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한 세계를 보았는데… >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는
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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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한 세계를 보았는데…

본문

질문

저는 시민 선방을 다니면서 10년 가까이 수행해 오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목욕을 하는데, 물을 떠서 이쪽으로 끼얹고 한 번 더 이렇게 끼얹으려고 하는데 어디서 천둥벼락 치는 소리가 나는 듯하면서, 그냥 눈이 번쩍하면서 아주 청정한 세계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아, 이것이 정말 그건가? 이게 뭐가 나인가?’ 하는데 그때 저는 거기서 저라는 형태를 보았습니다. 큰 맑은 물에 사공이 배를 젓는 그런 형태를 보면서 ‘그것이 나로구나.’ 할 때 달과 빛이 한눈에 불이 번쩍하는 것을 보고 ‘아! 이것이 그때 나로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부처라는 뜻이 청정한 그 마음자리가 아닌가 하고 살고 있는데 그것이 옳은 건지 그른 건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그것이 나로구나.’ 하는 것도 내세울 게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일심도 만심이요, 만심이 일심이니 일심도 내세울 게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바깥으로 내가 어떠한 청정한 세계가 보인다 할지라도 본 바가 없고 들었다 할지라도 들은 바가 없어요. 또 나라고 한다, 내가 그렇게 했다 하는 것은 육안으로, 즉 말하자면 오관을 통해서 본 것이지, 진짜 누진에 의해서 청눈이, 진짜 온 누리를 다 볼 수 있는 그러한 천안통이 있다 할지라도 도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마음 그 자체가 내세울 게 없다고 항상 말씀드리죠? 오신통을 내가 부릴 줄 알아야지, 오신통에 내가 말린다면 안 되니까 철저히 그걸 막았죠. 보는 것 가지고, 듣는 것 가지고, 헤아리고 냄새 맡고 이러는 거 가지고, 타심통이니 또는 숙명통이니 천안통이니 천이통이니 신족통이니 하는 것을 가지고 ‘내가 도를 통했다’ 한다든가 ‘내가 나를 봤다’ 한다든가 그러면 그것은 아주 선종들에게 누를 끼치는 일들입니다.

그것은 자기가 밥을 먹어야 자기 배가 부른 줄 알기 때문입니다. 자기 오신통에 의해서 지금 여여하게 돌아가는 이 자체가 오신통이라는 이름 자체도 없이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신통을 하고 있는 바로 그 자체 속에 그 눈을 보십시오. 그러면 그 맛이 거기서 스스로 나올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들리고 보이고 한다 할지라도 감사하게 거기다 놓으십시오. 우리가 있기 때문에 부처를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망상을 끊어버린다든가 이래서는 아니 됩니다. 모든 것은 한마음 한 그릇, 빈 그릇에 모든 것을 담아도 담음이 없이 모든 것을 한데 융합해서 감사하게 놓으십시오. 그럼으로써 아마 시큰둥하게 익어 들어간다 할지라도 제 나무에서 무르익을 것입니다. 만약에 시큰둥하게 열린 것을 열렸다고 이것이 익었는가보다 하고 모두 온통 야단들을 한다면 그것이 그냥 떨어지게 되는 이치도 있습니다. 미해집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나온 게 화두예요! 색이자 즉 공이고 공이자 즉 색이니 어찌 이게 공한 것이 아니겠느냐 이겁니다. 이게 공했다는 거는, 텅 비었다는 거는, 없다는 거는 없어서 없다는 게 아니에요. 너무 이것이 찰나찰나 화해 가면서 돌아가니까 공했다는 거죠. 그러니 공한 데서 나오는 거 공한 데다 놔야죠. 이것이 화두예요. 내가 이 세상에 난 것이 태초요, 내가 이 세상에 난 것이 바로 화두라, 이 몸뚱이가! 이 몸뚱이가 화두거늘 화두에다가, 공한 데다가 또 공한 놈의 화두를 또 잡아?

예전에 석존 시대에는 화두를 따로 주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부처님을 따로 모셔 놓지도 않았고요. 선방을 따로 해 놓고 따로 그렇게 앉아 있는 시간을 정해 놓지도 않았습니다. 우리가 앉고 싶으면 앉고 서고 싶으면 서는 거죠. 숨 들이쉬고 내쉬고 하는 것이 그냥 참선이거늘 어찌, 앉았다가 일어나면 다 했다고 할 것이고, 앉았으면 참선한다고 할 것이고, 선방에 가서 하면 선방에 왔으니까 나는 지금 참선을 한다고 생각을 할 것이고 집에 오면 ‘난 집에 왔다고, 선방에서 지금 집에 왔어, 방금.’ 이럴 것이고. 그러니 선은 항상 조금 갔다 조금 그만두고, 조금 갔다 도로 오고, 조금 갔다 도로 오고, 이런 형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은 끊어져요. 그러니 항상 선이 돼야 한다는 사실을 진실로 아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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