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인연이 있나요?
본문
질문
궁금한 게 있는데요. 우연한 인연이란 게 있는 건지요. 어느 책에서 보니까 천생연분이 있고, 지상연분이 있고, 전생연분이 있다고 그랬거든요. 그 중에서 나머지는 이해가 가는데 지상연분은 그냥 우연히 지상에서 만나는 인연이라고 하더군요. 그냥 우연히 만나는 인연도 있나요. 우연히 만났는데 갑자기 그 사람한테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받았다면 우연이라고 해야 하나요, 아님 전생에 빚진 게 있어서 그런건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인연이 있는 건지 궁금할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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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여러분이 수 없는 억겁 전으로부터 진화돼서 나오면서 그래도 선근의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불법을 배울 수 있는 자리에 모이는 것입니다. 인연이 없다면 모이질 않습니다. 그렇듯이 우리가 손수건을 하나 들어도 인연입니다. 이 손수건을 내가 들어주지 않는다면 이게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손수건이라는 이름조차 없어질 것입니다. 우리가 써주니깐 바로 손수건이라는 빛이 나는 겁니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만나는 모든 인연들도 같이 만나고 같이 돌아갑니다. 그런데 한 철 나와서 만남인데 이 만남에 의해서 ‘구덩이에 빠지느냐 구덩이로 들어가느냐’는 문제가 생기는데,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러니까 안으로 지혜롭게 생각하고, 착하게 마음을 쓰고 선한 일을 많이 하면서 악하게 생각을 갖지 마시고 항상 부드럽게, 더불어 같이 내면이나 외부나 모든 것이 직결돼 있고 가설이 돼 있는 한마음 속에 모든 것을 놓으시고, 어떠한 억울함도, 참으라는 게 아닙니다. 거기다 맡겨 놓고 ‘너만이 해결을 할 수 있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물러서지 말고, 말도 부드럽게 하면서 거기다 맡겨 놓으면, 자기라는 게 없어집니다.
그러니까 그 인연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인연을 해결해 나가는 것도 결국은 나 자신이라는 겁니다. ‘저런 사람을 만난 것도 내 팔자지’하고 체념을 하거나 끄달리는 것이 아니라 구덩이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 주인공이 이끌어주려고 하는 공부재료구나 하고 마음을 돌려놓았을 때 그 인연과 업보가 그대로 나를 성장시키는 재료가 되고 스승이 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부드럽게 말하고, 부드럽게 행동을 하시고, 그렇게 무조건 조건 없이 사랑하신다면 아마 조건없는 사랑이 내 앞에 올 것입니다. 이 미묘한 도리를 여러분이 직접 실험해 보십시오. 체험을 해보지 않는다면 아무리 이야기를 해줘도 모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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