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 흔들려요. >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는
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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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흔들려요.

본문

질문

스님, 오랫동안 저를 치료해 주신 의사선생님께서 현대의학으로는 더 이상 치료할 수 없으니 조용한 곳에서 마음 편하게 쉬면서 먹고 싶은 음식 먹으면서 생을 정리하라고 하십니다. 몸이 젊고 건강했을 때는 근본을 믿고 관하는 마음에 흔들림이 없었는데, 이제 이렇게 늙고 병들어 홀로 남게 되니 선원에도 자주 가지 못하고 그토록 간절했던 마음도 언제 그랬냐 싶게 혼란스럽습니다. 제가 눈을 감는 순간까지 저의 근본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지 않고, 저의 근본에 의지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십시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뗄래야 뗄 수 없는 자기 뿌리를 믿는 것인데요. 누가 형상을 믿으랬나요, 누가 이름을 믿으랬나요, 허공을 믿으랬나요, 어느 누구의 고깃덩어리를 믿으랬나요. 가난하든지 부자든지 모자라든지 잘하든지 자기가 이 세상에 나왔기 때문에 있는 거니까 바로 자기 뿌리를 믿고 거기에 다 놓으라는 게 아닙니까.

자기는 체가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체가 없는 의식들이 너무 많습니다. 즉 어느 회사에 직원들이 수천 수만이라면 회장님 한생각에 그 직원들이 다 움죽거리게 됩니다. 안 그럴까요? 다 한 회장님으로서, 사장님으로서 은은하고 모두와 조화를 이루어서 한번 결정을 한다면 거기에 따라야 되는 거지요. 그렇듯이 내가 한번 과감하게 생각을 했다면 그대로 믿고 놔야만이 그게 결정적인 결재가 될 수 있습니다. 결재를 해서 내려야 모두 작용을 해주는데, 그것이 또 안에서만 작용을 하는 게 아닙니다.

세포 하나 하나가 우주간 법계라고도 할 수 있을 만치 들어오는 거 나가는 것을 다, 즉 말하자면 모든 걸 채근해서 좋은 거는 들이고 나쁜 거는 내보내고 이렇게 할 수 있는 그런 법망이 다 돼 있습니다. 우리 몸뚱이도 한 나라의 대기권과 같이 세포 하나 하나에서 모두 소임을 맡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가고 들어오는 거를 다 채근합니다. 그러니깐 여러분이 안에서만 그러는 게 아니라, 내가 결정을 한번 해서 내리면 결재가 된 것과 같아서 바로 두뇌로 통신이 돼고 사대로 통신이 돼서 전체가 결정적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안에서는 안에 대로 결정적으로 하고요.

예를 들어서 안에 고장이 났을 때는 안에서 모자라는 걸 채워서 보급해야겠죠. 호르몬이 모자란다면 호르몬도 채워가면서 하는 거고, 또 바깥의 일들이 위태롭게 될 때는 세포의 법계에서 의식들이 나가서 마음속으로 들고남이 없이 들고나면서 조절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체 만법이 다 한마음에서 이루어진다는 겁니다.

그렇게 한마음에서 이루어지는데, 여러분이 사시는 걸 보면 자기 마음을 자기가 정리 못하고, 믿지 못하고 결정을 내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된다 안된다 하면서 무슨 일들이 그렇게 많은지 모릅니다. 안 믿어지는 거는 여러분이 자기 몸뚱이가 자기인 줄 알기 때문입니다. 자기 몸뚱이가 자기가 아니라 너무 많은, 이름도 많고 의식도 많은 게 하나로 뭉쳐서 한마음으로 선장이 돼 있다는 사실, 뿌리는 바로 그 선장과 같다 이겁니다. 그런데 왜 믿지들 못하고 업식 무명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자꾸 여러분의 마음을 막습니까.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인 것을 착을 갖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가다가 죽으면 어떻겠습니까? 육신은 영원한 것이 아닙니다. 이런 거를 한번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이 아주 세련된 옷을 착 입었다 이겁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세련된 옷이 또 생겼어요. 새로이 유행이 되고 그러니깐 입었던 옷을 벗고 이걸 좀 입어 봐야겠다 이러죠? 우리 인생이 그와 같습니다. 죽는다고 해서 아주 죽는 게 아니고, 사대가 흩어져서 원점으로 돌아가면 원점에서 다시금 생산이 되는 겁니다. 다시 생산이 되면 유행된 옷을 다시 입고 나오는 거죠.

그런데 왜 그 구식 옷을 입고 그게 떨어질까 봐 벗어질까 봐 애를 쓰겠습니까? 내 맘대로 유행 옷을 입고 다시 나올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 도리를 아는 사람은 자기가 죽고 사는 것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연연하지 않으니깐 또 오래 살게 되는 거구요. 그러니 젊었을 때나 지금 늙었을 때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믿고 간절한 마음으로 관하세요. 그 마음이 늙었다고 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물들지 않는 ‘나’가 이 몸뚱이를 이끌고 있습니다. 불안한 마음, 서글픈 마음도 다 놓고 참주인을 믿으셔야 합니다. 그 어떠한 생각이 올라오든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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