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골수를 알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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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얼마 전부터 ‘정말 이 부처님의 도리를 알려면 부처님의 골수를 알아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주 앉서 관해 보기도 하는데 누구한테 여쭤서 빨리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좋은 생각이라고 내가 붙들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 생각도 놔야 하는지요, 아니면 몇 년이 걸리든 뚫고 들어가야 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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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여러분 속에 있는 의식은 나쁘고 좋고 그런 거를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서없이 나옵니다. 그 의식에서는 망하든지 흥하든지, 좋게 보이든지 나쁘게 보이든지, 밉게 보이든지 뭐 이런 걸 모르고 두서없이 나오게 하는데, 다스리는 것은 나쁜 일을 하고 좋은 일을 하는 거를 알고 있는 인간의 마음이 다스려야 한다 이겁니다.
다스려서 그 중생들을 제도해야 한다. 그래서 바로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니라. 위로는 한마음을 갖고 아래로는 내 이 중생들을 제도하라. 내 중생을 제도하지 못하면 천백억화신이 화(化)하지 못해서, 털구멍을 통해서 나고 들면서 중생을 제도 못하니까 그건 보살이 아니다 이거야. 아무리 ‘보살이다, 이름을 크게 가지고 있다, 부처의 이름을 크게 가지고 있다, 내가 공부를 이렇게 했으니깐 큰 도사다, 내가 이렇게 가지고 있으니까 큰스님이다'' 이래도 이거 전부 다 오산입니다. 그건 이름일 뿐입니다.
예전에 내가 원주에 있을 때, 어느 동네에서 개가 아프고 소가 아프고 젖소가 아프고 뭐, 별소리가 다 나옵니다. “돼지를 기르는데 그 돼지가 아파서 죽는다면, 우리는 살림을 다 망쳐 버리고 애들을 기를 수가 없습니다.” 그럴 때, 내가 재주가 있어서가 아니라 부처님이 그때 그 소리를 들었더라면 보살로 화해서 돼지 속으로 들어갔을 겁니다. 그럼 돼지 속으로 들어가서 돼지가 되었을 때 부처라고 하겠습니까, 사람 속에 들어갔을 때 부처라고 하겠습니까? 독사를 건지기 위해서 독사 속에 들어갔을 때 독사를 보고 부처라고 하겠습니까? 그러니까 개구리 하나 진드기 하나 안돼 보시는 게 없는 그 마음 자체의 그 무한량, 광대무변한 이 법을 어찌 말로 다 하리까? 한 말씀 하신 겁니다.
그러니 내가 잘났다 네가 잘났다 이걸 떠나서, 모두 여러분은 기복으로 가지 마세요. 바깥으로 찾아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위대하다 할지라도 바깥으로 찾는다면 부처님께서 ‘너는 내 고깃덩어리만 아는구나. 내 가죽만 아는구나. 내 뼈다귀만 아는구나. 내 골수를 모르는구나.’ 하고선 눈을 감으실 겁니다, 아마. 모두 알아야 ‘저 형상은 내 형상이요, 저 몸은 내 몸이요.’ 이렇게 되는 거고 내 마음 내 생명과 둘이 아닌 게 되죠. 우리 법당에도 부처님을 모셨지만 다 알고 난 뒤에 부처님이 진짜 부처님으로 보일 수 있는 그때까지, 부처님으로 보이는 그 부처가 나하고 둘이 아니라는 그것까지 아셔야 합니다.
이 부처님의 마음, 마음자리 골수를 보려면 여러분의 골수를 알아야 부처님의 골수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듯이 여러분이 그 마음의 도리를 모른다면 어떻게 부처님께서 일산(日傘) 오백 개를 한데 합쳐서 삼천대천세계에 굴려서, 요리를 만들어서 보여 준 뜻을 알겠습니까? 그러니까 자성신(自性神), 즉 말하자면 자기 자신! 자기 자신 안이 궁이거든요, 한데 합쳐서 돌아가는 궁. 그 궁, 등(燈) 밝은 그 마음들을 밝은 거기에다가 한데 그냥 합쳐서 탁 주장자를 보여 주니깐 확 밝아지면서 대천세계가 그대로 잘 보이더라 이거죠. 여러분이 좀 더 그렇게만 가실 수 있다면 스스로 그 궁 안의 밝은 등을 그대로 볼 수 있고, 바깥이나 안이나 다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머리로 보려고 하지 말고 마음으로 보게 된다는 겁니다.
