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부딪치는 일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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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저는 무남독녀 외딸입니다. 저의 어머니는 성정이 급하고 저에게 많은 걱정을 끼칩니다. 여지껏 저는 어머니께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폐를 끼쳐 드린 적이 없는 모범적인 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에게도 외딸이라서 혜택 받는 일이 있지만 자기감정을 삭이고 해야될 말 안 해야될 말을 구별해서 하고 이 말을 하면 딸이 걱정되니까 하지 말아야지 라는 어른다운 모습이 없고 아무 말이나 하고 그 말에 동감을 하지 않거나 서운한 말을 하면 아주 기분 나빠합니다. 그러면 저의 마음도 너무나 불편합니다. 다른 집은 자식이 부모 속을 애태우는데 우리 집은 부모가 자식을 아주 힘들게 합니다. 자식한테 반찬 만들어 주시는 것 보다 마음을 힘들게 안해주셨으면 합니다. 제 욕심이지요? 부모님이 원망스럽습니다. 저도 저 때문에 부모님이 고통받았으면 하는 나쁜 마음까지 듭니다. 너무도 저를 배려 안하고 언제까지나 다 받아 줄 줄 아는 부모님이 야속합니다. 스님! 어떻게 저의 마음을 다스려야 됩니까. 제가 전생에 부모님께 마음의 빚을 많이 지어서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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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그래서 항상 얘기하듯이 부모 자식지간이나 형제간의 인연에 대해서, 끈이 달려서 맺어 있는 게 아니라 탯줄이 붙어 있듯 인연 줄이 붙어 있다고 얘기하는 겁니다. 아무리 자식이 잘못을 저질러서 경찰서에 가고 속을 썩여도 자식이기 때문에, 그 잘못한 거를 번연히 알면서도 자식이기 때문에 한 게 없단 얘기예요. 자식이기 때문에 잘 했다는 게 아니라, 잘했든 잘못했든 자식이기 때문에 그 한가지가 남는다는 거죠. 그 남는 건 어느 부모나 다 똑같을 겁니다. 자식의 근본이나 부모의 근본이나 또 모든 여러분의 근본이나 다 똑같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버릴 수가 없는 것이죠. 아무리 자식이 잘못한다 하더라도 버릴 수가 없고, 자식이 보기에 아무리 부모가 잘못한다 하더라도 부모이니깐 버릴 수가 없는 것입니다. 부모는 부모이니까요.
그래서 그 공한 뜻과 우리가 공생을 하고 있고, 공용으로 공식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아실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떠한 거든지 생활 속에서 공심으로 해나가기를 바라는 겁니다.
부모가 아무리 잘못을 하고 자식이 싫다는 거를 강요하거나 자식이 반대하는 대로 나간다 하더라도 잘 돌려서, 어떤 경우라도 잘 돌려서 잘 살게끔 해 주는 것이 부처님 원력이고 부처님 법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나가는 거는 옳고 저렇게 나가는 거는 틀리다고 생각을 한다면 그건 모가 나는 거죠. 그건 부처님이 가르쳐주신 법이 아니에요. 그래서 잘못 나간다 하더라도 잘못 나간다고 생각하는 내 생각을 돌려서 그게 아니라고 주인공에다 맡겨서 잘 돌아가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자비입니다. 하나하나 이것이 옳다 그르다하면서 판단을 자꾸 한다면, 밉다 곱다 판단을 한다면, 남편도 잘한다 못한다 판단을 하고, 아내도 잘한다 못한다 판단을 하고, 부모도 못한다 잘한다 판단을 한다면 잘못 나가는 겁니다. 모두가 잘 못 나가는 겁니다.
그러고, 내 갈 길이 지금 바쁘고 나한테 용도에 따라서 닥치는 거를 지금 놓고 맡기고 가는 것도 바쁜데 남의 일까지 걱정을 해요, 또. 남의 참견까지 할 때가 아니에요. 남이 말하는 거 듣고 온통 참견을 하는 겁니다. 남이 나를 죽인다 하더라도, ‘어! 그거야 네가 죽인다고 하는 거지만 나하고는 상관이 없다.’하고 놔버려야 할텐데, 모두 끄집어 내가지곤 꼬리가 꼬리를 물고 돌아가면서 미워하고 결별도 하고, 자식들도 미워하고 그냥 다 팽개치고 이혼하려고 그러는 사람도 있는데 그거는 좁은 소견이죠.
