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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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요즘 저의 생활을 되돌아보면 가족의 문제, 직장의 문제, 사회 경제적인 문제에 끄달려서 하루하루를 그냥 정신없이 보내고 있습니다. 스님, 부끄럽지 않은 참다운 수행자가 되고 싶은데 중요한 것을 놓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허전해집니다. 저희가 이 마음 도리를 공부해 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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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우리는 일분일초도 쉬지 않고 서로 공생하고 공용하면서 공체로서 공식화하고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공식화하고 돌아가는 반면에 네가 있고 내가 있고 천차만별로 개개인이 있습니다. 차원에 따라서 말입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인간이라 하면 ‘우리 이 자체가 어디서 왔는가?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내가 스스로 내 마음과 몸을 다스리면서 모든 일을 꾸려 나가고 있는가? 그리고 어디로 가는가?’ 이거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이 어디서 왔는지를 모른다면 어디로 갈 것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왜 이런 소리를 하느냐 하면, 온 고장을 모르기 때문에 갈 고장도 모르고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들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원한 근본, 자기 뿌리 주인공에다 모든 것을 맡겨 놔라 이렇게 해도 ‘뿌리가 뭐 말라빠져 죽은 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나 봅니다. 어떤 분들은 오신 지가 얼마 되지 않아도 과감히 놓고 가는가 하면 어떤 분들은 7, 8년이 돼도 놓고 가지 못합니다. 이건 무슨 까닭일까요. 자기 마음으로써 자기를 다스리고 행을 하면서 그 행하는 자체가 바로 자기 마음속에서 나온 것이라는 거를 알고 모든 거를 놓을 수 있다면 될 텐데, 그거를 모르고 항상 방황하고 관습을 좇아서 ‘이거는 이렇게 하면 안되고 저거는 저렇게 하면 안되고’ 하면서 끄달리고 가니 어떻게 걸림 없이 돌아갈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지금 우리에게 제일 시급한 것은 내가 나를 발견하는 것이고, 나를 발견한다면 상대를 발견하는 것이고, 상대를 발견했다면 세상을 발견하는 겁니다. 그런데 내가 이 세상에 나오고부터 벌어진 일들인데도 나로부터 찾지 않고 나로부터 생각해서 다스릴 줄 모르고, 나한테 닥치는 용도대로 모든 것을 그 자리에다 다시 입력을 해서 앞서의 입력이 없어지게 할 줄 모르고 이런다면 일일이 닥치는 것을 독 안에 들어도 못 면한다 이겁니다. 부처님께서 ‘인연 없는 중생은 어찌할 수 없느니라.’ 하신 뜻도 거기에 속한다고 봅니다. 아무리 내가 수 해를 두고 수십 년을 두고 이렇게 해도 여러분이 그 뜻을 모른다면 항상 노예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세세생생에 업식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겁니다. 그럼으로써 옷을 바꿔 입는다 하더라도 자기가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하고 한 대로 옷을 입고 나오니 얼마나 부자연스럽겠습니까.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하고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서 고양이의 옷을 입을 수도 있고, 개의 옷을 입을 수도 있고, 돼지의 옷을 입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천차만별의 옷을 입을 수가 있습니다. 자기가 산 대로 말입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사람의 의식이 남아 있는데다가 개 모습을 하고 나온다거나 돼지 모습, 소 모습, 토끼 모습, 곤충의 모습, 저 나무의 모습 등 가지가지 모습을 가지고 나온다면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지옥이겠습니까? 상대방들은 모두 옷 입은 대로 대접을 해 줄 겁니다. 독사 소굴에 들어가서 독사가 되었다면 독사의 대접을 해 줄 수밖에는 없죠.
그러한 고로 여러분이 지금 사실 때에 어떻게 살아야만이 잘 살 수 있으며, 어떻게 살아야만이 정신계와 물질계가 둘이 아니게 중용을 할 수 있으며, 중용을 하는 데도 걸림 없이, 어떠한 거를 본다 듣는다 해도 구김살이 없이 자유스럽게 무명을 벗겨 줄 수 있는지를 알아야만 합니다. 자기가 무명을 벗은 고로 어떠한 곤충에 이르기까지라도 보고 들으면 무명이 벗겨질 수 있도록 자동적으로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자기가 자기를 알면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불교라는 것은, 불(佛)이라는 것은 일체 만물만생 생명의 근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종교를 막론해 놓고 다 생명 없는 것이 없으므로 불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인간은 말과 말로 전달해서 돌아가게 했고 천차만별 생명들의 모습들이 다 그 나름대로 전달하고 돌아갑니다. 우리가 미국 사람이면 미국말 하고 일본 사람이면 일본말 하고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한국말 하듯 다 자기네들끼리는 말을 하는 겁니다. 말을 못하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일체 만물만생이 다 말을 하고 전달하고 돌아가는 겁니다.
그 가운데 특출한 거는 뭐냐? 말없이 마음과 마음으로 전달하는 도리입니다. 이게 정신계의, 바로 중용의 진리입니다. 마음과 마음이 전달돼서 돌아가는 이 도리를 모르기 때문에 의사나 과학자나 천체물리학자가 자기 소임을 행하는 데 있어서 모든 문제들을 걸림 없이 타개해 나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마음과 마음으로 전달이 되는 거는 일체 우주 삼천대천세계 모두가 가깝고 멀고가 없이 전달이 됩니다.
그런데 병원만 하더라도 마음과 마음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학술 이론 등 지식이나 의학계의 모든 거를 동원해서 아무리 연구해도 100% 해결이 되지 않는 겁니다. 그 사람이 어디서 온 줄을 알아야 그 병도 어디서 온 줄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야 정신계의 50%를 충당할 수 있고, 거기에 물질로써 커버하고 뒷받침을 해 줄 수 있는 의료상의 50%가 종합돼야 우리가 100% 해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과학기술 분야도 그렇고 어떠한 문제들을 가지고 있어도 다 그러합니다. 기계 하나를 만들어 놔도 그 사람의 혼이 다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것도 바로 생명이 있는 것입니다. 장승을 하나 세워 놔도 장승 세워 놓은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의 혼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여러 사람들이 가고 오면서 보고 생각하는 점이 있기 때문에 그 생각이 거기 투입이 돼서 다 신으로 불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부처님을 조성을 해서 모셔 놓으면 그 모습만 봐도 부처님이라고 생각을 하고 모든 마음을 거기다 다하기 때문에 여래라고 하기도 하고 부처님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없다면 부처님도 안 계신 거고 부처님이 안 계시면 우리도 없는 것입니다. 마음 내는 것이 없다면 목석이 될 것이고, 체가 없다면 무효일 것이고, 정신계의 근본이 없다면 또 무효인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에게 지금 제일 시급한 문제는 아주 높은 데고 낮은 데고 다 아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나부터 알아야 된다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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