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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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절에 인연이 되어 다니고 있습니다. 근데 저의 아버지가 술만 마시고 들어오면 저의 어머니에게 폭력을 가합니다. 그런 모습을 어려서부터 봐 오면서 아버지에 대한 혐오감만 늘어 갔습니다. 대체 제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인연에 얽히게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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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죄가 있다고 생각하면 죄가 있다고 의식을 하고 ‘내가 죄가 있으니까 이렇게 살지.’ 하고 ‘이렇게 되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지없이 인간의 생각에 의해서 자동적인 컴퓨터에 입력이 됩니다. 한 찰나죠! 죄가 있다고 생각하는 의식을 가졌다면 그대로 그냥 될 것이고, 죄가 없으니깐 모두 이렇게 이렇게 살아라 한다면 그대로, 그대로 될 겁니다. 이 마음 하나가 그렇게 중요합니다. 왜 하필이면 죄가 있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죄가 없다고 생각하시면 어떻습니까? 죄가 있다고 누가 말을 해 놨는진 모르겠지만 우리 스스로서 인간이기 때문에 그 죄를 안 지으려 하면 안 지을 수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자기가 지은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기는 공했단 말입니다. 자기가 한 사이가 없어요, 죄를 지은 사이가 없어요. 왜냐? 자동차가 말입니다, 부딪쳐서 찌그러졌는데 그 차가 잘못해서 사고가 났습니까? 어때요? 기름이 없으면 차가 안 간다고 그랬는데 안 가면 차가 잘못해서 안 가는 겁니까? 어디가 고장 났으면 차가 잘못해서 고장 났습니까? 이 모습은 차와 같아서 자기가 한 사이가 없다는 얘깁니다. 그렇다고 해서, 예를 들어서 나쁜 일을 하고도 내가 하지 않았다 이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이, 그건 나쁜 일 한 게 그대로 입력이 되기 때문에 자기한테 어떤 시련이 오겠죠. 그러니까 그런 시련이 오지 않도록 그저 편안하게 요량 있게, 좀 현명하고 어디든지 대치할 수 있는 그런 자유스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 죄가 있다 없다 하지 마시고요, 그냥 사는 대로 관하시면서 ‘너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자꾸 관하세요.
어떠한 부당한 일이 있다. 예를 들면 엊그저께 회사를 잃고 어떤 남자가 울고 있는데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더군요. 취직을 하려 해도 취직을 할 수가 없다고요. 그래서 가서 그렇게 관하고 살면 다 되는 수가 있다고 그냥 그렇게 보냈지 뭐를 어떡합니까? 뭐 이 도리를 금방 알려 줄 수도 없는 거고…. 그랬더니 편지로 전후사를 써서 보냈더군요. 난데없이 어느 친구를 오다가다 길에서 만나서 그 친구로 인해서 취직을 했다고요. 이것이 모두가 조그만 일 같지만 어떤 집들은 자손들이 서너 명씩 몸이 아프고 그런 사람들이 한 가정에 있으면 그 가정이 사는 겁니까, 그게?
하여간에 그런 도리 저런 도리 다 자기만이 할 수 있으며 또 구원을 청하는 것도 사람이 하기에 달렸죠. 마음을 같이 이렇게 내 주면 빠르고 혼자 하면 아직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했으니까 어려울 테죠. 그러니깐 될 수 있으면 스님들한테 관하는 걸 요량 있게 배우고 또 가정 얘기도 이렇게 이렇게 이게 어려워서 그런다고 얘기도 하고, 이렇게 해 나가면서 서로 도우면서 사는 거죠, 뭐. 제가 가만히 생각할 때는 인생 살아나가는 것이 물 흘러 내려가듯 하니까 그냥 찰나찰나 화해서 자꾸 나투어서 그냥 그냥 돌아가요. 그러니까 내가 어느 때에 죄를 지었다, 어느 때에 잘못했다 이런 것도 없이 그냥 가게 되는 것은, ‘과거 나’와 ‘현재 나’가 둘 아니게 통해서 해 나간다면 정신계로나 물질계로나 외려 남을 사랑하고, 음으로나 양으로나 남을 이익하게 보시하고 이렇게 나가지, 그렇게 나쁜 일을 안 하게 돼 있죠. 저절로 안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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