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슴에다 놓으라 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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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좌선을 할 때 집중적으로 관을 하게 되면 모든 생각들이 머리로 올라오는데 머리에 집중해서 하다보니 상기가 되곤 합니다. 그런데 다른 데에서는 단전에다가 집중을 해서 하라고 하는데, 스님께서는 가슴을 짚으시면서 가슴에다가 하라고 하시는 것 같은데 왜 가슴에다가 하라고 하시는지 그것을 여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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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어디다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단전이다 어디다 한다면, 그래서 호흡을 돌리지 않으면 혈이 돌지를 않아요. 내보내야 되거든요. 근데 그렇지 않다면 빠지질 못해서 머리로 나오거나 옆구리로 나오거나 등뒤로 나오거나 하는 이런 문제가 생겨요.
그렇기 때문에 어디다 놓는다는 생각 없이 그냥 우주 한 가운데라고 볼 수밖엔 없습니다. 그게 정수입니다. 정수 한바다 가운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슴에다 한 것은, 가슴은 수시로 들어가면 돌아서 나가는 데니까 그렇게 하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가슴을 고정시켜서 놓는 것도 아니고, 가슴에 뭐가 부착돼서 거기다가 하라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해요.
가슴이 기준이 돼 있는 것도 아니고, 눈이 기준이 돼 있는 것도 아니고, 머리가 기준이 돼 있는 것도 아니고, 다리가 기준이 돼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은 우리가 증명할 수 있는 게 몸뚱이 한 군데도 빼 놓을 게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보세요.
그래서 내 몸과 더불어 하는 것을, 움죽거리고 하는 것을 전부 종합해서 ‘공하다’고 한 겁니다. 그러니깐 공이라는 이름을 지어서 붙인 것은 그건 길을 가기 위한 이름일 뿐입니다. 말하자면 눈이 따로 없고, 코가 따로 없고, 입이 따로 없고, 귀가 따로 없고, 머리가 따로 없고, 가슴이 따로 없고, 심장이 따로 없고, 발이 따로 없고, 손이 따로 없습니다. 그것이 한데 합쳐진 것이 공한 것이니까요. 내가 공한 것을 알면 대천 세계의 공한 것을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공(空) 자리에다가 놓되 모든 것을 마음으로 놔라 이겁니다. 그 모든 게 공이니까. 눈도 공이지, 코도 공이지, 입도 공이지, 귀도 공이지, 머리도 공이지, 몸뚱이도 공이지, 발도 공이지, 손도 공이지 전부 공입니다. 아, 생각해 보세요, 공이 아닌가. 손이라고 해서 만날 한 가지 일만 하나요? 하는 일을 보면 수효가 많아서 말도 못하죠? 너무 여러 가지가 돼서, 그래서 모두 공이에요. 나 하나가 공이기 때문에 전체가 공이고, 전체가 공이기 때문에 전체 다 하나예요.
우리가 그렇게 공해서 돌아가는 반면에 한생각을 잘못해서 걸려서 돌아간다면, 자꾸 ‘내가 한다’ ‘너를 줬다’한다면, 본래부터 공해서 돌아가는데, 우리가 살아나가는 게 그냥 그건데 ‘줬다’한다면 또 걸리는 겁니다. 사실은 준 사이도 없거든요. 놓고 가는 거니까요. ‘받았다’한다면 그것도 걸리는 겁니다. ‘줬다’ ‘받았다’ 이게 다 걸리는 겁니다. 그러니까 누구나가 하루 24시간 살아나가는데, 내가 했다고 하고 모든 걸 하다 보면 걸리는 수효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우리가 매듭을 짓기는 쉬워도 매듭을 풀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 뭐든지 그렇게 짓지 말고 그저 놓으라고 하는 겁니다. 허탈하게, 허무하게 놓는 것이 아니라 참다웁게 놓으라고 했습니다. 그저 공자리에 놓으라 이겁니다. 그런데 믿어야 놔지지 믿지 않으면 놔지질 않아요.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일임을 해?” 이런다고요. 그런데 놓으면 그냥 되는 거거든요. 놓지를 못하기 때문에 걱정이죠.
그래서 우리가 힘이 들고 힘이 안 들고 간에 지금 우리는 제일 값비싼,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거를 얻으려고 공부하는 것입니다. 인간으로서는 제일이란 말이죠. 이 공부를 참다웁게 한다면 죽어서 재생이 돼 가지고 또 공부하는 게 아니라, 공부를 했으면 재생을 할 수 있는 그런 계기를 잡지 않게도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깐 엄벙덤벙 산다고 해서 다 사람답게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시고 정말 사람의 몸으로 태어난 본의를 알기 위해, 또 실천하기 위해, 참 사람으로 사는 길이 무엇인가 하는, 모든 것을 지극한 마음으로 생각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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