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석과 백종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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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며칠 전에 칠석을 지냈습니다. 또 9월 2일은 백중날이었습니다. 칠석과 백중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 뜻을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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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우리가 칠석날은 견우와 직녀를 많이 상상하시죠. 옛날 이야기든 뭐든 이치가 담겨 있지 않는 말은 없을 겁니다. 옛말에도 까치는 산 사람들을 위해서 인연을 이어 주고, 까마귀는 죽은 사람을 위해서 전달을 해 준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분명하게 알아둘 것은 전체가 인연 아닌 것이 없지만 칠석이라고 하는 자체가 우리가 태어남을 뜻합니다. 모두가 태어나는 길을 말합니다.
우리가 탄생하는 날을 기해서 칠성이라고 하는데, 불성을 만나는 인연이라고 했습니다. 정자 난자가 만나서, 불성이 둘 아니게 인연이 되는 그런 인연의 소치를 말하는 거죠. 마치 우리가 산 사람들을 위해서 촛불을 켜는 거나 똑같죠. 백중은 죽은 사람들을 위해서 있는 거고, 산 사람들을 위해서는 칠성, 말하자면 칠석이라고도 하는데 본래 근본은 칠성입니다. 그러나 칠석이라고 이름을 부르는 그 자체는 바로 이 칠성이 변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것을 누구나가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칠석이라고 하고 칠성부처님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산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동시에 미래로 자꾸자꾸 가는 겁니다. 우리는 과거를 연방 뒤로하면서 미래를 향해 전진하고 있습니다. 미래로 전진하는 사람들로서 우리는 촛불을 켜고 칠석을 맞이합니다.
다시 말해 불성이 밝으면 모두 다 밝아진다는 뜻입니다. 사는 사람들이 다 밝게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이따가 죽는다 하더라도 개의치 마세요. 뭐 꿈을 꾸었는데 꼭 죽을 꿈이라고 헐레벌떡 뛰어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꿈이 잘못돼서 금방 죽는다 하더라도 그냥 놓고 ‘죽이는 것도 너 살리는 것도 너니까, 그렇게 만들어서 꿈을 꾸게 한 것도 너니깐 너만이 잘못되지 않게도 할 수 있다.’ 하고선 관하고 그만 둘 수 있는 그런 마음의 능력만 갖는다면 그게 다 훌렁 뒤집어지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가 과거·현재·미래를 둘로 보지 않는다면 칠석과 백중은 둘이 아닙니다. 그래서 칠석날 마음을 밝게 해서 백중에 모든 조상의 영령들을 위해서 마음을 가다듬으라는 뜻도 됩니다. 하늘이 없으면 땅이 없고, 땅이 없으면 인간이 없듯이, 우리가 부모가 없다면 이 세상에 어떻게 태어나서 이렇게 다닐 수 있겠습니까. 하다 못해 곤충 같은 것도 자기의 부모를 위해서 다리가 찢기고 목이 떨어져도 달려드는 것을 봤습니다. 그런데 사람이라면 부모의 은혜를 알아야 자신의 삶도 원만하게 이룰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모든 곡식들에게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은 뭐냐하면 지수화풍의 도리를 믿고 감사하게 생각을 해야 만이 만물 만생이 우리와 더불어 같이 돌아갑니다. 그러니 감사하게 생각하면 은혜가 아니 되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농사를 짓는 사람이 있기에 먹고살지 않습니까. 옷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옷을 입고 있죠. 또 음식을 가공해서 먹게 만들어 놓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으니 모두가 더불어 같이 사는 겁니다.
그래서 공생·공용·공체·공심·공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라 이겁니다. 다섯 가지 문제를 총동원해서 한마음으로 더불어 살고 있는 이 자체가 바로 여래이며 부처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손이 그 도리를 알게 되면 그대로 한 종자에 한 종류니까 살아서의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죽은 사람들도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우리가 둘이 아니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백중날은 내 마음이 자식의 도리로서 조상님들에 대한 생각을 통틀어 하면서, 조상의 은혜를 생각하며 ‘모든 것이 다 제 마음과 같이 둘 아니게 한자리를 하소서.’ 하고선 한량없는 부모의 사랑에 감사하는 아리따운 마음을 가지고 “아버지 어머니, 살아 계실 때 용돈 한 번 제대로 못 드렸고, 맛있는 거 한 번 제대로 못 사 드렸고, 공양 한번 따뜻하게 해드리지 못했고, 살기 위해서 바쁘게 돌아다니다 보니깐 그랬고, 철을 몰라서 그랬고, 철 들어서는 부모가 안 계시니 이 불효를 어떡합니까!” 하고 지극히 정성을 담아서 부처님 전에 올리는 그 마음이 말입니다. 그 마음이 꽃송이처럼 향기가 퍼져서 온 천지에 이르게 되는 겁니다.
그럼으로써 그 영령들의 마음이 “아이구, 우리 아들의 마음이 이렇게 하늘에까지 향기가 퍼지는구나.” 하고 그 퍼지는 걸 느끼면서 그냥 와서 친견을 합니다. 친견할 때 모습이 없으면 친견이 안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꽃을 놓거나 위패를 놓습니다, 거기에 응접하시라고. 그래서 꽃잎마다 응접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응접을 해서 “내 아들 장하구나.” 그러다가 어느덧 그 조상이 그 도리를 알게 되어 자식의 마음, 공부한 자식의 마음 속으로 탁 들어가 보면“아하, 내 자식이 따로 없구나. 돌아가면서 부모 자식 노릇하기에 더불어 같이 이 끝없는 자비가 아니라면 어찌 살 수 있겠나.” 하는 그런 마음이 들면서 한 자리를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조상들이 이런 법을 알아서 정말 한자리하게 되기를 원하는 자식들의 그 마음이 아주 끝간 데 없이 간절해야 됩니다. 그러니 흔히, 천도재도 하고 다 했는데 왜 백중이고 추석이고 따로 또 해야 하느냐고 묻는데, 우리가 밥 한 번 먹고 더 이상 안 먹습니까? 그런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이 몸이 없어졌다고 다 끝나고 없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살아야 하고, 지속적으로 배워야 하고, 지속적으로 그 뜻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새겨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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