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복잡하게 벌어진 이유가 무엇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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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안녕하세요 큰스님? 저는 호주에서 유학중인 여학생입니다. 세상 모든 만물이 하나로 통한다 함은 머리로나마 조금 이해가 가긴 하는데, 세상이 그렇게 주인공 한 구멍으로 통한다면 왜 그대로 있지 이렇게 여러 개로 나투어서 시험을 하고, 고통을 겪고 힘들게 나를 찾기 위해 고생 아닌 고생을 하는지…. 모든 게 완벽했을 텐데 이렇게 여러 개로 나투어 돌아가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언젠가 이런 질문에 스님의 답을 들은 적이 있는데도 와닿지 않고 어려워서 다시 한번 직접 질문 드립니다. 사실 참나에게 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그렇게 잘 되지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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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인간 세계는 사람을 거르는 용광로이면서, 사람다운 사람으로 만들어 내는 공장이기도 하고, 가르치는 학교이기도 합니다. 인간 세계는 천차만별의 모습으로, 인간을 인간다운 인간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상세계와 하세계의 교차로이기 때문에 중(中)세계라고 하고 이 중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은 다 나를 가르치는 재료이자 기회일 뿐입니다. 성현의 말씀만이 나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보고 듣고 겪는 것 일체가 나를 가르치는 것이지요. 성현의 말씀은 일체가 다 나의 스승이라는 사실을 일러준 것일 뿐입니다. 그런데 사람으로 살면서 마음으로 진화를 거부한다면 그것은 책을 앞에 놓고도 글 한 줄 못 읽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자기에게 다가오는 모든 경계란, 좋은 경계든 나쁜 경계든 곧 나를 단련시키는 길잡이이자 수련의 과정입니다. 경계가 다가옴으로써 나는 그것을 통해 성숙하고 진화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경계가 발전의 재료임을 안다면 그것을 마음으로 거부하거나 좋아하기보다 묵연히 수용하는 게 바른 자세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다가오는 그 모든 경계를 나의 주인공이 들이고 내기 때문에, 모든 것을 그 들고 나는 주인공 자리에다 놓으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 길만이 주인공과 하나되는 길이자, 이 중세계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되는 길이니까요. 그러니 ‘이것이 왜 이럴까?’ 하고 따지는 그 마음을 버려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사량으로 살아서는 어떤 것도 해결을 할 수가 없는데 ‘이러면 어떨까, 저러면 어떨까?’ 하고 따지다 보면 불법의 참맛을 느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부처님 말씀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발에 화살을 맞았는데, 빨리 그 화살을 빼려고 하지 않고 이 화살이 어느 쪽에서 왔을까, 누가 쐈을까 하고 생각만 하고 있다간 독이 퍼져 죽는 이치와 같이, 자기 자신을 발현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사량적으로 생각만 한다면 영원히 벗어날수가 없다구요. 그러니 무조건 그 자리에 놓고, 믿고 들어가세요. 알았죠? 꼭 그렇게 하나 하나를 실천하다보면 그런 궁금증이 사라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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