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화가 나고 속이 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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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스님 법문집을 매일 보면서 주인공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정신지체 장애아를 키우는 주부입니다. 아들의 장애가 제 탓임을 잘 알면서도 가끔씩 화가 치밀어 오를 때 또 거짓 나에게 속는구나 싶어 많이 속이 상합니다. 또 아이로 인해서 저희 부부는 가끔씩 다투곤 하는데 화내는 남편 모습이 너무 저를 꼭 닮아서 그것에 더 화가 나고 속이 상합니다. 어떻게 마음을 녹여야 하는지 울적한 마음에 용기를 내어 스님께 글을 올려 봅니다. 그리고 언제나 언제나 건강하시어 저희들 언덕이 되어주시길 항상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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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여러분은 지금 살아가는 게 힘이 든다고 고라고 생각하시죠? 아니, 여러분뿐만이 아닙니다. TV에 나오는 동물의 세계 이런 걸 봐도 미생물에서부터 올라오면서 살아 나오는 자체를 잘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고의 길을 걷는다 하는데, 한번 뒤집어 생각해 보십시다.
그렇게 부딪치지 않고, 구르지 않고, 부대끼지 않는다면 발전해 나갈 수도 없었을 겁니다. 조약돌이 물에 스쳐 흐르는 대로 자꾸자꾸 닳아서 반들반들해져서 동그랗게 된 거를 많이 보셨을 겁니다. 그렇듯이 사람도 그렇게 부대끼지 않는다면 진짜 사람노릇을 못한다 이겁니다. 아무리 금이라 할지라도 다듬지 않으면 금 값어치를 제대로 못하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진짜 사람으로서 스스로의 능력을 키우는 것을 금으로 비유했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항상 ''아이고, 나는 죄가 얼마나 많기에 이렇게 힘들게 사나? 팔자운명이 얼마나 기구하길래 사람을 이렇게 만드나? 내 운명이고 내 팔자지.’하고 만날 한탄을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아픈 가슴을 달래면서 부대끼고 주먹을 쥐고 땅을 치고 울어야만 하는 인생살이를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부대끼지 않고, 그렇게 채찍을 맞지 않고, 그렇게 구르지 않았다면 둥글게 되지를 못합니다, 절대로! 그런데도 조금만 외부에서 닥쳐오면 속으로 온통 나 죽는다 하고 얼굴에 벌써 불편한 것이 나타나고 부증이 나고 야단법석이 나죠.
이 세상에 나오면 한 번 죽기는 일반인데 뭐이 그렇게 죽는 것이 원통하겠습니까마는, 자식들을 낳아놓고 제대로 기르지 못하고 죽을까봐 겁나는 거죠. 그런데 자식을 낳아도 내 자식이 아니고 내 몸이 아닌 이상에, 모든 마음의 착을 딱 떼어버리면 오히려 우뚝 서게 됩니다. 아둥바둥하고 그냥 야단법석을 하니까 우뚝 잘 설 것을 붙들어서 외려 깔아뭉개게 되는 겁니다. 자기 자성은 다 제가끔 있거든요. 자기 뿌리들은 제가끔 있어요. 자기를 다스리는 선장이 제가끔 각자 자기에게 있기 때문에, 내가 속으로 낳은 자식이라고 해서 내가 마음으로 애지중지하고 붙들고 늘어진다면 오히려 성장을 못하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사랑을 하되 하지 말고’이런 말이 있죠. 사랑을 하되 진짜 자비로서 사랑을 할 수 있다면 외려 놔줘야 된다고 했습니다. 진정으로 사랑하거든 오히려 착을 두지 마라 이랬습니다.
부모가 돌아가셨다고 울고불고 그러지마는, 살 때는 부모님 속을 있는 대로 썩여놓고선 돌아가셨다고 왜 울어요? 이래도 속썩이고 저래도 속썩이고 간을 찢는 듯이 아프게 만들면서 자라가지고서, 죽었다고 왜 우느냐구요? 그런데 가만히 보면 다 자기 때문에 우는 거예요. 그런데 어머니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물론 자기를 기르기 위해서 노력하신 그 은혜를 생각한다면 울어야 마땅하지마는, 진짜 울어야 하는 자비는 그렇게 우는 게 아닙니다. 가슴속에서 동시에 같이 울어야 하는 이치가 있습니다. 자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도리는 여러분이 더 공부하시다 보면 자연히 아시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왜 이렇게 치열하게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가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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