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돌이를 어떤 마음으로 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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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선원 도량에 도량탑을 얼마 전에 세우신 걸로 알고 있는데, 탑을 세우신 연유가 무엇이고 탑돌이를 하는 마음자세는 또한 어떠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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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여러분이 탑입니다. 여러분이 탑을 만들어 놓고 탑돌이를 지금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도 여러분이 그걸 모르기 때문에 형상으로 탑을 만들어 놓고 탑돌이를 하라 그러는 겁니다. 여러분은 맨날 탑돌이를 하고 계십니다.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하루종일 움직이면서 돌아가는 그게 탑돌이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가다가 죽기도 하고 그러죠? 죽어서 뭘로 돌아 나오든 나오게 됩니다. 인간의 씨가 있기 때문에, 뿌리가 있기 때문에 또 나오고 또 나오고 이렇게 돌다보면 항상을 하는 거지 어디 끊어지는 데가 있습니까? 이 도리를 아시란 말입니다.
이해만 하고 이론적으로 알기만 해서도 아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돌아가는 그 자체를, 일체 나쁘고 좋은 것을 다 자기 주인공에 놓으라고 했습니다. 공(空)에서 나온 거 공에다 놔라, 맡겨놓고 믿어라, 지켜봐라. 그러면 홀연히 참이라는 게 거기서 흘러나옵니다. 그 생명수의 맛이라는 것은 정말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요렇게도 맛이 나고 조렇게도 맛이 나고, 천차만별로 좋은 맛이 나는데, 도대체 그 맛은 정말 어디다 비교할 수가 없거든요.
그러니 우리가 지금 앉아서 좌선하는 것만 참선인 줄 아셔서는 안됩니다. 눈 하나 깜빡거리고 이렇게 도는 것도 다 참선이에요, 다! 여러분은 “변소에서 어떻게 부처님 생각을 합니까?” 이러거든요. 아, 자기가 변소에 있으니까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저 해가 똥구덩이는 안 비춥니까? 똥구덩이라고 해가 돌아서 깨끗한 데로만 해가 가던가요? 그런 건 아닙니다. 그렇게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달렸으니 그런 줄 아셔야 합니다.
어느 때 사람들이 탑돌이를 하고 들어왔습니다. 근데 탑돌이를 하고 들어온 그 여러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기준을 어디다 두고 탑돌이를 했느냐 하고 물으니까, 저 탑이 성스럽고 부처님의 자리이기 때문에, 여러 부처님들이 그렇게 그 탑에 계시기 때문에 우리는 거기다 탑돌이를 하고 왔습니다, 이러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고 얘기해 주신 것이 뭐냐 하면, 내 진정한 마음, 수많은 우주간 법계에, 위로는 삼세의 부처님들이나 역대 조사들, 선지식들, 유생 무생이 다 한데 합친 내공의 탑이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생활을 하는데 돌고 또 돌고 또 돌고 그렇게 돌아가기 때문에 우리가 생전을 다 돌아도 끝이 없는 돎이 바로 탑돌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탑이 있고 부처님이 계시는데’ 요런 고정된 관념 속에서 도는 게 아니라, 우주 만유의 광대무변한 부처님의 그 향과 밝음이 이 대천세계에 다 비추었으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생활 속에서 그렇게 탑돌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내공에 있는 마음에 밝음이 없다면 그 밝은 빛을 서로 서로가 상응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내 마음을 밝히고자 해서, 또 내 마음의 향기를 내기 위해서, 모든 것이 돌아가는 이치가 바로 내 마음에 있다는 것을 역력히 알기 위해서 우리는 이렇게 공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생활이 그대로 참선이고, 생활을 하면서 내면의 부처님을 향하고 있는 그 마음이 그대로 탑을 도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을 알아서 내공의 탑을 다 밝혀서 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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