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가 왜 생겼는지?
본문
질문
불가에서의 천도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그리고 천도가 생긴 이유는 무엇인지요? 어머니께서 자꾸 꿈에 돌아가신 조상님들이 보이고 몸이 불편하시다고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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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천도가 왜 생겼느냐. 정신계의 도리를 모르고 돌아가신 분들은 의식이, 항상 자기가 살아 있는 줄 알고 친척 집을 맴돌거나 자기 집에서 떠나지 못하고 묘지에서도 떠나지 못합니다. 모두 그렇게 하기 때문에, 몸이 없어지고 나서 잔뜩 들어 있던 업식이 그림자처럼 나타나니까 한 발짝도 벗어날 수가 없는 겁니다. 그 업식 소굴에서 말입니다. 지금 여러분 몸뚱이 속에 업식, 의식, 모습들이 수없이 있습니다. 좀 들여다보십시오. 모습들이 얼마나 천차만별로 돼 있나. 보지 않고 한번 들여다보세요. 그 모습들이 자기 소임을 맡아 가지고 작용들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잘못 작용을 해 가지고 파워를 일으키고 해서 자기 집을 망가뜨리고 있는 사람도 있죠.
그렇듯이 온통 자기가 있다고 생각을 하니까 한 발짝도 떼어 놓을 수가 없고, 강을 건너가려야 빠져 죽을까 봐 못 건너가고 불바퀴를 넘어서려야 타 죽을까 봐 못 가고 이러니까 오백 년이 돼도 천 년이 돼도 물가에서 뱅뱅 돌면서 한 치도 건너갈 수 없죠. 이러니 자손들이 부모를 위해서 천도를 시키는 겁니다. 자기가 병이나 낫겠다고, 또는 자기가 잘되려고 천도재를 한다면 아니 됩니다. 묵은 빚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정성을 다해서 그 길에서 벗어나게 해 드린다면 자손들은 더불어 벗어나게 될 것이 아닙니까? 한 염주 알이니까 말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잠시잠깐만 생각하고 내 발등에 불 떨어진 것만 급하게 생각하고 온통 야단법석들을 하는 겁니다.
예전에도 얘기했지만, 어느 대장장이가 대대로 내려오면서 대장간을 했더랍니다. 그런데 새벽같이 일어나서 풀무질을 해서 불을 피워야 뭐라도 만들거든요.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모두 살아 계시고 그러니까 “아이구! 묵은 빚 갚으랴 자식들은 옹기종기 있으니까 햇빛 주랴, 이거 참 정말 이 세상 살기가 너무나 어렵구나!” 하고선 한숨을 훅 내쉬고선 손을 혹혹 불면서 불을 피우느라고 풀무질을 하는데 임금이 순회하시다가 담 밑에서 그 소리를 듣게 되었어요. 그런데 ‘묵은 빚을 갚으랴 햇빛을 주랴.’ 이 문제를 아무리 궁리해 봐도 이해가 되지를 않아요. 그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는 거예요.
그래서 그 이튿날 신하를 시켜서 그 사람을 불러오게 했어요. 불러와서 “새벽에 불을 피우면서 한 소리가 무슨 뜻이냐?” 하고 물었어요. 그래서 “부모님도 살아 계시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살아 계시고 한데, 그분들이 아니었더라면 제가 어디서 나왔겠습니까? 또 그분들이 낳아서 길러 주셨으니 그 은혜를 생각해 보면 제가 죽도록 갚아도 못 갚을 묵은 빚입니다. 그래서 ‘묵은 빚을 갚으랴 햇빛을 주랴, 이거 참 살기가 어렵구나!’ 했습니다.” 하고 대답하니까 대대로 내려오는 그 상놈의 풀무쟁이 신분을 싹 치워 주더랍니다. “세상에 이런 효자가 어디 있느냐!” 하고요. 그래서 논농사 짓게끔 논마지기를 떼어 줘서 평민으로 살게 했더랍니다. 그것도 한생각입니다. 그렇게 부모의 은혜를 생각하는 것도 한생각이에요. 그걸 우습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고 은혜롭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런 거죠.
인간의 몸뚱이가 천년만년 사는 게 아닙니다. 바로 이 몸뚱이가 한 철 나러 나온 겁니다, 한 철! 그 한 철 날 동안에 이 도리를 아셔야 될 것입니다. 모르면 어떻게 되느냐? 아무렇게나 염불이나 하고 목탁이나 친다고 해서 천도가 되는 게 아닙니다. 그걸 똑바로 아셔야 됩니다. 형상의 부처님과 형상인 자기가 둘이 아닌 줄 아는 스님이라야 목탁을 한 번만 쳐도 천도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부처 따로 있고 스님 따로 있고 중생 따로 있고 이런다면 목탁을 천만 번을 쳐도 천도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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