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쉽게 죽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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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저는 주인공에 맡기라는 스님의 법문에 따라 정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아(假我)가 죽어야 진아(眞我)를 본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하면 죽습니까? 죽어지지가 않습니다. 가장 쉽게 죽는 방법을 일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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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지구의 지축이 흔들리지 않고 부동하게 있는 것이 사방에서 조여드는 자체로 인해서 자석과 같기 때문입니다. 어느 게 하나 붙어도 타버리고 맙니다. 그런데 그렇게 타버리는 관계상 살아납니다.
우리 인간도 하나의 혹성입니다. 별성이다 이겁니다. 한 사람 마음의 불덩어리가 온 우주 세계를 다 집어삼킬 수도 있는 거대한 겁니다. 그렇게 집어삼킬 수 있는 그 오묘한 마음을 가지고 만날 저울질만 하고 있으니 공부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이 세상에 나와서 저울질만 하다 간다면 다음에도 저울질밖에 못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이지 않는다고만 하지 말고 내면을 볼 수 있을 때 홀연히 천리도 눈 앞이다 이겁니다. 조그마한 불씨 하나가 삼천대천세계를 집어삼킨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우리가 이것저것 따지고 뭐 남는 게 있어서 몽땅 다 태워버릴 건가요? 본래 태워버리고 있어요. 그런데 그걸 모르니까, 마음으로 쌓아 놓으니까 그런 겁니다. 무조건이지 뭐를 이렇게 달고 저렇게 달고, 그게 도대체 몇만 근이나 된다고 말입니다.
눈 뜨고 푹 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보이는 눈을 감고 자는 게 아니라 눈을 뜨고 자야 시장바닥에 갖다가 팽개쳐도 우뚝우뚝 서죠. 잘된 거 못된 거를 남의 탓으로 돌려서도 아니 되고, 잘된 거 못된 거를 건져 들어도 아니 되고, 잘된 거 못된 거를 일일이 계산해도 아니 되는 거죠. 그래서 속으로는 똑똑하더라도 겉으로 둔한 척 하는 게 좋은 거예요. 마음공부는 둔하지 않고는 도대체 할 수가 없어요. 벌써 오관을 통해서 사량으로 전부 알거든요. 머리로 다 알아버려요! 감각 지각, 보는 거 듣는 게 기계적으로 다 있는 거거든요. 거길 통해서 그냥 자기한테 오는 게 있으니 그렇게 오는 수많은, 헤아릴 수도 없는 게 그냥 스쳐 가는데 언제 그걸 세겠습니까?
어떠한 문제가 있다 할지라도 그건 자기 탓입니다. 이 세상에 자기가 나왔기 때문에 자기가 봤고, 자기가 거기에 갔기 때문에 들었고, 자기가 있었기 때문에 말다툼을 하게 되고 모든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다 내 탓입니다. 못난 내 탓이에요. 잘나지도 않고 못나지도 않은 내 탓이죠. 내 탓이라는 그 한마디의 뜻이 눈뜨고 자는 일이라, 가정에서도 언짢은 일이라든가 부부지간이나 부모자식지간 일이라든가 모든 일에 대해서 이익하게 말을 해줄 뿐 아니라 그 말을 해서 상할 일이라면 하지 말고 굴려서 안에다 놔라 이겁니다.
잘된 거는 감사하게 놓고 안된 거는 다시 맡겨 놓고, 공부를 하겠다 못하겠다 하는 것도 다 놔야 돼요. 급하다는 거까지도 놔야 돼요. 그렇게 놓지 않는다면 어떻게 내가 나온 자리, 내가 나오기 이전 자리를 알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이전 자리를 알게 되면 이전도 없고 이후도 없다는 거를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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