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 근원을 모를 때 답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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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저는 강아지를 치료하는 수의사입니다. 근데 항상 저 스스로 묻는 것 중에 하나는 제가 병의 근원이나 치료법을 정확히 모르면서 진료에 임할 때가 있다는 겁니다. 이럴 때 전 상대를 속이고 있는 건지요. 심지어는 강아지를 편안히 보내주지 않고 약을 빌어서 마지막까지 더 괴롭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괴로울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수도를 해서 의통이라도 해야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 때도 있습니다. 두서 없는 질문을 드리게 되었네요. 스님은 제 심정을 아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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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우리가 마음 공부를 하는 것도 부처님께서 자유인의 삶을 사는 도리를 가르쳐 주셨으니까 그 뜻을 알 양으로 우리가 지금 이렇게 공부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듯이 축생들도 인간이 되려고 사람들을 많이 보고 그 능력을 감탄하면서 자기도 그렇게 되려고 마음으로 새기고 자꾸 지혜를 넓히는 겁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으로 살면서 얽히고설킨 것을 벗어버리려고 지금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인간의 모습을 가지고 나왔다 할지라도 전자에 하던 습, 인간이 돼 가지고도 전자에 살던 습을 놓지 못한다면 다시 그 모습을 가지고 나올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자비스럽게 생각하라고 했습니다. 높은 걸 본다해도 높다 생각하지 말고, 얕은 걸 본다해도 얕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겁니다. 미운 걸 본다해도 밉다 생각하지 말고, 예쁘고 잘 생겼다 해서 감탄하지 말라는 거예요. 모든 게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은 자기 하나만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안합니다. 자기가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내가 틀을 잘 만들어 가지고 이 세상에 나와서 만백성을 다 살릴 수만 있다면 틀을 잘해 가지고 나올 수도 있는 거죠. 그러나 틀을 잘해 가지고 나와서만이 되는 게 아니고 마음의 틀을 잘 잡아서 이끌어줄 수 있는 보살과 더불어 법신이 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그래 저는 실험을 하기 위해서 아파 보기도 하고 의사도 불러보고 그랬습니다. 근데 그게 더 안 낫던데요. 그래서 마음의 의사가 제일이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그렇듯이 지금 의사나 약사를 하시면서 보이는 물질계에서 한계를 느끼고 마음의 도리를 배워서 정신계와 물질계를 합류화 시켜나가면서 자유롭게 해 나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떨 때 그런 분들이 물어오면 이렇게 일러줍니다. 또 다른 약을 만들려고 애를 쓰지 말고, 만들어 놓은 거를 먹이려고 애를 쓰지 말고 소소한 거는 좀 가만히 놔두는 게 오히려 결론적으로 좋을 것 같다고요. 우리가 마음으로 관하는 걸 가르치면서, 음식도 비싸야만 꼭 좋은 것이 아니라 싸도 그 사람한테 참 좋은 게 있지요. 막 먹어도 괜찮고 신선하고 비싸지 않으니깐 좋기도 하고, 비싼 것이 간혹 좋지 않은 경우도 있죠. 그래서 없던 병, 이름도 모르던 병들이 생기고 그러지 않아요? 이름 없는 걸 먹기 때문에 이름 없는 병이 생기는 겁니다.
그러니까 모두 마음으로 의사들이 모두 한 클럽이 돼서, 한의원은 한의원대로 양의원은 양의원대로 또, 수의사는 수의사대로 마음으로 고칠 수 있는 마음의 약을 좀 연구 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거는 어디에 가도 쓰이게 되고, 어디에 가도 없어지지 않고, 만들려고 애를 쓰지 않아도 될 수 있고, 누구든지 다 줄 수 있고 또 가지면 그냥 자기 것이 되고 그런 거죠.
다리 아픈 데는 다리를 낫게 하는 약이 나올 거고, 눈이 아픈 데는 눈을 낫게 하는 약이 나올 거고, 배가 아프면 배를 아프지 않게 하는 약이 나올 거고 그렇게 천차만별로 다 나올 거 아닙니까? 그런데 물질의 약으로 보조하는 거는 그대로 하고, 영양을 있게 한다든가 또는 보조를 해서 괜찮게 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은 의사선생님들이 해야 되겠죠. 그러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좋은 나라가 되며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오래도록 살아서 좋은 게 아니라 사는 날까지 아프지 않고 편안히 죽게 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 능력이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든지 다 갖춰져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촉각으로부터, 시각으로부터, 후각으로부터, 감각으로부터 지각까지 말입니다. 모두가 갖춰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내가 없으면 이 세상이 없고, 내가 있기 때문에 상대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내가 없으면 아무도 없는 거 아닌가, 그러니 나부터 알고 나부터 믿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나를 발견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습니다.
나를 발견한다면 업식으로 태어난 중생들을, 몸 속의 털구멍을 통해서 드나드는 것이 전부 보살로 화해서 드나들게 만들어야 우리 삶의 보람을 갖다주는 겁니다. 그렇게 우리는 차차 지혜가 넓어져서 자유인이 될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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