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 놓으라고 하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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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터넷으로 스님 법문을 항상 접하며 나름대로 마음공부를 해 나가고 있는 불자입니다. 사실은 다니던 회사에서 실직 당하고 몇 년째 지금 근근히 연명해 나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뭐든지 닥치는 대로 해 보려고 하지만 요즘은 아시다시피 일자리 얻기도 너무나 힘든 상황입니다. 딸린 식구들은 많은데 너무나 마음이 불편하고 걱정스럽습니다. 잘될 수 있을까요? 스님께서는 몰락 놓으라고 하시는데 이것저것 분별하는 마음 때문에 쉽지가 않습니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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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그러니까 잘못되고 잘되고 무조건, 그렇게 무조건 놓고 자기가 지켜보는 겁니다, 이제. 지켜볼 때, 그때 자꾸자꾸 저거 하다 보면 계합이 되거든요. 그런데 무조건 할 생각을 안 하고 이거는 벌써 사량이에요. 이것이 금새 나오는 겁니다, 이게 벌써. 이건 이럭하면 잘못되고 저건 저럭하면 잘되고…. 그러니깐 내 육에 대해서만 위했지 이 정신, 이 마음자리에 의해서 서로가 그 마음과 마음으로 믿질 않았다 이 소리죠. 이 겉으로 보이는 것만 위했단 말입니다, 얼른 쉽게 말해서. 그런데 이 마음에서는 전체 같이 돌기 때문에, 역대 조사들의 말과 이 뜻이 같이 돌아가고 있는데, 그걸 개별적인 저 하나가 부정한다면, 이쪽에서는 전체적으로 돌아가는 마음자린데 그것을 이 사량으로다가 이렇게 따져서 한다면 이건 부당하다 이겁니다. 금방 죽을 일이죠, 이게.
예를 들어 얘기예요. 이 돈 백만 원을 이렇게 주는데, 이걸 주게 되면 안 된단 말입니다. 여기에서 살 수가 없으니까. 근데 이게 사람이 볼 땐 “아, 당장 지금 한 달을 살 수가 없는데 이 백만 원을 주라면 어떡합니까?” 예를 들어서 그런다 이겁니다. 그러면 무조건, 만약에 한 달을 살든지 꼬꾸라지든지 말든지 주라면 그냥 “예!” 하고, 그냥 자기라는 그 사량을 버리고 그냥 ‘예’ 그럭하고 이렇게 그냥 줘 버린다면 그게 바로 이 닦는 건데 말입니다, 근데 “이것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할 텐데 이것을 주라고 그러시면 어떡합니까?” 이렇게 말 한마디 딱 붙죠. 그러면 “그냥 무조건 줘!” 이렇게 다시 반복돼서 말이 돼야만이 이걸 그냥 준다 이겁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라도 꼭 이게 들어가게 되니까 연결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구덩이에 빠질 일이라도, 이게 죽을 일이라도 하라면 그냥 했으면 될 텐데….’ 하는 생각, 그 아쉬움이 항시 들어요, 내 가슴에.
그러니까 이 도리를 완전히 파악하시려면 ‘나의 주인공 즉, 우주 대생명들, 하나로 돌아가는 그 근원, 자기 자신의 주인공, 꼭 거기에다가 일체를 다, 하지 못할 것도 사량으로, 잣대로 재지 말고 무조건 거기다 맡기고, 고하고, 믿고 그냥 생각을 해서 자를 건 자르고, 심을 건 심고, 기를 건 기르고, 행할 건 행해야 되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어떠한 급한 일이 있어도, 만약에 내가 칼을 맞는다고 할 적에도 그 칼을 떨어뜨리게 만들 수 있는 바로 자기 주장자가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모든 것을 거기에다 몰락 다 놓는다면 그 사량의 분별과 더불어 산란함은 다 사라지고 참 조용하게 자기가 평화로워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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