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사회생활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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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저는 시장에서 조그만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사업상에 있어 조금 의문이 생겨서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스님께서는 자기에게 닥쳐오는 모든 경계를 주인공에 믿고 놓으라고 항상 저희를 가르치십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사회에서 온갖 경쟁 속에 분초를 다툴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경쟁 입찰이나 공매 등 이권이 있을 때 내가 이득을 취하면 상대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을 것이니 자리이타의 행위에 어긋날 수도 있으며, 주인공에 믿고 놓아 욕심을 내지 않자니 사회 활동에 소극적일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적극적인 사회 활동을 하며 사회적으로도 성공하고 수행도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활용 방법에 대하여 설하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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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말씀하시는 걸 보니까 ‘다 놓으라고 하지만 이 세상을 살아나가려면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욕심도 부려야 하는데 어떻게 다 놓고 삽니까?’ 하는 소리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내 몸속에 내가 얼마나 많은데 나 혼자 하는 거냐는 겁니다. 여러분이 알아듣기 쉽게 하기 위해서 몸속의 생명들을 끌어낸 겁니다. 보십시오. 혼자 한 겁니까? 심부름한 거지요. 돈을 버는 것도 그 생명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심부름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돈을 못 벌게 해서 굶주리게 하는 것도 그 자리고, 돈을 잘 벌어서 잘 먹이게 하는 것도 그 자리다 이겁니다. 그런데 어떻게 자기가 한 게 됩니까?
부처님께서 사십구 년을 설하실 때 ‘너희들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착하게 그냥 가만히 목석처럼 있어라.’ 이러신 게 아니지 않습니까? 착한 일을 하되 함이 없이 해라. 네가 한 게 아니라 진짜 네가 한 거라고 하신 거죠. 네가 한 게 아니라 네가 한 거니라. 그렇다면 개별적인 내가 한 게 아니라 포괄적인 내가 한 거다 이 소립니다. 포괄적으로 했기 때문에 혼자 한 게 아닙니다. 혼자 먹고 살 양으로 한 게 아니고 혼자 누리려고 한 게 아니고 공동으로 포괄적으로 한 겁니다.
그러니까 내가 했다 하지 말고 한마음 주인공이 하는 거니까 나는 심부름만 해 준다고 한다면 그렇게 남한테 아주 악의적으로 사기 치지도 않을 것이요, 또는 버리지도 않을 것이요, 아주 규모 있게, 즉 말하자면 중도에서 잘 이끌어 나갈 겁니다. 그래서 함이 없이 하라 이거지 꼼짝 않고 목석처럼 가만히 있어라 이런 게 아니지 않습니까? 혼자 하는 게 아니고 한마음이 하는 거니까요. 당신 혼자 하는 게 아니고 한마음이 하는 거니까 주인공이 하는 거다, 고정됨이 없이 돌아가는 주인공이 함이 없이 하는 거다 이 말입니다. 이래도 알아듣지 못하시겠습니까?
예를 들자면 물 한 컵을 먹으면서도 내가 혼자 먹은 사이가 없다 이겁니다. 여럿이 먹었기 때문에요. 내가 물 한 모금을 먹어도 혼자 먹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냥 여럿이서 다 먹는 거죠. 그리고 내 몸속의 여럿이만 먹습니까? 내가 먹어서 똥 누고 오줌 누는 것을 다들 먹고 또 내놔요. 내놓으면 또 수증기가 돼서 올라가서 또 다시 내려와서 또 먹고 그러기 때문에 항상 먹으면 나오고 나오면 서로 다 같이 먹습니다.
이 미묘한 도리를 알아서 챙긴다면 모두 함이 없이 내가 하는 바가 없이 하는 것이고, 내가 심부름을 하는 것이니 관리인이고 집합소다 이겁니다. 난 집일 뿐이에요. 그러니까 생명들이 살고 있는 이 집이 망가져도 너희들이 고쳐서 살라고 이런 거나 한가지죠. 그런데 그것이 이치에 닿나 안 닿나 좀 보세요. 우리가 집을 지어 가지고 사는데 만약에 집이 헐어졌다면 집 안에서 사는 사람들이 고치지 집이 집을 고칩니까? 자기 몸뚱이가 자기 몸뚱이 속에 있는 생명체들의 집입니다. 그렇다면 자기네들이 들어 있기 위해 형성을 시켰으니 고장이 나면 그 집에 들어 있는 자기 주인이 고쳐야지 아니, 집이 집을 고칠 수가 있나요? 그러니까 모든 것을 거기다 맡겨라 이런 소립니다.
그러니 벌이를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돈을 많이 벌지 말라는 소리도 아닙니다. 하되 자기가 했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공심으로 하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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