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따로 나눠진 것 같아… >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는
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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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따로 나눠진 것 같아…

본문

질문

절에 가 보면 부처님도 여러 가지 이름으로 나눠진 것 같고 절이 위치한 곳에 따라서 용왕재니 산신재니 수륙재니 하는 것을 지내던데 그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기독교처럼 하나님 하나만 믿으면 쉬울 텐데 이것저것 따로따로 나눠진 것 같아서 어떻게 믿어야 할지 의문이 생깁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물부처가 따로 있고 불부처가 따로 있고 흙부처가 따로 있고 바람부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또 관세음보살이 따로 있고 문수보살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부처님들의 이름 자체가 부처인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마음에 따라서 찰나찰나 움죽거리고 돌아가는 그 자체가, 화해서 돌아가는 그 자체가 부처님인 것이고 나중에는 어떤 것도 내세울 수 없다는 데까지 도달해야만이 살아서 열반을 하게 되는 겁니다. 살아 있으면서 열반을 해야지 죽어서 열반을 한다면 그것은 더하고 덜함이 없기에 죽어서 열반을 한다는 사람은 너무나 어리석습니다.

열 가지 물감 빛깔이 있다면 어떤 것을 물감이라고 내놓을 수 있을까요? 이 도리를 아셔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한테 주장하기를, 이름해서 그것도 주인공이라고 하나 삼합이 공존을 하고 있으니까, 삼세심(三世心)이 공해서 돌아가고 있는 이 이치를 알게 하기 위해서 이름해서 주인공이라고 했으니 그 주인공에 모든 것을,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거기다 다 일임해서 놔라 하는 것입니다. 왜? 믿어야 하니까. 자기의 생명선을 못 믿는다면 말은 어떻게 하며 몸은 또 어떻게 움죽거리겠습니까?

그렇기에 자기 생명선, 이름해서 주인공인 참자기는 이 우주 삼라만상의 모든 것을, 유생 무생과 더불어 생활하고 돌아가는 진리를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믿어야 합니다. 믿고 거기에다가 모든 것을, 좋은 것은 좋은 것대로 놓고 나쁜 것은 나쁜 것대로 돌려서 놓는 것입니다. 끊는 게 아닙니다. 망상이 일어났다고 하지만 망상이 없으면 부처를 이룰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망상도 끊으라는 게 아니라 놓으라는 것입니다. 놓아서 돌리라는 것입니다. 하나도 버릴 게 없기 때문에 ‘무(無)’라고 했습니다. 물질적인 것은 변하지 않는 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바로 ‘놔라. 공했느니라.’ 이런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꼭 거기에다가, 단연코 자기 영원한 생명의 선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라는 걸 진짜로 믿고 바로 거기에다가 모든 것을 일임해서 놓으셔야 합니다. 자기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나쁜 거든 좋은 거든 흥겨운 거든 기쁜 거든, 모든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는 그 자체가 바로 우주간 법계에서 다 통과가 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진짜로 믿고 거기다가 놓으십시오.

한 종지의 물인데도 이것이 옳다, 저것이 옳다 하고, 모아 놨다가 벌여서 헤쳐 놓고, 헤쳐 놨다 벌여 놓고 이렇게 야단들을 하니, 제가끔 그냥 그냥 모두 흩어지죠, 불자들이. 기독교는 하나님으로 하나로 뭉쳐 놨어요, 타의에서 구하는 기도지만. 그런데 깨치진 못할지언정 질서는 지킬 수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 불(佛) 종지를 ‘부처님의 마음 뜻에 의해서 일체를 하나로 놔라. 오직 부처님의 마음을 나의 마음과 둘 아니게 믿어라. 믿고 부처님의 법을 둘 아니게 행해 나가라.’ 이렇게 해야만이 우리가 각자 흩어지지 않고 똘똘 뭉쳐서 돌아가는 믿음이 될 텐데, 그렇지를 않거든요.

이거를 모시면 또 다르게 보고 요거를 모시면 다르게 보고, 요런 염불을 하면 다르게 보고 저런 염불을 하면 다르게 보고, 요런 선사는 옳고 저런 선사가 그르고 이렇게 선사 타령들을 해 가면서 그런단 말입니다. 딱 이렇게 종지를 해 놓으면, 그거는 수만 명이 깨쳤다 하더라도 부처님 한 분이지 두 분도 아니에요. 마음은 체가 없기 때문에 수만 개의 마음이 한데 합쳐져도 그건 여래일 뿐이지! 그리고 부처님일 뿐이고!

그리고 내가 따로 있는 게 아니에요, 모두가. 우리가 살아나가면서 이 몸뚱이 속에 지금 잔뜩 들어 있는 생명들이 누군 줄 아십니까? 여러분을 벗어나지 않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 벗어나지 않는 생명들이 모두가 한데 합쳐서 공생으로 살고 있고, 공용을 하고 있고, 공식을 하고 있고, 공체로서 더불어 같이 살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듯이 더불어 같이 살고 있는 그 자체가 바로 여래거든요.

그러니 지금 시대가 어느 때라고 바깥에서 구하고 바깥에서 찾고 빌고 이렇게 해야만 되겠습니까? 지금 옷깃을 다시 한 번 여미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하는 시대라고 보며, 지금 어떻게 해서 우리가, 내가 이 땅의 주인인지, 내가 이 몸의 주인인지를 생각해야 옳을 줄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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