봐도 도가 아니에요. 예를 들어 컵 하나를 보더라도 보기만 한다고 뭐 되는 줄 아세요? 보기만 해도 안 되고 갖다가 놨다가 들었다가, 이래도 안 되고 또 이거 있다는 거 소리만 들어도 안 돼요. 도가 아니에요. 단지 이 컵을 마음대로 들고 왔다 갔다 할 줄도 알고, 볼 줄도 알고 들을 줄도 알고, 그 속을 말이에요. ‘이게 지금 어디서 왔나?’ 이거를 알아야 하고, 또 ‘이것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이것도 알아야 하고, 그러고선 요게 요렇구나 하고선 요걸 갖다 주기도 하고, 요걸 갖다 먹기도 하고 이래야 도예요. 예? 이 과정이 말입니다. 그렇다고 어려운 게 아니라 여러분이 벌써 이렇게 만물의 영장으로 태어나셨기 때문에 부처를 이룰 수 있고, 그 마음을 낼 수 있는 대권을 가졌다 이겁니다. 대권이라 하면 여러분이 마음대로 자유자재할 수 있는 그런 자유를 가졌다. 그러니 그 대권을 얻어라 이겁니다.
아무튼 여러분이 처음에 주인공에 놓는 공부, 무조건 믿고 놓고 물러서지 않는 거. 두번째는 아프거나 어떠한 일이 생겼어도 거기서밖에는 해결 못한다 하고 거기다 맡겨 놓는 거. 한 발짝도 우리가 그냥 떼어 가는 게 없어요. 생각 하나도 그냥 하는 게 없어요. 진리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그 의식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니깐요.
그러니깐 거기다가 그렇게 맡겨서 할 수 있도록 이렇게 하되, 자기가 발견이 됐다 하면 둘이 아닌 도리를 알기 위해서도 또 거기다가 맡겨 놓고, 역시 거기서 하라는 대로 하지 말고, 하라는 대로만 해서 좋을 일은 하고 하라는 대로 해서 나쁠 일은 하지 말라 이거야, 좋지 않을 일은. ‘아하! 이거 그러면 거기서 왜 그런 거를 시키나. 아! 나의 사람 됨됨이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 테스트해 보는구나!’ 하고선 참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싱긋이 웃을 정도로 그렇게 좋아야죠, 맡기고. 거기에 속아서 그냥 그걸 듣고는 남의 호박 따란다고 호박 따고, 호박잎 따란다고 호박잎 따고, 도둑질하란다고 도둑질하고, 나가란다고 나가고 들어오란다고 들어오고, 이게 온통 무슨 야단입니까?
그렇기 때문에 이끌어 주는 스승이 필요하다 이겁니다. 자기가 걸어 보지 않고 자기가 가 보지 않은 길은 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부하는 사람은 바로 이끌어 주는 길잡이가 필요하다 이런 겁니다. 그리고 또 말로만 이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한테 그렇게 해 놓고 여러분이 그렇게 진실하게 이대로 하신다면 나도 거기 대동소이하게 따라 주는 겁니다. 도둑놈이란 게 뭐 망보는 놈은 도둑놈 아닙니까? 그러니까 서로 여러분이나 말을 이렇게 해 드리는 나나 다 도둑놈이 되듯이, 그렇게 말을 해 주었으니깐 나도 책임이 있는 거 아닙니까? 여러분 하나하나가 전부 이거는 잘못되면 안 되니까.
또 이거는 잘못될 리가 없어요. 왜? 여기 이 마음에다 맡기기 때문에 잘못될 리가 없어요. 잘못된 사람도 횡설수설하는 거를 ‘여기서 나오는구나!’ 하고 맡겨 놓으면 그 정신병자들이 다 나아요. 본인들이 그렇게 못해서 더디지, 잠깐 그렇게 그랬던 사람은 그냥 금방 괜찮아지죠. 그러니 제아무리 이 세상에서 잘났다고 날뛰고 아무리 권세가 좋고 돈이 많고 그렇다 하더라도, 정말 극치적으로 들어가서 본다면 새 발의 피죠.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러니까 우리가 앞으로 침착하게 생각해 가면서 연구하는 것이 천체 물리를 연구하는 거와 같은 겁니다.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걸 전제하고, 이날까지 이렇게 짧으면 길게 하고 길면 짧게 하고, 이렇게 창살 없는 감옥에서 우리는 벗어나야 되지 않나, 이 창살 없는 인간 게임 속에서 우리는 벗어나야 되지 않나, 이런 걸 꼭 한번 생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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