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으려 해도 놓아지지가 않아요
본문
질문
스님께서는 내 앞에 닥치는 모든 것을 놓으라고 하십니다. 그렇지만 제 안의 너무나 괴롭고 막막한 마음을 놓으려고 아무리 애를 써 봐도 놓아지지가 않습니다. 그럴 때면 차라리 그 잡념을 놓기 위해서 1시간이고 2시간이고 계속해서 절을 합니다. 그러면 잠시 잊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스님, 어떻게 해야 제 안에서 물밀듯이 흘러나오는 업식들을 벗어날 수 있을까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물론 놔 버리는 것도 참, 단계가 있어야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차원이 다 다르고 생김생김도 다르고 또 생활해 나가시는 방법도 다른 것입니다. 그 법은 똑같지만 생활 자체를 해 나가시는 것은 다 다른 것입니다. 이렇게 해 나가시는 분이 있고 저렇게 해 나가시는 분이 있습니다. 이걸 잡숫고 싶어하는 분이 있고 저걸 잡숫고 싶어하는 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이것이 좋다 저것이 좋다 하는 데에 매달리지 마시고 아주 지극하게 일임해서 놓을 줄 아셔야 합니다. 그럴 때 내 마음이, 이런 것이 우리 마음의 참선입니다.
우리가 어떠한 괴로움이 생긴다고 해서 ‘이거 망상이니까 끊어 버리겠다.’ 이런 생각은 아예 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망상이 생기고 어떠한 생각이 나는 것은 유생 무생이 다 쉬는 사이 없이 자꾸 돌아가기 때문에, 자기 머리에서 자기가 보고 들은 것이 다 잠재해서 들어 있기 때문에 그것이 발단이 돼서 자꾸 이렇게 생각이 나는 겁니다. 내가 먹어 본 것은 언젠가 또 먹고 싶어서 생각이 나듯이, 본 것도 언젠가 또 생각나듯이…. 그러니까 항상 생각나는 그것은 잠재의식의 작용입니다. 바로 우리 의식세계의 계발된 어떠한 유동성이라고 할까요?
그러니 그렇게 생각나걸랑 그것이 나온 거기다가 바로 놔 버리세요. 자기가 색(色)이자 공(空)이고 공이자 색이거든요. 그러니까 그것이 둘이 아니다라는 얘깁니다. 바로 자기 실상이라고 볼 수 있겠죠. 자기 실상이 공이니까 공에다 모든 것을 놔 버리세요, 믿고. 진실하게 믿고. 믿지 않으면 놔 버릴 수가 없어요.
믿어야 열쇠를 맡기죠? 믿지 않으면 열쇠를 맡길 수가 없듯이 말입니다. 내가 ‘참나’인 주인공을 진실로 믿는다면 몸이 아프고 괴로워도 거기를 믿고 맡길 수가 있죠. 주인공이라는 그것 자체도 이름이고 실(實)은 아닙니다만. 그래서 이름을 부르는 게 아니라 실상 그 자체를 믿는다는 것인데 바로 거기다가 놓아 버린다면, 믿고 놓아 버린다면 해결이 될 수가 있죠.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차가 있고 기름이 있어도 차는 운전수가 끌고 다닌다 이 소리입니다. 그러니까 차와 운전수와 기름이 삼합(三合)이 되어서 돌아가듯이 그렇게 공존하니까 색이 공이자 공이 색이다 하는 거고 그렇게 공존하는 것을 공이라고 할 때 거기다가 몰락 놔 버리면 그대로 공존돼서 바로 일체 유생 무생이 한데 합친 그 능력의 의사가 되니 나는 손을 까딱 안 하고 해결을 할 수도 있는 그런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여러분, 가난도 자기가 만들어 놓고 자기가 당하는 거지 누가 가난을 주고 뺏어 가는 게 아닙니다. 옛날 말에 어느 부자가 복을 지은 거라고는 동네에서 누가 어린애 낳는 데 고작 짚 한 단 준 거밖에 없었답니다. 그랬는데 부자가 죽어서 가 보니까 부자 복(福) 창고에 짚 한 단밖에 없더란 셈으로 그런 마음을 썼으니 짚 한 단만 있을 수밖에요. 자기가 준 대로, 한 대로밖엔 안 돼요.
그러니까 여러분도 생활을 해 보시겠지만 수많은 사람한테 속기도 하고 사기도 당하고, 또 안 당한 사람도 있고 사기를 친 사람도 있겠죠. 그러나 주인공에 놓는, 방하착 할 수 있는 진실한 마음을 갖는 그런 분들은 나중에는 참자기의 감응이 와서 그걸 그렇게 하라 그래도 안 그럴 겁니다. 또는 안 그런다 하는 마음조차도 없고, 한다 하는 마음조차도 없이 슬그머니, 보이지 않는 데서 다, 오온에 칠보(七寶)가 가득히 차 있듯이 그 모든 것이 다 저절로, 가난도 면할 것이고 병도 물러날 것이고, 자기의 뿌리로서 모든 것이 해결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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