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 업은 피할 수 없나요? > 길을 묻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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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업은 피할 수 없나요?

본문

질문

마음을 연구해봐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제 마음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변덕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까지 좋았던 사람도 싫어질 때가 있고… 마음의 상태가 항상 고요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것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것도 결국은 마음이시겠죠. 불교에서 말하는 업이란 것이 자신이 지은 행위에 대한 과보라면 자신이 지은 업은 피할 수 없는 건가요. 참회로 인하여 자신의 업을 녹일 수는 있는 건가요. 그 점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마음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떤 때는 나를 둘러싼 환경이 나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만들어진 것이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안 받을 수가 없는데 과연 자기의 의지가 어느 정도 환경을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우리는 한 지구를 집으로 삼아서 살고 있는 생명들입니다. 그런데 이 도리를 웬만치 납득하고 이해하기 이전에 진짜로 내가 나를 움죽거리게 하는구나, 살리는구나, 그리고 형성시켰구나 하는 걸 아신다면 어떤 것도 부럽지 않고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그렇게 당당하게 살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환경에 처해있다 해도 그걸 남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기 탓으로 생각하고 벗어나려 할 겁니다. 그건 왜냐하면 내가 그토록 알고 믿고 당당하니까 어떤 게 온다 하더라도 걱정을 한다거나 언짢아 하지 않습니다. 잘되려고만 하는 것이 부처님 법이 아닙니다. 잘되고 못되고 이 양 갈래길을 다 자기 한 손에 쥐어야만이 그걸 부처님 공법이라 합니다.

우리가 그냥 아무렇게나 사는 것 같지만, 우연히 사는 것 같지만, 팔자 운명에 의해서 사는 것 같지만 그게 아닙니다. 아까 말을 잘못 했다면 지금 그 잘못한 게 나한테 돌아올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침착하게 한 생각해서 말을 잘 하고 잘 생각해라 이런 뜻입니다. 그 도리를 모르고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행동해서 내 앞에 닥쳐오는 것은 자신의 탓입니다.

팔자 운명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팔자 운명이 어디 붙어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 돌 하나도 나무 한 포기도, 인생들이 다 쉴 사이 없이 돌아가고 있는데 거기 뭐가 팔자니 운명이니 붙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다만 살아가면서 내가 생각을 잘못하고 행동을 잘못하고 계산을 잘못해서 그런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계산을 하라는 게 아니라, 눈뜨고 있지 않습니까, 귀 열고 있죠, 발 움죽거리죠, 냄새 잘 맡죠, 다 이렇게 뚫어놨단 말입니다. 그래서 앞뒤를 다 보고 스쳐가는 대로 행하라 이런 뜻이죠. 그것이 그대로 연기법이며 그대로 공법이며 그대로 세상 법이에요.

우리는 살아오던 습이 있어서 그 살아오던 습을 놓질 못해요. 아주 그 습을 뗄래야 뗄 수가 없는 게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고 또 살아오고 이랬으니까 못한다, 한다가 너무나 많고 또 알면서도 그대로 그냥 행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기가 실천을 해볼 생각도 안 하고 말이에요.

인생살이에 극치적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지금. 여러분이 그렇게 됨으로써 한 지구라는 집이 달라집니다. 옛날에는 물에 죽고 불에 죽고 하면서 세계가 이렇게 극란을 받았지만 지금은 사람들 마음에 의해서, 심성에 의해서 모든 게 전멸할 수도 있고 전부 살릴 수도 있고, 그런 반면에 세세생생을 얻게 돼서 불국토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진짜로 나를 믿는다면, 각자 나를 믿는다면 거기에 힘이 있기 때문에, 힘이 배출해 나오기 때문에 육체의 나로서는 걱정할 게 하나도 없어요. 걱정할 게 조금도 없어요. 나라의 걱정도, 하늘이 무너질까봐 걱정도, 지구의 집이라는 막이 터져서, 즉 말하자면 오존층이 터져서 다 죽는다 하더라도 아무 걱정이 없어요. 그런 힘이 있으면 아무 걱정이 없죠. 아무 걱정이 없는 반면에 그것은 다 대치가 되죠. 그래서 업을 녹인다, 어떻게 녹인다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더 큰 과제는 내가 어느만큼 그 자리를 믿고 또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린 겁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모든 것이 한 곳에서 나고 든다는 것만 알면 업이 붙을 자리가 없습니다. 그 점을 생각하고 그렇게 일어나는 걱정이나 생각들을 모두 나온 그 자리에 다시 놓고 관하다 보면 마음상태가 자연히 고요해지게 되죠. 그렇다고 마음상태가 고요해지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 또한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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