그래서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부모가 아무리 옳지 못하다 하더라도 자식을 잘되게 하는 마음으로서 그렇게 하는 거니까 부드러운 말로, “지금 세상엔 그렇지 않아요, 어머니!”“아버지, 시대가 달라져서 그래요”이러고 잘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으니 그런 구태의연한 말하지 하세요.” 그러면서 구박이나 주고 이러면 안됩니다. 왜? 좀 융통성 있고 지혜롭다면 “예, 아버지”“예, 어머니. 어머니가 잘되라고 하시는 그 말씀 깊이깊이 새기겠습니다”하고 공손하게 대답을 한다면 그거 서로 얼마나 좋아요? 그러면 부모님은 자기가 그렇게 말해서 자식들이 잘된 줄 알고 좋아서 기쁘고 건강하게 살 수 있지 않겠느냐 이겁니다. 그러고 또 관하는 도리를 가르쳐 드리면 그 또한 얼마나 좋겠습니까? 돈이 드니 못합니까, 무슨 노력이 드니 못합니까? 자기가 자기 믿고 그렇게 하라고 하는데 뭐가 원통해서 못합니까?
그렇게만 한다면 위로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아래로는 자녀들을 잘 이끌어주고, 승천을 하지 말래도 승천을 하게 돼 있어요. 벌써 죽기 사흘 전에 턱 하니 저절로 자동적으로 가게 돼 있어요.
무조건 힘들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잘 생각해 보세요. 내가 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더라면 뭐가 있었겠나. 미움도 고움도 없었겠죠? 그렇지만 당신이 그래도 어머니를 빌어서 이 세상에 나왔기 때문에 이 공부를 할 수 있고 인생공부를 할 수 있었다는 걸 생각을 해봐요. 고생을 했기 때문에 인생공부를 배웠지, 고생을 안했더라면 인생공부를 어떻게 하겠어요. 남이 쓰린지 고운지 또는 아픈지 그거를 느끼지 못 했을 거예요, 아마. 그런데 그런 거를 느끼게 됐거든. 곱게 편하게 자란 사람보다 더 한층 공부를 시켰으니 사자가 사자새끼 벼랑에다가 내리 팽개친 거와 다름없잖아요?
그러니 고맙게 생각하고 꽃이라도 사서 드리면서 무조건, 무조건 밉고 이쁘고 떠나서, 부모예요! 부모란 말이예요. 어머니가 살을 주고 아버지는 뼈를 주셨어요. 당신의 영혼이 거기에 부합이 되니 삼합이 합쳐서 딸이라는 사람이 나왔는데 그래도 감사히 생각하고 인제는 모든 거를 다 버리고 ‘어머니 감사합니다’하고 잘못한 거 잘한 거를 떠나서 무조건, 이제부터라도 모든 거를 다 그 자리에 맡겨봐요. 모든 거를 용광로에다가 집어넣기만 하면 새로운 쇠로서 생산이 돼서 밝게 빛이 날거예요.
그러니까 힘이 들더라도 그렇게 해보면, 진실하게 마음을 가진다면 얼굴도 환하게 필 테니까. “어머니! 이 꽃을 받으세요. 이 꽃이 내 마음의 꽃입니다. 이제는 어머니 건강하시고 꼭 오래 사세요. 딸 노릇을 꼭 할겁니다.”하지는 않고 자기만 힘이 든다는 생각이 어딨어요? 그러지 말아요. 아무리 부모가 잘못했더라도, 자식이 아프거나 힘들어하는 걸 보면 자식이 아팠던 것보다 몇 십 곱절 아팠을 거예요. 그거를 알아야 돼요. 부모는 자식을 배신하는 법도 없고 또 죽이는 법도 없어요. 환경이 그렇게 만든 거지. 그런데 그런 환경을 누가 가져왔습니까? 자기가 과거에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현실에 닥쳐오는 거예요. 바로 과거에 자기 산대로 닥쳐온 거지. 누구의 탓도 없어요. 알았죠? 낳아준 은혜, 길러주신 은혜만 생각해도 그럴 수는 없는 거죠. 어머니가 밉다는 생각이 올라올 때마다 내려놓고 그런 어머니를 위해 관해 드린다면 어머니도 변하시지만 본인도 마음이 넉넉해지고 오히려 나중에는 고맙다는 마음이 생길 테니까 내 말을 믿고 꼭 그렇게 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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