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에 끝내는 방법은 없나요? > 길을 묻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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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에 끝내는 방법은 없나요?

본문

질문

어차피 사나이 대장부가 칼을 뺏으면 하늘을 받칠 수 있고 굴릴 수 있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지금 이 자리에서 신검을 만들 수 있도록 공부하라고 자주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신검을 만들려면 신검 만드는 재료도 있고 망치도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훌륭한 대장간, 대장장이도 있어야 합니다. 스님께서는 혼신의 힘으로 한 방 한 방 내려치라고 하시지만 한 방에 끝나는 방법은 없는지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그렇기 때문에 돈오돈수가 있고 돈오점수가 있는 겁니다. 그런데 돈오점수도 돈오돈수도 둘이 아니에요. 한 방을 내려치다 보면 두 방이 한 방이요, 세 방이 한 방입니다. 수만 마치로 두들겨도 바로 한 방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하나하나의 숫자가 따로 없는 겁니다. 무시무종이라고 그랬죠. 그래서 무심이라 그랬고 일시무시라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이거를 숫자로 따지려고 그러면 우리가 이 숫자 없는 공부는 못합니다.

여러분이 어디를 가고 있다 하더라도 발자죽을 하나하나 세고 가나요? 첫 발의 그 시발점과 종점의 발이 둘이던가요, 어디? 그러니까 그렇게 걸어왔어도 일단은 한 발 한 발 걸어 딛고 오긴 했는데 걸어온 사이가 없다 이겁니다. 그냥 여기 있을 뿐이고 저기 갔으면 저기 갔을 뿐이지 그 걸어온 거를 일일이 계산을 할 수가 없는 거죠.

왜냐하면 이건 심성, 즉 말하자면 축지법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이건 천 년 삼천 년을 단축해서 하루로 만들 수 있고 그 하루를 일 초로 단축할 수도 있습니다. 일 초를 찰나로 단축할 수 있고요. 그러니까 이 모두가 과거의 모든 업 짊어진, 그 입력된 거를 그냥 한꺼번에 한 방망이로 다 녹일 수가 있는 거예요. 한 방망이로 무조건 생기는 대로 그냥…. 아니, 한 방망이로 녹인다는 건 뭐냐 하면, 나를 형성시킨 놈도 그놈이고 지금 끌고 다니면서 하는 놈도 바로 그놈인데, 그 뭣 하나 내가 잘못한다 잘한다도 없이 그놈이 안 하는 게 없잖아요. 안 하는 게 없다구요. 그 도리를 안다면 껄껄껄 하고 한 번 크게 웃어 보세요. 그렇게만 한다면 한 방망이로 그냥그냥 녹이는 겁니다.

만약에 음식을 잔뜩 먹고서는 체했다면 왜 이렇게 체하게 하느냐고 그러기도 할 겁니다. 그러나 그건 체할 정도로 그렇게 욕심을 내서 많이 먹은 내 탓 아닙니까? 그런데 그걸 내 탓으로 돌리지 않는단 말입니다. 욕심나게 많이 먹게 한 놈도 너고 그렇게 해 가지고 체하게 만든 놈도 너고 말입니다. 안 그래요? 따로따로가 없습니다. 몸 전체가 형성된 거, 몸 전체가 움죽거리는 거, 몸 전체가 보고 듣고 하는 거, 일상생활에 걸어가고 걸어오는 거, 모두가 살고 상대를 만나고 하는 것도 전체가 고 한 군데서 하는 거거든요. 한 놈이 하는 거란 말입니다. 주인공 한 자리에서 하는 거예요. 그런데 사람이 믿고 알 때 ‘아, 네놈이 전체 하는 거로구나. 그러면 뭐 잘못됐다고 할 것도 없고 잘 안됐다고 애걸복걸 할 것도 없고, 또 뭐가 잘됐다고 좋아할 것도 없구나. 모든 걸 네놈이 하는 거니까.’ 이러고 그냥 한 망치에 때려 버리면 될 거를, 그냥 거기 말려 가지고 부둥부둥 앨 쓰니 어느 천 년에 한 방망이로 다 그냥 녹이겠습니까?

이 도리를 알면 춤들을 덩실덩실 출 겁니다, 아마. 그러고 한 나절은 웃어댈 거고 한 나절은 복통을 하고 또 울 겁니다. 그러니 그렇게 되기까지 좀더 쓸데없는 착, 쓸데없는 어리석음, 그런 것들에 끄달리지 말라 이거예요. 한 방에 없앨 수도 있으니까요. 설사 한 방에 안돼서 또 한 방을 쳤어도 그게 두 방이 되는 게 아닙니다. 한 방을 쳤어도 한 방이요, 두 방을 쳤어도 한 방이에요.

하여튼 우리는 절대적으로 한 사람도 낙오가 돼서는 안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걸 하는 것이 분수가 뿜어져 나오듯 사방으로 들어와서 내가 어떤 걸 하든지 그놈이 하는 거지, 딴 놈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일체를 다 한군데다 집어넣을 수만 있다면 한 방으로 되는 겁니다. 믿으세요! 못났든 잘났든 자기를 믿으라구요. 아무리 잘났어도 남의 뿌리에서 제 나무로 에너지가 오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자기를 믿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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