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를 많이 하는데… >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는
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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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를 많이 하는데…

본문

질문

요즘에 가는 곳마다 대규모 불사가 진행 중인 것을 보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서로 경쟁이나 하듯이 이왕 짓는 것 크게 짓자고 마치 유행처럼 앞을 다투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대작 불사가 진행되고 있는 이런 현상이 한국 불교의 어떤 인연을 말해 주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불사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불사를 시작하는 사찰이면 으레 모연문을 내고 기원법회를 자주 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선원의 경우는 너무나 조용합니다. 그래서 저는 종무소 보살님께 어떻게 되어 가느냐고 물었더니 그 보살님 말이 “부처님 일인데 잘되겠지요.”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딴은 그렇겠다라고 생각을 했습니다만 아무리 부처님 사업이라 하지만 마음을 내고 손발을 놀리는 것은 인간의 일인데 이렇게 조용해도 여러 지원에서 펼치는 불사들이 계획대로 잘되는 것인지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나는 예전에 저 상원사(上院寺)를 지을 때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네놈이 있다면 지을 것이고 네놈이 없다면 못 지을 것이지, 그 뭐 나만이 지으라고 등에다 써 붙였나?’ 안 그렇습니까? 왜? 딴 사람들의 그 마음을, 어려운 사람들은 아주 귀찮을 거란 말입니다, 괴롭고. 하지 못하니 참 괴롭고 또 있는 사람은 있는 사람대로 조금 하지만 그것도 어떤 때는 “내라! 내라!” 하면 아주 괴로울 겁니다. 외려 스스로 자기가 할 수 있는 대로 내버려두는 게 낫지.

그리고 또, 아래로는 그렇게 내버려두고 편안하게 생각하게끔 해 주는 게 좋고, 위로는 ‘모두 너의 집인데 너가 있으면 할 거고 너가 없으면 못 할 거지, 뭘 그래?’ 하고 하는 거지, 아니 ‘내 이 집을 못 지으면 꼭 너를 죽인다.’ 이런 사람이 있습니까? 나는 이건 내 집이라고 생각도 안 하고 그냥 여러분의 집이기 때문에 여래의 집이라고 할 수 있죠. 여러분이 다 여래입니다. 여래의 집이라고 생각할 수 있죠. 그런데 여래의 집을 짓는데 여래들이 알아서 하겠지 내가 왜 애를 씁니까?

그리고 이런 얘기를 내가 가끔 했죠. 양 무제가 달마 대사한테 묻기를 “이렇게 많은 시주를 하고 절을 지어드리고 스님들의 옷을 해드리고 밥을 해드리고 이렇게 많은 시주를 했는데 공덕이 얼마나 됩니까?” 하고 물었거든요. 그러니까 “공덕이 하나도 없다.”라고 그랬거든요. 그러니 얼마나 얄밉겠어요, 허허허. 그랬듯이 우리가 이 마음의 도리하고 연결이 되지 않는다면 그거는 헛 시주입니다. 헛 시주!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없어야 되겠죠.

그런데 시주라고 하는 것은 여기다가 놔도 또 지원의 스님한테다 줘도 그 스님 자체가 받는 게 아닙니다. 그렇게 돼야 합니다. 그 스님 자체가 받는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이 준 것도 아니게 됩니다. 왜냐? 자기 거를 자기가 한 거지, 자기네 그 가족들한테로 무심통장을 한 거지 그건 개별적인 우리들을 준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여러분이 시주를 할 때는 항상 생각을 하고 그냥 무심코 받는다 하더라도 그거는 우리를 준 게 아닙니다. 우리 스님네들을 준 게 아니고 불사를 하라고 줬어도 그건 앞으로 자기 불사를 하기 위해서 준 거지, 이 중들의 불사를 하게 하기 위해서 준 게 아닙니다.

그래서 달마 대사께서는 양 무제더러 네가 이 시주를 하고, 네가 시주한 거는 대가를 바라고 또 시주를 내가 했다고 만백성들한테 풍기고 그러고 했으니 무슨 시주가 공덕이 될 게 있느냐 이거야. 그러니 하나도 한 게 없다 이거야. 그런 거와 같이 우리가 시주를 해도 누가 요만한 거 하나 거저 먹는 사람 하나도 없습니다. 이 우리 한마음선원의 식구들은 말입니다. 거저 먹는 사람 하나도 없어요. 모두 자기네들 자기 밥들 먹고 사는 스님네들이란 말입니다. 왜 그러면 남들이 갖다 주는 밥 먹고선 왜 자기 밥들이라고 하느냐. 그거는 자기 할 일을 다 잘하고 가니깐, 자기 할 일을 하고 가니깐 그 밥을 자기가 내려먹을 수 있으니까 자기 밥이라 이 말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억만금을 갖다 준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넘보지 않을 겁니다. 그러고 눈을 희번덕거리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주머니 차지 않을 겁니다. 그거는 왜 그런 줄 아십니까? 근중한 내 부모가 내 종자를 줬고 그 종자로 인해서 몸을 탄생을 시켰는데, 그 몸을 탄생을 시킨 것도 제대로 못 가지고 갈 걸, 영원히 가지고 못 있을 걸 왜 그거를 짐을 지겠습니까? 내가 왜 짐을 집니까? 여러분의 짐을 왜 내가 집니까? 그냥 그거를 받아서 여러분을 위해서 짐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쓰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누구나가 다 우연이라고 생각하시지 마세요. 우연히는 없습니다. 절대적으로 거저도 없고, 우연히도 없고 꼭 내가 한 거만큼 내가 하는 대로 이렇게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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