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는 꼭 다녀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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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저는 인터넷으로 스님을 만나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일반적으로 칭하는 ‘깨달음을 얻은 자’의 가르침만이 참된 가르침이라고 믿어왔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가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어떻게 진리를 말하고,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말할 수 있는지요? 바다에 가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바다에 대해 설명할 수 없듯이 그들의 말에 실수가 있다면, 길을 묻는 많은 사람들이 더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전 가급적 스님들도 만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스님께서는 선원에도 나오고 스님들을 만나서 질문도 하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꼭 선원에 가야만 마음공부가 되는지요? 저처럼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 공부하고 직접 시도해보는 것과 절에 가는 것의 차이를 알고 싶습니다. 절에 가면 강한 자력이 발생하는 것과 같은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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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어린애가 처음에 발걸음을 떼어놓을 때가 되면 천방지축 걸어가려고 하죠. 그럴 때 그 어린애가 ‘내가 가다가 넘어지면 어쩌나, 내가 낭떠러지에 떨어지면 어쩌나’하고 걱정하면서 뛰어가지는 않겠죠. 아무 생각 없이 오직 내가 발걸음을 떼어놓는다는 기쁨에 그냥 떼어놓기만 할 뿐이죠.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항상 ‘낭떠러지에 떨어지면 어쩌나, 잘못돼서 넘어지면 어쩌나, 구덩이에 빠지면 어쩌나, 잘못되면 식구가 다 죽을 텐데’하는 생각에 의해서 한 발짝도 떼어놓지 못하는 경향이 많다고 봅니다.
마음이라는 건 우선적입니다. 내 마음으로 인해서 바깥으로 바로 경계가 나옵니다. 바깥으로 작용이 나오고, 작용이 나오면 어떠한 경계가 완전히 나타나죠. 망하든지 흥하든지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마음 씀씀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항상 이런 말을 하죠. 더하고 덜함도 없는 그 가운데서, 자유스럽게 쓰는 그 마음씨가 있기 때문에 바로 행동이 나오고, 행동이 나오기 때문에 현실의 적합한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진다고요. 그래서 ‘크고 작고가 둘이 아니다. 그 가운데에 내 마음이 스스로 자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만이 할 수 있다’라는 얘기죠.
내가 어린애 얘기를 왜 했느냐 하면, 모두들 관습이나 습관에 젖어서, 고정관념에 젖어서 영 움츠리고 뛰질 못해요. 여러분이 이론으로만 세상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아는 것을 가지고 사는 게 아닙니다. 결국은 하는 겁니다. 이론만 가지고 사는 게 아니라, 우리가 묵묵히 한 생각을 했으면 그대로 묵묵히 걸어갈 뿐이고 작용을 할 뿐이죠. 그렇기 때문에 조그만 거든지 큰 거든지 진실로 한 발짝 떼어놓고 행을 하는 것이 문제지, 아무리 말로 이론으로 지식으로 안다 하더라도 그건 소용없는 일입니다.
내가 이 세상에 나왔으니 일체 만물만생이 다 스승 아님이 하나도 없다 하는 거를 진실하게 알아야 합니다. 내가 가다가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걸 보고 좋아하면서 ‘아하, 저것 참 묘하게 생겼는데’하고 쳐다본다면 그것도 스승인 것입니다. 발부리에 돌이 채여 아파서 ‘아이구, 아퍼’할 때에도 바로 내가 있기 때문에 채여서 아픈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도 또한 스승인 것입니다. 이 세상에 스승 아닌 게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깨달았느니 깨닫지 못했느니 하면서 무시를 해요? 그렇게 둘로 보는 마음으로는 저승세계를 둘 아니게 넘나들 수가 없어요.
일체 삼세의 부처님의 마음과 또는 일체 만물만생이 다 스승이 돼 준 까닭에 이렇게 말 한마디라도 할 수 있었던 것이고, 행동 하나 실천 한 번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모두가 스승이 돼 줬기 때문입니다. 그런 감사함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감사하다는 말을 어떻게 가볍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어떠한 것이든지 업신여기고 못났느니 잘났느니 하고 때로는 깔보고 그렇게 해서는 절대 될 수가 없겠죠. 모두가 생명이 있는 거고, 모두가 마음들이 있는 거고, 모두가 삶이 있는 거니까요. 부처님 법이 따로 높게 훌륭하게 있는 게 아니라 여러분 마음이 훌륭하게 해나가신다면 그것이 바로 부처님 법이자 우리들의 법이고, 우리들의 법이자 부처님 법입니다.
그러니 사람으로 한번 나왔으면 자기가 어디서 와서 걷고 있는지, 어디로 가느라고 걷고 가는지 그것쯤은 알아둬야 될 거 아닙니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만이 이 중생세계의 어항 속에서 벗어날 수 있나 하는 생각도 좀 넓혀 볼 수 있어야 하고요.
여기에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 공부하는 것도 좀 보기도 하고 듣기도 해야 이런 저런 생각이 나고 그래서 생각을 발전시키지,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한다면 생각을 내지 못해서 마음의 발전을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은 듣고 보고 행하고 그 뜻을 넓혀서 항상 물리가 터지게끔 하시라 이겁니다.
여러분은 ‘내 마음 찾으라고, 내 뿌리 찾으라고 했으니까 뭐 절에 안 가도 되지’이렇게 하기도 하지만 한 번 오면 두 번이 느껴지고, 두 번 오면 여섯 번이 느껴집니다. 밝은 마음이 생기고, 또는 지극한 마음이 생기고, 자기 뿌리를 믿는 마음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내 생명을 구성하고 있는 자생 중생들이 나라고 생각해 온 그 모습이 진짜 나가 아니라, 나를 이끄는 주인이 참 나라는 것을 알아서 스스로 지혜롭게 물리가 터지고 밝아진다면 진정으로 남과 나를 다 벗어나게 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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