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독송을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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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주위의 스님들께서 불경을 독송을 하면 좋다고 해서 제가 『금강경』을 아침저녁으로 몇 년째 독송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 뜻도 모르고 독송을 해도 복덕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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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이런 게 있습니다. 옛날 얘기 또 해야 되겠군요. 옛날에 어느 도량에서 학인들이 결제가 되면 한 절에 모여서 참선을 하든가 경을 읽든가 이러다가 해제가 되면 나가서 또 공부를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나가서 공부를 하다가 결제가 돼서 다들 들어왔는데 그 절의 주지 스님께서 “너희들은 무슨 공부를 하고 들어왔느냐?” 하니까 전부 무슨 경을 읽었다 무슨 경을 읽었다 하는데 한 분만 “저는 잠자고 밥 먹고 똥 싸고 있었습니다.” 하거든요. 그렇게 똥 싸고 밥 먹고 잠잤다고 하는 말에 “얘 이놈! 공부도 안 하고 그렇게 잠만 자고 똥만 싸고 그렇게 했으니 너는 부목이나 해라.” 하고 내쫓았습니다. 그래 부목을 하면서 나무를 패서 그 스님 방에 불을 때느라고 그 앞엘 자꾸 돌아다니거든요. 그러면서 노래를 불렀답니다.
벌이 어쩌다가 방에 들어가서, 그건 입산한 걸 말하는 겁니다. 어쩌다가 벌이 방에 들어가서 유리가 반사가 되는 거를 보고 그것이 문인 줄 알고 자꾸 입으로 거기를 쪼니까 고만 입이 뭉그러져 그만 떨어졌거든요. 떨어져서 몸이 떨어지니까, 그렇게 쪼다가 몸이 떨어지니까 입도 떨어지더라. 즉 말이 떨어지더라는 얘깁니다. 몸이 떨어지니깐 입도 떨어지고 입이 떨어지니깐 말이 떨어지더라는 얘깁니다.
그게 무슨 뜻이냐 하면, 사람이 몸으로, 사량으로 책을 보고 이론으로다가 알고 그런다면 이 몸이 없어지면 그것도 없어질 거 아닙니까? 그러나 내 내면세계의 참나를, 주인공을 믿고 물러서지 않고 거기다 모든 것을 맡겨 놓을 수만 있다면, 몰락 맡겨 놓을 수 있다면 바로 그 속에서, 그 가운데서 바로 내 참맛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사량적인 마음으로 물질을 보고 그것을 글자 풀이를 하고 소리를 내서 읽는다고만 하는 것은 진짜 금강경을 배우는 게 아닙니다. 경을 읽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경을 누가 읽나?’ 그것을 찬찬히 생각해 보시란 말입니다. ‘누가 읽고 있을까?’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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