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들에 미안한 생각이 들어... > 길을 묻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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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들에 미안한 생각이 들어...

본문

질문

저는 고시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까지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주변에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은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스님께서 항상 관하고 지켜보라 하시지만 눈이나 다리가 아파 오면 어떤 땐 제 욕심 때문에 고생하는 몸 안의 중생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프면서도 붙어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을 몰아 세울 때가 많습니다. 또 주인공의 심부름이지 하면서도 내 욕심이라는 마음도 들곤 합니다. 이럴 땐 어떤 지혜로운 맘으로 공부해야 하는지 가르침을 주시면 지표 삼아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사대성인들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똥이 마려워서 변소에 가면서 ‘내가 눠야 될까, 안 눠야 될까’하고 가느냐? 똥 마려우면 이럴까 저럴까 하는 생각없이 화장실로 가서 그냥 시원하게 눠 버리지 않느냐? 그리고 배가 고프면 먹는 거 아니겠느냐? 졸리면 자는 거 아니겠느냐? 그렇게 여여하게 사는 것이 바로 여래의 집이니라. 여여하게 산다고 해서 여래라는 얘기입니다.

여러 부처님들을 한데 합해서, 바로 중생 속에서 부처가 나고 부처 속에서 중생이 나니까 한데 합쳐서 여래의 집이요, 여래라고 한 겁니다. 배를 똑바로 잘 저어서 강을 건너야지 이러는 것도 잔소립니다. 면경을 잘 닦아서 먼지 앉지 않게 해야겠다 하는 것도 잔소리입니다. 망상이니 아니니 정법이니 사법이니 하는 것도 망상입니다. 그게 다.

그대로 내 마음이 나를 다스리면서 내 몸 속에 들어 있는 중생들을 한마음으로 이끌어서 둥글려서 마음을 잘 쓴다면 그 의식들이 다 한마음으로 따라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마음을 어떻게 내야 되느냐? 어떻게 내느냐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마음내기 이전은 항시 좋고 나쁜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깐요. 그러니까 마음을 내되 과거에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서 엉망진창으로 입력이 되어진 그 마음이 몸 안에 잔뜩 들어 있습니다. 중생의 생명의 의식들이죠. 그래서 그 마음이 자꾸 나오는 겁니다. 불안하게도 나오고 욕심스럽게도 나오는 거를 잘 다스려서, 일어나는 마음을 잘 굴려서 다시 그 자리에 내려놓으면, 두 마음으로 하는 게 아니라 헤아릴 수 없는 생명체들이 자기 마음의 선장에 한마음으로 따라줄 때까지 건지라 이겁니다. 항상 둘 아니게 관하라 이겁니다.

내 의식에 입력돼 있는 것들이 나오는 것을 알고 다시 놓아야 하는데도, 잘못되지 않을까, 나쁘게 되지 않을까 집착하고 끄달리고 삽니다. 그런데 걱정하는 그 ‘나’가 진짜 나가 아니지 않습니까. 나를 이끌어 가는 진짜 나는 그 어떤 것에도 물들지 않는 본래 청정한 자리입니다. 그것을 가지고 이러니 저러니 생각을 지어서 더 괴롭게 만들어서 활기차게 살지 못한다면 그거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겁니다.

걱정이든 염려든 모든 것이 그 자리에서 나왔다는 것을 진실하게 믿고 다시 그 자리에 굴려놓을 때, 내가 하는 일을 끊어트리지 않고 지혜롭게 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자신의 근본에 맡겨놓지 않고 이리저리 걱정만 한다면 내 인생의 주인으로서 살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자신에게 닥친 상황들을 공부재료로 삼아 주인공에 믿고 맡기는 실천행을 함이 없이 해나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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