, 그 얼마나 좋았겠어요? 무슨 맛이 나던가? 그러면, 예전에는 실과가 겨울에 많지 않으니 이른 때에 토마토라든가 이런 걸 하나 먹게 되면 “아이구, 이거 무슨 맛이 납니까?”또는 “무슨 맛이 나던가?”이런다면 “토마토 맛이지 무슨 맛입니까?”이러죠. 그러면 “거기서 무슨 맛이 나던가?”또 그러죠. 그러면 “여기서 스님 맛이 나는데요.”그러면 “또 거기서 무슨 맛이 나던가?” “물맛인데요.”

이렇게 서로가 웃는 그 뜻이, 스님네들 끼리 이 세상 돌아가는 비유를 한 거지, 토마토를 가지고 야단을 한 건 아니지요. 우리가 지금 사는 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한 맛만 나던가요? 24시간 사는 것도 한 맛만 나는 게 아닙니다. 한 가지 일만 하는 것도 아니고, 말도 한 가지 말만 하는 것도 아니고, 생각도 한 가지 생각만 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토마토도 아니고 담은 그릇도 아니고 묻는 말도 아닙니다.

그래서 그렇게 말한다면 불(佛)도 아니요, 역시 마음도 아니라, 천지미분 전 만백화라고나 할까요? 그 향기가 얼마나 좋겠소?

세상살이가 다 그러한 거죠. 그래서 돌고 도는 물일뿐입니다. 지금 나를 괴롭히는 무엇이 있다는 것도 알고 보면 그대로 그것이 나를 발전시키는 요인이라는 것을 알게되면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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