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도 실상이 아닌 이름인데
본문
질문
스님께서는 본래 주인공도 실상이 아니라 이름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왜 본래 없는 주인공을 지극하게 믿어야 한다고 하시는지 그것을 여쭙고 싶습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믿어야 열쇠를 맡기죠? 믿지 않으면 열쇠를 맡길 수가 없듯이 말입니다. 내가 ‘참나’인 주인공을 진실로 믿는다면 몸이 아프고 괴로워도 거기를 믿고 맡길 수가 있죠. 주인공이라는 그것 자체도 이름이고 실(實)은 아닙니다만…, 그래서 이름을 부르는 게 아니라 실상 그 자체를 믿는다는 것인데 바로 거기다가 놓아 버린다면, 믿고 놓아 버린다면 해결이 될 수가 있죠.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차가 있고 기름이 있어도 차는 운전수가 끌고 다닌다는 소리입니다.
그러니까 차와 운전수와 기름이 삼합(三合)이 되어서 돌아가듯이 그렇게 공존하니까 색이 공이자 공이 색이다 하는 거고 그렇게 공존하는 것을 공이라고 할 때 거기다가 몰락 놔 버리면 그대로 공존돼서 바로 일체 유생 무생이 한데 합친 그 능력의 의사가 되니 나는 손을 까딱 안 하고도 해결을 할 수가 있는 그런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여러분, 가난도 자기가 만들어 놓고 자기가 당하는 거지 누가 가난을 주고 뺏어 가는 게 아닙니다. 옛날 말에 어느 부자가 복을 지은 거라고는 동네에서 누가 어린애 낳는 데 고작 짚 한 단 준 거밖에 없었답니다. 그랬는데 부자가 죽어서 가 보니까 부자 복(福) 창고에 짚 한 단밖에 없더란 셈으로, 그런 마음을 썼으니 짚 한 단만 있을 수밖에요. 자기가 준 대로, 한 대로밖엔 안 돼요.
그러니까 여러분도 생활을 해 보시겠지만 수많은 사람한테 속기도 하고 사기도 당하고, 또 안 당한 사람도 있고 사기를 친 사람도 있겠죠. 그러나 주인공에 놓는, 방하착 할 수 있는 진실한 마음을 갖는 그런 분들은 나중에는 참자기의 감응이 와서 그걸 그렇게 하라 그래도 안 그럴 겁니다. 또는 안 그런다 하는 마음조차도 없고 한다 하는 마음조차도 없이 슬그머니, 보이지 않는 데서 다, 오온에 칠보(七寶)가 가득히 차 있듯이, 가난도 면할 것이고 병도 물러날 것이고, 그 모든 것이 다 저절로, 자기의 뿌리로서 모든 것이 해결될 겁니다.
그 뿌리엔 자식의 뿌리도 있고 부모의 뿌리도 있는데 뿌리는 다 똑같이 공이다 이겁니다. 만 강에 달이 비쳐도 그 달이 한 달에서 비쳤지 여러 달에서 비춘 게 아니듯이 말이죠. 만 강에 달이, 수많은 달이 비쳤다 할지라도 그것은 한 달에 불과합니다. 하나의 달에 불과하다 이겁니다.
그러나 그 달이 만 강에 비칠 수가 있기 때문에 어떤 게 달이다 할 수 있겠습니까? 하나의 달이 하나의 달일 뿐이냐? 아니다. 만 강에 비칠 수 있는 달이다. 그런다면 때로는 달빛이 만 강에, 즉 말하자면 만 달이 될 수가 있고 또 때에 따라서는 한 달이 될 수가 있고, 달이 하나가 될 수가 있고 달이 만 개가 될 수가 있고 이렇듯이 인간의 마음도 한마음이 될 수가 있고, 여러 사람들이 나 아님이 하나도 없을 때는 바로 여러분과 같이 한마음이 될 수가 있습니다. 자꾸자꾸 찰나찰나 나투기 때문에 그 마음 하나도 없느니라 하고 바로 ‘무(無)!’ 했던 것입니다.
여러분이 알아듣기 쉽게 하기 위해서 이렇게 말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해만 가서 되는 것이 아니니 될 수 있으면 모든 것을 공에다가 놓아 버리세요. 모든 것을 공에다 놔 버리라는 것은 왜냐? 예를 들어 만약에 장님이 있다고 한다면 장님은 지팡이 없이는 못 갑니다. 그러니 공에다 놓지 않는다면 장님의 눈을 밝게 할 수는 없고 겨우 지팡이 하나 쥐어 주는 것밖엔 안 되죠. 그래서 공에다가 이름을 붙여서, 주인공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거기다 다 놔 버린다면 바로 여러분에게도 그 뜻이 풀려 공도리(空道理)도 알 수 있으며, 바로 인에 의해서 연도 생기고 그렇게 돌아가는 자체가 바로 연기법(緣起法)이라는 걸 알 수도 있고요. 그 마음을 쓰면서 돌아가는 그 자체가 바로 연이라고 할 때, 그 연에 따라서 인연의 결과가 나온다는 걸 아실 겁니다.
여러분이 생각하고 행하고 듣고 보고 하는 그 결과가 바로 여러분한테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은 절에 다니면서 건성 다니지 마시고 정진 열심히 하시고 진실하게 믿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오늘부터라도 다시 정신을 차려서 주인공이라는 그 자체! 여러분이 내가 주인공이라고 그러는 것도 이름이라고 깔보려거든 아예 당신 이름을 불러요. 성을 부르든지. 김 씨면 김 씨, 박 씨면 박 씨. 다 당신이 이날까지 살아왔잖아요. 그러니까 ‘네가 다 알아서 하고 안되는 일도 네가 알아서 하고 잘되는 일도 네가 알아서 해!’ 하고 안되는 거 되는 거 다 거기다 놓는다면, 맡겨 놓고 참 믿는다면, 물러서지 않는다면 바로 거기에서 홀연히 자기의 생명수의 근원이 스스로서 나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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