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는 것과 포기하는 것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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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스님의 자비 가득하신 행보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어떤 사람들은 다 해 보지도 못했으면서 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포기하듯이 놓는 것 아니냐고 말들을 합니다. 스님, 놓아 버리는 것(방하착)과 포기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여기 내 몸속에 천차만별로 모습을 해 가지고 내 식구들이 있는데 왜 한마음이라고 그러는 줄 아십니까? 내 식구들이 지금 몸에 수십억 마리가 들어 있습니다. 그 수십억 마리가 모습은 각각일지언정 생명은 같고, 내 마음 가는 대로 몸에 들어 있는 생명체들이 다 따라 줍니다. 그 묘한 법을 여러분은 아마 모르실 겁니다. 여왕벌 하나가 움직이면 벌들이 그냥 다 따라가듯 하고, 국방부장관이 명령하듯 합니다. 국방부장관의 명령이 한번 떨어졌다 하면 뭐, 그건 일사천리니까요. 조금만 늦게 들어와도 문지기가 지키고 있으면서 탁탁 치는 겁니다. 그럼 법에 의해서 못 들어가는 거죠.
그렇듯이 이 몸뚱이의 모든 생명들은 내 한생각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는 겁니다. 그래서 사업을 하거나 장사를 하다가 망하면 여러분은 ‘아이고, 이제는 죽었구나! 이제는 죽었구나!’ 하고는 신경을 쓰고 속이 상해서 술을 마시고 이러니까 속에 있는 생명체들도 다 타락을 하는 겁니다. 타락을 했으니 몸에 병이 안 날 수가 있나요? 병나서 고통스럽고 식구들도 다 고통스럽게 만들고, 마음이 괴로우니 화합하지 못하고 단란하지 못하고, 그렇게 되지 않겠습니까. 아니 글쎄, 하늘이 무너져서 금방 굶어 죽게 된다 하더라도 왜 타락을 합니까? 그것도 주인공이 한 건데, 자기가 한 건데 말입니다. 자기가 안되게도 했지만 안되게 했으면 잘되게도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고 먹을 게 아무것도 없어도 산 입에 거미줄 치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럴 능력이 없으니까 겁을 내는 겁니다.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입니다.
인간으로서 삶의 보람을 느끼려면 그런 거에 얽매이지 마세요. 주인공이 모든 것을 들이고 내는 것이니까요. 가난함도 가난치 않음도, 어떠한 일이 생기는 것도 안 생기는 것도, 아픈 것도 안 아픈 것도 모든 일체를 거기서 하는 거니까 네놈이 알아서 하라 하고 놓으세요. 이열치열이 있죠, 왜? ‘네놈이 이 세상에 네 몸을 내놓고 이렇게 돌아가게 만들었으니 네놈이 해라.’ 이거예요. ‘네놈이 이 몸뚱이도 만들어 놨으니까 네놈이 알아서 해!’ 이렇게 그냥 놔 버려요. 모든 걸 그렇게 믿고 놔 버리세요. 포기하는 놔 버림이 아니라 믿고 놔 버리세요. 잘하고 못하고 죽고 사는 건 너한테 달렸으니 네가 해라 이거예요. ‘난, 몸뚱이는 너 하는 대로 따라갈 뿐이야.’ 하고요. 그리고 내가 오관을 통해서 바깥의 좋고 그른 거를 다 들여 주기는 한다. 그렇지 않아요? 여러분은 문간의 문지기나 한가지예요. 보고 듣고 들여 주는 거요, 마음속에. 문지기가 들여 주면 또 안에서 문지기를 통해서 내주죠. 그러니 모두가 둘이 아니에요.
내 한생각에 오장이 꼬여서 틀어진 것도 펼 수 있고, 오장을 꼬이게 해서 피도 통하지 않게끔 만들어 놓을 수도 있어요. 왜 여러분이 그렇게 해 놓고 그냥 병원에 가고, 또 딴 데 가서 갖은 약을 다 써서 오히려 부작용이 나게 해 가지고 이 몸뚱이를, 집을 못 쓰게 만들어 놔요? 진짜 목수한테 맡기지 않고 가(假) 목수한테 맡겨 놓으니까 저희들 좋은 대로 만들어 놓은 거죠. 그런데 내가 살아가는데 나에게 좋아야지 딴 사람에게 좋아서 되겠습니까? 그렇듯이 여러분은 자기 집을 자기가 지키고 스스로 움직이게 해서 모든 점에서 빛나게 살 수 있도록 하십시오. 그래야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죠. 이것은 거짓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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