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 가릴 수 없다는 생각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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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세상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온갖 윤리나 법, 도덕 같은 규범들을 만들어 놓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이런 규범을 어기면 양심의 가책을 받거나 다른 사람에게서 비난을 당하곤 합니다. 이런 규범을 지키는 것이 선이요 어기는 것이 악이라고 우리는 늘 배워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이러한 규범들이 과연 선하거나 악한 건지 규정할 수 없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선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돌이켜 보면 악하게 되는 것도 많고 반대의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꾸면 선과 악을 구분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그 무어라고 규정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되다보니 생활하는 데 어떤 기준이 없으니까 어떻게 마음을 가져야 될지 혼란이 올 때가 종종 있습니다. 선과 악의 구분, 윤리를 꼭 지켜야 된다라는 마음이 사라지고 뭐라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제가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심지가 아직 자리 잡히지 못해서인지 가르침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깨달았다 해도 그 이전에 수억겁을 거치면서 나올 때에 무슨 일은 안 했겠습니까. 그러니 몰랐을 때 내 모습, 잘못했을 때 내 모습, 알기 이전의 내 모습으로만 본다면 밉고 좋고가 없습니다.
우리가 현재 생활에서 배우고 가는, 눈에 보이는 기준으로만 모든 것을 판단하지 마세요. 자식들도 부모들 눈이나 생각만으로 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자녀들 쪽에 서서 자녀에게 한마음이 돼 준다면 폐단이 올 게 없고, 자식들은 부모한테로 들어가서 그 기준에 서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하나도 폐단이 올 게 없습니다. 그런데 각자 자기 기준에서 생각하면서 “너는 이렇게 안하면 밥 빌어 먹는다” 고 말하고, 부모에게는 “옛날 방식으로 그렇게 하면 안됩니다” 이러거든요.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한마음으로 가정을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이 우주 천하를 통일하겠습니까. 한마음으로 말입니다.
제각기 모습이 다르고 제각기 차원도 다르지만 본래부터 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본래부터 잘못한 것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 와서 물질에 끄달리고, 먹고 사는 데 끄달리고, 애착에 끄달리고, 욕심에 끄달리다 보니까 잘못된 것이지 애초부터 잘못된 건 아닙니다.
이름이나 형식에 끄달리지 마세요. 이름이나 형식에 끄달리다가는 정말 죽도 밥도 안 됩니다. 어떨 때 여러분을 보면 참 답답할 때가 많이 있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허허, 나도 예전에 저렇게 몰랐었지. 모두 내 모습 같구나’ 하고 생각하면 정말 애닯고 애처로워서 마음을 내게 되지 ‘저건 몰라서 그래’ 이렇게 되질 않습니다. 사실이 그렇구요.
지혜가 풍부해야 자비도 조건 없는 자비를 베풀지, 지혜가 풍부하지 못하면 조건 없는 자비를 베풀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자식들을 위하고 부모를 위한다 하더라도 자유스럽게 해주면서 위해야지, 말이나 행동으로 간섭한다면 마음이 넓어질래야 넓어질 수가 없습니다.
저 산천초목들을 보세요. 요즈음처럼 가을이 되면 이파리가 떨어져서 그것이 거름이 되어 봄이 되면 다시 푸르르게 잘 자라고 있는 것을 사람들이 오히려 망가뜨리기도 합니다만, 시대가 시대니만큼 그것도 망가뜨린다고 할 수 없겠지만 잘못되고 잘되는 것은 물 흐름에 의해서 돌아가는 것입니다.
즉 말하자면 마음에 의해서 돌아간다 이겁니다. 마음 떠나서는 계발할 수도 없고 마음 떠나서는 원력을 세울 수가 없어요. 안에서 일어나는 마음과 상대를 보고 일어나는 양면의 마음을 다스려서 놓을 줄 알아야만이 진정으로 규범, 윤리도덕도 지킬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일부러 기준을 세우고 지키려고 하는 것은 지키다 안 지키다 하지만, 근본에 일임하고 중심을 세운다면 악도 선도 둘이 아니게 올바르게 지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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