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이 없이 보시하려면... >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는
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건전한 게시판 문화를 위하여 성격에 맞지 않는 게시물, 광고 등 유해성 글들은 관리자가 임의로 이동, 삭제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질문을 올리기 전에, 게시된 글들을 참고하시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함이 없이 보시하려면...

본문

질문

스님, 함이 없이 보시를 하라고 하시는데 어떻게 해야 함이 없이 보시행을 할 수 있을 지요? 그리고 어떠한 마음자세로 보시를 해야 조건 없는 무주상 보시가 될는지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우리가 보이는 큰 것을 보시를 해서 보시가 아니라 작은 거든지 큰 거든지 막론하고 하다못해 사탕 하나를 누구를 갖다 준다 하더라도 어떤 마음으로 했느냐가 중요합니다. 조건없는 자비심으로 주었다면 그건 보시가 되는 겁니다. 사탕 하나라도 진짜 무주상 보시가 될 수도 있고, 보살행이 될 수도 있고 그러는 반면에 아무리 큰 돈을 가져다 누구를 주었다 하더라도 절대 무주상 보시가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누구를 주었는데도 왜 보살행이 안되는가 하는 게 문제인데, 내가 예전에 그랬습니다. 여러분이 하도 누구에게 준 것만 생각하지 가져간 건 생각을 안 하기 때문에 가게에 물건을 사러 가는 얘기를 비유로 들어서 말을 했습니다. 가게에 가서 돈을 주고 물건을 사왔는데 내가 그쪽 가게에 돈을 줬다고 말하겠느냐고 말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배우는 과정에 쓰는 말이고, 그래도 배워서 자리를 잡고 넘어가는 경우라면 조건 없는 무주상으로서 해야 됩니다. 그 도리를 알지 못하고 그냥 조건 없이 무주상으로 해라 이런다면 힘이 들겠지만 알면 힘이 안 듭니다.



그것이 크게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미생물에서부터 우리가 부모가 되고 자식이 되고 이렇게 하면서 진화되고 형성되면서 이렇게 벌어진 생명들인데, 부처님께서 일대사의 인연으로서 그거를 다 아셨기 때문에 뼈 무더기 하나로 그 뜻을 가르치신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뜻을 어떻게 짐작을 해야 되느냐는 거죠. 그렇게 하면서 왔으니 우리가 전생이 있고, 과거가 있고, 또 어저께가 있고 오늘이 있고, 작년이 있고 올해가 있고, 우리가 이렇게 자식으로 태어났는데 금방 저기 가서 또 부모가 돼버렸어요. 부모가 됐는데 또 저 집에 가서 자식으로 태어났어요.



이렇게 네 자식 내 자식 네 부모 내 부모가 따로 없이, 고정됨이 없이 그냥 자기가 차원대로, 자기가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서 금은 금대로, 금이 됐으면 금 방에 가고, 또 금이 넝마로 변했으면 넝마전에 가고 이렇게 끼리끼리 만나게 돼 있거든요. 그 뜻을 아셔야 합니다. 끼리끼리 차원대로 만난다는 걸 말입니다.



우리가 가게에 물건을 진열해 놓은 거를 봐도 끼리끼리 놓여있지 절대로 섞어놓는 법이 없습니다. 기사 분들이 법정에 가서 일할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각자 자기가 익힌 기술대로, 자기가 하는 것대로 끼리끼리 모여서 살게 마련인 거죠. 그런 거와 같이 우리도 이 세상을 돌아가면서 벌어졌다가, 오므라졌다 벌어졌다 이렇게 세상이 막 돌아갔는데 그거를 잘 따져서 보면 내 아님이 하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내 부모 아님이 없고, 내 자식 아님이 하나도 없는 겁니다. 알고 본다면요.



그러니까 둘로 보지 마라, 이겁니다. 그런데 만약에 어떤 사람이 돈이 없는 줄 알면 보는 내가 괴로우니깐 그냥 주었을 때, 내가 할 일이 있어서 했을 뿐이지 둘로 보고 그 사람을 준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해요. 나한테 내가 쓰는데 무슨 보시고 아니고가 있겠습니까. 주는 동시에 둘로 보지 않았으니, 좋은 일을 했다 보시를 했다 이런 게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조건도 없고 보시란 이름도 없고 준 것조차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거죠. 만약에 조건이 있다면 보살행을 할 수가 없다는 얘깁니다.



여러분께서 법당에 보시금을 갖다 놓는다거나 어떤 물건을 갖다 놓는다거나 스님들 앞에 보시를 한다든가 이럴 때, 내가 이 스님한테 이렇게 보시를 하면 꼭 우리 자식이 잘 되거나 남편이 잘 되거나 부인이 잘 되거나 우리 가정이 잘 되겠지 하는, 속에 깔린 어떤 요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깔린 요구 때문에 100% 받아갈 것을, 그냥 무주상으로 했으면 자기도 무주상으로 받는데 그 깔린 것 때문에 그걸 다 못 받아 가는 거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주상으로서, 얼른 쉽게 말해서 둘 아닌 고로 나는 내 자불, 자부처님한테 올린다 이런다면 자기한테 자기가, 자기 밥 자기가 먹는데 그걸 뭐 보시했다 뭐 했다 하겠습니까. 그걸 보시했다 할 수도 없고 그러니까, 자기를 진정으로 믿으니까, 그냥 빼놓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까 자기한테 자기가 하는데 무슨 보시가 되고 무슨 뭐가 있습니까. 무조건이지, 그게.



무조건 자기를 위해서 자기가 하는 겁니다. 그러니깐 자기한테 들어오는 게 자기가 조건 없이 한 것처럼 조건 없이 받을텐데도 불구하고 항상 요구와 조건이 붙는단 말입니다. 조건이 붙으니까 조건대로 붙은 것 만치 덜 받게 되는 거죠. 공 하나를 다 받을 텐데 공에서 조금 떼어서 받는 거나 똑같은 거예요. 그러니 얼마나 억울합니까.



여러분의 한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우주 법계를 움죽거리게 하고, 세상을 움죽거리게 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한생각입니다. ‘공생’ 이러는 거는 모두 내 아픔과 내 생명인 줄 알아라, 이런 뜻입니다. 우리는 몸체를 가지고 지금 살아있지만 몸체를 안 가지고 살아있는 것도 많으니까 말입니다.



그러니까 간략하게 말해서 보시라고 한다면 공심으로서 보시를 해야 보살행이요, 무주상 보시요, 조건 없는 보시다 이겁니다. 또 내 마음과 둘 아니다 하는 것도 이 마음이라는 속에는 아픔도, 찢기는 마음도, 즐거운 마음도 다, 여러 가지 다 담긴 것이 한마음이 아닙니까. 내 한마음과 둘이 아니다 이렇게 하는 겁니다. 그래서 보시를 하는 것이 바로 보살행이자 무주상 보시이자 조건 없는 보시입니다. 그래야 아마 여러분께도 조건 없이 갈 겁니다. 조건 없이 가는 거는 둘째 쳐놓고 벌써 우주간 법계에서 전부 알게 돼요. 날아다니는 새들도 알게 되는 도리가 되죠. 이건 내가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도 아니고, 없는 말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진짜 진리가 그러하니까 말입니다.

목록

대한불교조계종 한마음선원(13908) 경기 안양시 만안구 경수대로 1282Tel. 031-470-3100Fax. 031-470-3116
Copyright (c) 2021 HANMAUM SEONWON. All Rights Reserved.
"이 제작물은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글꼴을 사용하여 디자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