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으려 해도 확신이 서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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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보이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나의 근본을 무조건 믿어야만 한다고 하시는데, 믿으려고 해도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왜 굳이 이 마음공부를 꼭 해야 하는지요? 마음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좋은 일만 하면서 착하게 살면 되는 것 아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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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아주 간편하게 나무로 비유를 하죠. 여러분이 나무들을 보시더라도 모습은 각양각색으로 다르지마는 뿌리는 다 마찬가지입니다. 나무들 뿌리가 말입니다. 꽃나무든 버드나무든 소나무든 간에 다 자기 뿌리에 붙어 있는 것입니다. 그 뿌리가 없으면 이파리도 줄기도 살 수가 없습니다. 그렇듯이 사람도 역시 자기를 끌고 다니는 자기 생명의 근본, 주인공 뿌리가 있기 때문에 말을 하게 되고 움죽거리게 되고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모두들 다른 형상을 믿고 살려고 합니다. 형상을 믿는다는 말은 이름을 믿고 상대를 믿고 의지하려는 기도방식으로 나간다 이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달마 대사가 양 무제더러 공덕이 없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부처님을 공경하고 스님들한테 옷을 해 드리고 공양을 해 드리고 절을 지었는데도 말입니다. 그것이 바로 기복이기 때문입니다.
왜 기복이라고 그러느냐? 내 나무는 내 뿌리하고 정맥 동맥이 상통하듯 그렇게 돌아갑니다. 뿌리와 나무가 위에서는 공기, 태양, 모든 에너지를 흡수해서 아래로 내려보내고, 아래에서는 땅의 지기와 철분과 수분, 모두를 흡수해서 위로 올려보냅니다. 그러니까 인간에게 정맥 동맥이 돌아가듯 그렇게 하는 겁니다. 한쪽만 있어 가지고는 다른 한쪽이 돌아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사시는 게 물질세계의 한쪽만 가지고 사는 겁니다. 물질세계 50%만 가지고 살기 때문에 정신세계 50%가 부족하죠. 즉 말하자면 사람이 동맥은 있는데 정맥이 없다거나 정맥은 있는데 동맥이 없다거나 이런다면 아예 사람 구실을 못하죠. 그렇듯이 내가 내 뿌리를 믿어야 그렇게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내 뿌리를 믿지 않고 내 나무가 울창한 딴 나무를 보고 ‘아이구! 저 나무가 저렇게 큰데 나에게 에너지를 좀 주었으면…. 나를 잘되게 했으면 .’하는 것이 기복입니다. 그 나무에서 이쪽 나무뿌리로 올 수가 없거든요. 이 나무로는 절대로 올 수가 없습니다. 또 딴 나무뿌리가 이쪽 나무를 도와주는 일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얼른 쉽게 말해서 이웃에서 음식을 만들었는데 먹고 싶어하면 조금 줄지언정, 즉 복은 조금 있을지언정 공덕은 없다 이 소립니다. 그러니 그 뜻을 자세히 파악하시고 우리가 지금 살아 있는 몸을 가지고 한 철 나는 건데 그 한 철 동안에 어떻게 해야 옳으냐는 것을 잘 판단해 보셔야 합 겁니다. 그러니 기복으로 하는 건 이익이 하나도 없습니다. 기복으로 한다면 주변 동네에서 쌀이나 몇 됫박 얻어먹을 뿐이지, 내가 농사를 지어서 추수를 해서 내 마음대로 먹을 수는 없는 겁니다. 그와 같습니다. 그러니까 내 나무는 내 뿌리를 믿고 ‘주인공 뿌리만이 나를 이끌어 줄 수 있고, 우리 가정을 이끌어 줄 수 있고, 우리 모든 식구를 다 밝게 살게 할 수 있다. 스위치 하나만 올리면 우리 가족 전체가 다 불이 켜져서 밝게 살 수 있다.’ 하는 거를 믿으라는 겁니다.
또 한 가지는, 여러분 내면에 생명체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가득 차 있는데 그 가득 차 있는 생명체들이, 의식들이 누구인 것입니까? 한 부분만 파워가 일어나도 지금 그 집합소는 무너져요. 바로 이 몸이 집합소거든요. 그리고 내가 나를 다스려서 이끌어 가는 선장이기도 하죠.
그렇다면 이 몸속에 있는 모든 의식들이 과거로부터 생긴 건데 그 업식들이 아니었으면 태어나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러니까 ‘이것이 번뇌다. 의식들이 모두 마구니다.’ 이렇게만 생각할 게 못 되지요. 그 악업 선업, 업식들이 없었더라면 내 영혼이 정자 난자를 빌려서 이 세상에 출현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나빠도 나쁘다고 할 수가 없고 좋아도 좋다고 할 수가 없는 것이 진리죠. 알고 보면 그렇게 묘한 법입니다. 나쁜 것을 습관적으로 나쁘다고만 하지 않는 것이 넓은 마음을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하여튼 어린애들한테도 자기 마음을 다스리면서 관하는 도리를 집에서 가르치셔야 합니다. 그거는 재산을 주는 것보다도 더 소중한 보배입니다. 그러니까 자기를 형성시킨 자기를 믿으라는 데 왜 못 믿겠습니까? 이 마음공부는 남녀노소를 막론해 놓고, 재산이 있든 없든 가난하든 부자든, 못났든 잘났든 그거를 떠나서 참자기를 발현하는 길이요, 또 짊어지고 나온 업식을 녹여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공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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