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는 제 자신이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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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화를 내는 저 자신이 너무 싫습니다.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한번 화를 내게 되면 물건도 던지고 입에선 험한 말이 나오고, 생각으론 ‘주인공’ 하면서 실제로는 그렇게 화낼 일이 아닌데도 화내고 싶어 하니 이대로 가다간 아이에게 상처가 될 것 같습니다. 생각 따로 몸 따로 감정 따로 행하고 있습니다. 요즘 딸아이가 저를 때리고 물건도 던지고 제 행동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습니다. 스님, 도와주세요. 어떻게 해야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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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고 현실도 없다 이랬죠? 왜 그런가. 한 찰나의 살림살이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한테 항상 말하죠. 우리의 살림살이는 한 찰나요, 한 인생 살아나가는 것은 한 철이라고. 여러분이 한 찰나의 살림살이를 지금 하고 가는 겁니다. 요리 변덕 조리 변덕, 변덕쟁이거든요. 변덕쟁이, 도깨비장난, 귀신 장난감 이렇다고. 그러니까 그걸 말로 하려니까 그렇지 여러분은 변동이 무쌍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공(空)에 들어서 가만히 있다면 그건 목석인 거죠. 또 너무 말을 하고 너무 아는 척을 해서 한데 떨어뜨린다면 그건 귀신이에요.
그러니까 모든 것은 정상적으로 그냥 화가 나면 화가 나는 대로 내는 겁니다, 그냥. 거기도 걸리지 마세요. 생각이 자꾸 나걸랑 그대로 그냥 주인공에서 나오는 거니까 버려두란 말입니다. 버려두는 거예요. 왜? 자기가 이렇다 저렇다 할 자리가 아니에요. 아무것도 붙지 않는 자리라고요. 그런데 여기서, 괜히 고(苦)덩어리 속에서 그 의식이 들고나면서 괴로움을 주고 또 즐거움을 주고 이러는 거니까, 즐겁더라도 그냥 빙긋이 웃고 말고, 괴롭더라도 빙긋이 웃고 마세요, 거기서밖에 해결 못하니까요. 이열치열, ‘네 속에서 나온 거는 네 속에서 해결해야지 딴 속에서 해결 못한다. 나는 거기에 속을 필요가 없어. 네가 무체(無體)로서, 즉 말하자면 큰 부처로 보이더라도 난 거기에 속지 않아.’ 이렇게 속지 않으셔야 돼요.
여러분은 그 전자의 종 문서에 의해서 자기가 한 것대로 짊어지고 나온 데서 들고나는 것에 속지 마시라 이겁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 있다, 좋은 소리가 들린다 하더라도 거기에 속지 말고, 말하자면 세 가지를 똑바로 보시라는 겁니다. 하나는, 말·뜻·행 이 세 가지가 동일하게 진실한지를 알게 되면 그냥 따르라고 그랬지, 믿으라고 그런 게 아닙니다. 따르라 이거죠. 나도 마찬가집니다. 왜 따르라고 그랬느냐. 그건 당신네들 주인공 안에 나와 더불어 같이 모두 일체 만물만생이 다 같이 한자리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생각이, 그렇게 중요한 생각이 자기를 구덩이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그런 묘법이 스스로 돼 있다 이겁니다. 여러분이 여러분을 창살 없는 감옥에다가 옹쳐매 놓고 있고, 병자로 옹쳐매 놓고 있는 거지 누가 병을 갖다 준 겁니까, 뺏어 갑니까? 여러분의 생각에 달린 거예요. 과거 자기가 한 대로 문서를 가지고 나와서 그렇게 가난과 병고와 그 모진 고통을 받는다 하더라도 한생각에 그 고통과 그 문서를, 종 문서를 한꺼번에 태워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정말로 아셔야 하고 믿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부처님 법이라는 게 따로 없어요. 우리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서 부처님 법이 주어지는 거죠. ‘일체제불의 마음은 내 한마음이다’ 이런 노래 아시죠? 아마 아시리라고 믿습니다. 화가 나면 그 노래를 부르세요. 그러면 그 화가 다 없어지죠. 화나면 주인공에다 맡기시고 화내지 마세요. ‘화내게 하는 것도 너다. 화 안 나게 하는 것도 너야. 즐겁게 하는 것도 너다.’ 하고 관하세요. 아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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